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강성 노조 당선에 임단협 ‘꼬이네’
현대차, 강성 노조 당선에 임단협 ‘꼬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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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이어 현대차도 강성 노조위원장 당선…임단협 연내 타결 ‘먹구름’
▲ 국내 완성차 업계 중에서 유이하게 임단협을 마무리짓지 못한 현대차와 기아차에 잇따라 강성 노조가 들어서면서 임단협 타결 전망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뉴시스
국내 완성차 업계 중에서 유이하게 임단협을 마무리짓지 못한 현대차와 기아차에 잇따라 강성 노조가 들어서면서 임단협 타결 전망이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3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최근 박유기 후보를 신임 노조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박유기 위원장은 지난 2006~2008년 현대차 노조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2009~2011년에는 상부 단체인 금속노조 위원장을 역임했다. 박유기 위원장은 지난 2006년 비정규직법 문제와 민주노총 총파업과 같은 정치파업과 더불어 임단협 파업까지 45일 간의 파업을 주도한 바 있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박유기 위원장은 공약으로 올해 마무리하지 못한 임단협의 연내 타결을 내걸었지만 노사간 견해차가 커 연내 타결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기아차 역시 앞서 지난 10월 말 강성 노선인 김성락 위원장을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하면서 현대차그룹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박유기 위원장, 재협상까지 불사
박유기 위원장은 지난 28일 전체 조합원 4만8860명을 대상으로 한 지부장 선거에서 투표자 대비 53.41%에 달하는 2만3796표의 표를 얻었다.
 
현 집행부 수석부위원장인 홍성봉 후보는 46.17%를 얻는 데 그쳤다. 현 집행부가 중도실리 성향으로 평가받는 점을 감안하면 노조원들의 의중이 집행부가 사측과 강경한 투쟁을 벌여주길 원하는 데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1988년 입사한 박유기 위원장은 2006년 현대차 노조위원장 재임 당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민주노총 총파업과 임단협 파업 등 45일간의 파업을 진행한 강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에도 박유기 위원장은 선거 공약과 당선 인터뷰를 통해 임금피크제 도입이나 통상임금 문제 등 사측이 고수하고 있는 부분을 다시 협상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노조는 기본급 15만99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성과급 요구(순이익의 30%), 노동시간 단축 등을 주문했다. 주거지원금, 결혼 자금 확대 등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지난 9월 22일 마지막 교섭안에서 기본급 8만1000원(호봉승급포함) 인상, 성과급 400%+300만원, 무분규 전제로 주식 20주 배당을 골자로 한 3차안을 제시했다. 노조와의 견해 차가 적지 않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3개월여 간 29차례 임단협을 벌였지만 결국 집행부 임기 만료인 9월 말까지도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노사관계 악화 불가피…현대차 당혹
여기에 박유기 위원장의 공약을 보면 현대차 노사 협상에서 사측이 제시했던 교섭안을 뒤집는 부분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박유기 위원장은 주간 연속 2교대제 근무시간 단축안에 대한 재협상, 임금피크제 도입 반대, 상여금 800% 인상(현 750%), 단계적 정년 연장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결국 기존 노사간 교섭안은 새 집행부가 들어섬과 동시에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박유기 위원장은 통상임금과 임단협을 분리해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사측은 통상임금과 임금협상을 분리할 수 없다고 밝힌 상태다. 임금피크제 도입 역시 박유기 위원장은 “현대차는 이미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데 감액비율을 더 높이겠다는 뜻을 저지하겠다”면서 쟁의권 행사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더욱이 윤여철 현대차그룹 노무총괄담당 부회장이 과거 울산공장장(사장) 시절 박유기 위원장과 노사협상 테이블에 앉아 파업과 고소고발을 이어갔던 전력이 있어 노사 관계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더욱이 기아차 역시 지난달 29일 강성 노조가 들어서면서 현대차그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성락 위원장은 현장파 계열로 강성으로 분류된다.
 
김성락 위원장은 공약에서 2015년 임금투쟁 연내 마무리, 상여금 제도 유지로 통상임금 해결, 컨베이어 공정 노동자 고통 없는 주간연속 2교대제(8시간+8시간) 시행, 박근혜 정부 노동시장 개혁 저지, 인력충원과 정년 연장 등을 공약했다. 대다수 사측과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는 부분으로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가 연대에 사측을 더욱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 현대차 노사는 임금피크제와 통상임금 협상을 두고 과거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현대차, 모처럼 찾은 호기 어쩌나
이 같은 강성-강성 연대는 판매량 회복과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론칭 등으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려던 현대차로서는 원하지 않은 결과다.
 
현대차는 연초 온갖 대외 악재에 판매 부진까지 겹치며 한 때 “금융위기보다 더 힘들다”는 얘기까지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나마 파업일수가 적은 덕에 안정적인 생산을 유지해 온 현대차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반사이익까지 누리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가 제네니스 브랜드 론칭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려던 찰나, 과거 파업까지 주도했던 전 노조위원장 출신이 다시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셈이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도 부진했던 실적을 만회하고 있는 마당에 파업이라도 발생, 모처럼 찾아온 호기를 놓칠까 우려되는 부분이다.
 
반면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현재 노조원들에게 산적한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닌데 현 집행부가 사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던 점이 불만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차 노사는 임금피크제와 통상임금 협상을 두고 과거와의 갈림길에 서 있다. 현대차그룹은 임금피크제를 내년부터 모든 계열사에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노조의 동의를 아직 얻지 못한 상황이다. 통상임금 확대에 대해서도 노사는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사측의 압박에 대한 위기감이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박유기 위원장도 당선 직후 “현장에서 최근 회사의 견제가 심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연내 타결 가능할까…파업시 피해 우려
박유기 위원장은 조만간 업무 인수인계, 교섭위원 및 쟁의대책위원 교체, 핵심 쟁점 분리 등을 위한 절차를 진행한 뒤 12월 둘째주 또는 셋째주부터 임협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물리적으로 연내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박유기 당선장은 “12월 중순부터 협상을 재개해 임금과 성과금, 일시금, 별도요구안을 논의하면 올해 끝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현대차 측은 이미 강성 노조 당선을 예상한 바 있어 크게 전략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노사관계가 경색될 경우 신차 효과 등에 힘입어 실적 호전이 기대되는 현대차로서는 반갑지 않은 결과인 것만은 분명하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 9월 파업 돌입 찬반투표를 가결시킨 후 추석 전 타결이 무산되면서 3일간 부분 파업에 들어가 4년 연속 파업을 벌인 바 있다. 3일간의 파업에 따른 생산손실은 1만800여대(223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87년부터 2015년까지 28년간 노조의 전체 파업 일수는 410여일, 자동차 생산차질은 125만여대, 매출차질액은 14조2000여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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