한화의 고심…KAI 지분 인수 ‘나설까 말까’
한화의 고심…KAI 지분 인수 ‘나설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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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시너지 효과 기대…지나친 덩치는 부담
 
▲ 한국항공우주(KAI)의 산업은행 지분이 조만간 매각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방위산업 분야에서 과감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한화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국항공우주(KAI)의 산업은행 지분이 조만간 매각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방위산업 분야에서 과감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한화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KAI 지분 26.75%를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내년 초 보유 지분을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삼성과의 빅딜을 통해 방위산업 1위 자리를 더욱 굳건히 한 한화가 산업은행 등의 지분을 인수해 기존 보유 지분과 더해 경영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KAI는 전투기를 생산하는 방산업체로 지난 1999년 DJ 정부의 빅딜 과정에서 항공기 제조업체이던 대우중공업,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의 통합으로 설립됐다. 첫 국산 초음속 훈련기 T-50을 포함, 국산 군용기 대부분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다.
 
KAI 주주사 4곳으로 구성된 KAI 주주협의회는 지난 2013년 KAI 매각에 실패한 후 올해 말까지로 공동매각기한을 설정한 바 있다. KAI 주주협의회는 26.75%의 지분을 들고 있는 산업은행을 필두로 각 10%씩을 보유한 한화테크윈과 현대자동차, 5%를 보유한 DIP홀딩스(두산그룹 출자회사) 등 총 51.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나친 덩치에 수 차례 무산…이번엔 개별 매각
당초 통합산업은행 출범 전 정책금융공사는 2012년 KAI 매각을 두 차례 시도했지만 2곳 이상의 후보가 참여해야 하는 유효경쟁 조건이 성립되지 않아 무산됐다.
 
이어 2013년 주주협의회는 같은 해 말까지로 설정됐던 공동매각 기한에 따라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1조원을 훌쩍 넘던 규모 때문에 유효경쟁이 또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매각 추진 작업을 백지화하고 공동매각기한을 올해 말까지로 2년 연장했다.
 
하지만 2015년이 끝자락에 접어들고 있음에도 공동매각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방위사업법상 해외 투자자의 참여가 막혀 국내 전략적 투자자(SI)만 참여할 수 있고, 덩치는 더욱 커졌다. 마땅한 원매자를 여전히 찾기가 힘들다.
 
1999년 KAI가 항공업체들의 통합과 채권단 출자 전환 등으로 설립될 당시 주주들의 평균 투자금액은 주당 1만원 선이었지만 올해 현재 주가는 8만대 중반을 오르내리고 있다. 산업은행의 보유 지분만 2조원을 훌쩍 넘고 주주협의회 보유 지분의 시장 가치는 4조원 가량이다.
 
따라서 공동매각 기한을 연장한다고 해도 주주협의회 보유 지분을 한 번에 매입할 수 있는 후보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주주협의회는 지난 17일 공동매각 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아예 개별적으로 매각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매각기한 연장 없다’…무르익는 분위기
이에 공동매각기한이 해제되는 내년부터 주요 주주사 4곳은 각자 지분 매각에 나설 수 있다. 특히 산업은행은 최근 금융위원회가 정책금융을 강화하겠다며 산업은행의 비금융 자회사를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하면서 당장 내년 초부터 보유 지분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는 지속적으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정책금융 역할 강화를 주문해 왔다. 이에 지난 1일에는 3년 내로 비금융 자회사들의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은행·기업은행 역할 강화’ 방안이 공개됐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하루라도 빨리 KAI 지분을 처분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더욱이 KAI의 경영실적도 순풍을 받고 있어 지분 매각 분위기도 무르익은 상태다. 211년 1조원대 초반이던 매출은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도 이미 2조원을 넘었다. 영업이익도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2131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613억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주가도 연초에 비해 두 배 이상 급등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KAI가 국방정책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들어 정부가 경영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차세대전투기(KFX) 사업 추진 특성상 KAI는 일반 방위산업체에 비해 중요도가 높다는 점에서 결국 금융위가 국방부 등과의 협의를 거쳐 매각 리스트에서 제외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 한화그룹은 이미 한화테크윈이 KAI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어 산업은행 지분을 일정 정도만 확보해도 최소한도의 경영권은 확보할 수 있다. ⓒKAI
◆막대한 시너지 효과 전망…마땅한 경쟁자도 없어
하지만 정책금융공사가 과거 수 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던 만큼 결국은 산업은행 지분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것은 시간 문제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다만 여전히 인수 후보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산업은행 보유 지분만 해도 2조원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
 
현재 산업은행의 KAI 지분이 시장에 나올 경우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는 곳은 한화다. 한화는 지난해 삼성과의 빅딜로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하는 등 방위산업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빅딜을 통해 기존 탄약과 정밀유도무기에서 자주포와 항공기엔진, 레이더 등 다양한 방산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 한화는 KAI까지 품에 안을 경우 막대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이미 한화테크윈이 KAI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어 산업은행 지분을 일정 정도만 확보해도 최소한도의 경영권은 확보할 수 있다. 더욱이 10%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차나 5%를 보유한 두산은 현재 방위산업에 신경쓸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수 년간 자동차 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올해 완료하고 제네시스 독립 브랜드 론칭으로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두산은 방산사업체 두산DTS를 매각하는 등 방산사업 비중을 줄이고 신규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서비스 사업을 새 동력으로 삼고 있다.
 
산업은행이 보유 지분 전량을 공개매각할지 일부만 공개매각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내놓을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마땅히 지분 인수에 의욕을 드러내는 경쟁자가 주요 주주 중에서는 없다는 점은 한화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관건은 매각 규모…산은 매각 방안 주목
외부로 넓혀 봐도 마땅히 두각을 드러내는 후보가 눈에 띠질 않는다. 그나마 지난 2013년부터 꾸준히 관심을 보여온 대한항공은 그룹 사정상 당분간 대규모 자금 집행이 어렵다. 한진그룹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한진해운과 지주사 전환을 위한 지분 인수 등으로 현재는 인수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거 실제 예비입찰에 뛰어들었다가 유효경쟁 불성립으로 인수전에 고배를 마셨던 현대중공업은 업황 부진에 시달리면서 지난해 역대 최악인 3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사실상 인수가 불가능한 상태다.
 
이처럼 한화가 KAI 지분 인수에 나서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상황이지만 결국 관건은 매각 규모다. KAI 주가가 올해 들어 고공행진을 달리면서 산업은행 보유지분만 해도 가치가 2조원으로 크게 뛰었다. 물론 한화의 현금보유량은 상당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삼성과의 빅딜로 2조원 가량을 쓴 한화가 다시 한 번 2조원을 훌쩍 넘는 대규모 자금을 KAI 인수에 사용하기는 사실 부담스럽다는 얘기도 나온다.
 
결국 산업은행이 보유 지분 전부를 공개매각하지 않고 일부만 공개매각한 뒤 나머지는 시장에 매각하는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다. 이미 통합산업은행 출범 전 정책금융공사는 지난 2013년 매각 규모 조절을 위해 보유 지분 중 일부(11.75%)만 매각 대상으로 내놓은 바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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