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명복 기원 방명록 남겨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59분께 김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부인 이순자 여사는 없이 경호원 2명만 대동한 채 나타났다.
전 전 대통령은 취재진을 보자 “수고들하세요”라는 말만 남긴 채 빈소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직행했으며 10분 정도 지나 빈소를 나올 때조차 취재진의 질의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서둘러 떠났다.
그는 방명록에 자신의 전직 직함 없이 한자로 ‘전두환’이란 성명만 적은 뒤,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라고 기재했다.
빈소 내에서 그는 고인 영정 앞에 절을 한 뒤 차남 현철 씨의 팔을 잡으며 “고생을 많이 하셨다. 애 많이 썼다. 연세가 많고 하면 다 가게 돼 있으니까”라고 말했는데, 현철 씨가 “건강이 좀 안 좋으시다고 들었는데 괜찮으냐”고 묻자 “나이가 있으니까 왔다 갔다 한다. 근데 술 담배 안 하니까 좀 나아졌다”고 답한 뒤 별 다른 말은 나누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22일 김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근래 언론보도를 통해 병고에 시달린다는 소식은 듣고 있었는데, 끝내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해 애도를 표한다”며 “기독교 신앙이 깊었던 분이니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이라 믿는다”고 전한 바 있다.
전 전 대통령은 5공시기 5·17조치로 김 전 대통령을 가택연금하고 정치활동을 막았다가 김 전 대통령 집권 뒤인 1995년 ‘5·18특별법’에 의거해 군사반란 주도와 수뢰 혐의로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구속된 바 있다.
이런 사정으로 김 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인 그가 서거 당일 보도자료를 내는 데 그친 것과 달리 돌연 직접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방문한 것은 서거 당일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김 전 대통령 빈소에 조화를 보낸 것은 물론 이날 장남인 노재헌 변호사가 투병 중인 노 전 대통령을 대신해 직접 빈소를 찾아온 행보를 의식한 데 따른 결정일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까지 김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2만 5천명을 넘어섰고 전국 각지 분향소엔 9만명이 넘는 조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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