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깊어지는 文-安 갈등…화해 여지 있나
野 깊어지는 文-安 갈등…화해 여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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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10대 혁신안 수용’ 文 냉온 전략?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혁신전당대회’ 제안을 거절하며 대립각을 세웠던 문재인 대표가 하루만에 ‘안 전 대표의 10대 혁신안’을 수용하겠다면서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혁신전당대회’ 제안을 거절하며 대립각을 세웠던 문재인 대표가 하루만에 ‘안 전 대표의 10대 혁신안’을 수용하겠다면서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하지만 전날 문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 여파가 상당했기 때문인지 이 같은 손짓에도 안 전 대표 측에선 냉소적 반응만을 내놓은 것은 물론 비주류 일부는 크게 반발하며 탈당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어 당내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
 
게다가 문 대표가 안 전 대표의 10대 혁신안에 따라 당헌·당규까지 개정해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관련 잡음이 확대될 우려도 있어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 文 ‘安 10대 혁신안 전격 수용’ 천명
 
3일 ‘혁신전대’ 거부를 표명함과 동시에 자신을 중심으로 한 현행 지도체제 하에 총선준비에 들어가겠다고 문 대표가 밝힌 데 반발해 4일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는 비주류 중진인 주승용 최고위원이 불참하고 이종걸 원내대표가 쓴 소리를 쏟아내는 가운데 내내 냉랭하게 진행됐다.
 
비주류로 꼽히는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난 대선 때 지원 유세에 나온 안 전 대표가 문 대표에게 자신의 목도리를 둘러줘 ‘통합’의 상징적 모습을 보였단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번엔) 문 대표가 두꺼운 외투를 안 전 대표에게 입혀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 4일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주류로 꼽히는 이종걸 원내대표가 “문 대표가 두꺼운 외투를 안 전 대표에게 입혀줘야 한다”며 문재인 대표를 질타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그러면서 이 원내대표는 “분열을 통합으로 만들 책임이 어느 분보다 이 두 분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분열의 책임이 양측에 있단 지적을 통해 문 대표 뿐 아니라 안 전 대표 쪽에도 책임을 묻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어 ‘전당대회’가 대안임을 거론하며 “두 분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당을 하는 수준으로 처음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문 대표는 전날 강경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 발언을 이어갔는데 “타협하지 않고 가겠다”며 “더 이상 논란과 논쟁을 벌일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날처럼 혁신과 단합을 내세워 자신의 대표직 사퇴를 사실상 거부하고 “혁신의 깃발, 단합의 의지만 남기고 다 버리고 가야 한다”면서도 대표직에 연연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했는지 “거듭 말씀드리지만 대표직 사퇴를 두려워 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지도급 인사들부터 솔선수범하고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는 자세로 혁신과 단합에 함께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는데 그간 비주류 측에서 지도급 인사인 문 대표를 향해 소위 ‘기득권’인 대표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했음에도 본인은 이를 ‘지도부 흔들기’와 ‘해당행위’라고 규정한 것에 비췄을 때 상당히 모순적인 발언이었다.
 
하지만 문 대표는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안 전 대표가 그동안 제안해왔던 10대 혁신안을 수용키로 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또다시 정국을 뒤흔들었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이와 관련, “비공개 최고위 말미에 문 대표가 지시하고 제안해서 의결까지 이뤄졌다”며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을) 다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또 해당 안건이 최고위에서 의결됐으며 당헌·당규에도 반영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안 전 대표는 지난 9월 20일 당 부패척결을 위한 3대 기조와 5대 방안을 발표한데 이어 10월 11일엔 낡은 진보청산을 위한 4대 기조와 5대 혁신구상을 연달아 내놓으며 자신의 구상을 문 대표가 받아들일 것을 촉구해왔다.
 
당시 그가 제시한 10대 방안은 크게 6개의 부패척결방안과 4개의 혁신방안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먼저 반 부패기구로서 당 윤리기구의 혁신, 부패혐의 유죄판결 또는 재판계류 당원은 즉시 당원권 정지 및 일체의 공직후보 자격심사 대상 배제, 부패혐의로 유죄판결 확정시 즉시 제명, 부적절한 언행 엄단, 당 차원의 부패척결 의지 표명으로 부패척결방안을 내세웠다.
 
아울러 혁신방안으로는 당 수권비전위원회 설치, 윤리심판원 전면 재구성 및 막말 청산 등을 위한 정치문화 개혁 TF설치, 김한길-안철수 체제 평가를 위한 집중 토론, 19대 총선 및 18대 대선 평가보고서 공개검증, 원칙없는 선거정책 연대 금지 명시로 4가지를 내놨다.
 
안 전 대표의 이 같은 10대 방안은 문 대표 측의 혁신안과 엄격함에 있어 정도의 차이만 조금 있을 뿐 이미 문 대표도 혁신위를 통한 혁신 추진 과정에서 시행한 바 있어 사실상 방안의 참신성보다 누가 ‘혁신’을 주도하느냐를 두고 양측이 ‘혁신경쟁’을 벌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문 대표가 그럼에도 그간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을 쉽게 수용하겠단 입장을 내놓지 못한 것은 한명숙, 정청래 등 일부 측근 의원들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주장도 있다.
 
안 전 대표의 혁신안에 따르면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친노계 거물인 한 전 총리는 당원에서 아예 제명돼야 하고, 그간 막말 논란으로 윤리위에 회부돼 징계 받았다가 고작 4달 만에 사면된 정청래 최고위원도 재차 강도 높은 조치에 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문 대표는 이날 “한 전 총리, 정청래 의원도 (안 전 대표의 혁신안 대상에) 적용되느냐”는 기자들의 질의에 “논란에 대한 당의 기본 입장들은 지난 번 혁신안 속에 담겨있는 부분이 많이 있고, 안 전 대표의 혁신안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는 부분이 있다”며 “집행을 위한 당규라든지 이런 것들이 마련되면 된다”고 핵심을 피해갔다.
 
◆ ‘安 혁신안’ 앞세워 ‘비주류’ 공천 배제하나?


이렇듯 민감한 부분에 대해선 즉답을 피하면서도 문 대표가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을 수용하겠단 입장을 내놨다는 것에 대해 비주류 측에선 문 대표가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을 명분삼아 비주류를 공천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라고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실제로 안 전 대표의 혁신안 중 ‘부패혐의 기소자에 대한 공직후보 자격심사 배제’ 조항이 적용될 경우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 입법로비 의혹으로 재판 중인 신학용 의원 등 문 대표에 각을 세워온 비주류 인사들이 공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비주류는 문 대표가 당무감사를 거부한 ‘호남 비주류’ 유성엽, 황주홍 의원을 엄중 조치할 것을 전날 당무감사원에 지시하는 한편 도당위원장직 사퇴 거부시 해당지역 의원들이 중론을 모아 대응할 것을 주문한 데 대해서도 ‘친노’의 ‘비노 탄압’으로 바라보며 격앙된 반응을 내놨기에 문 대표의 안 전 대표 혁신안 수용 역시 순수한 의도로만 생각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당사자인 유성엽 의원은 자신을 도당위원장직에서 물러나라고 한 문 대표를 겨냥해 4일 “당대표직에서 물러나십시오! 그러면 저도 도당위원장직에서 바로 물러나겠습니다!”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맞받아쳤다.
 
황주홍 의원도 자신의 블로그 글에서 혁신위와 혁신안, 선출직 평가 기준을 모두 ‘엉터리’라고 규정한 뒤 “문재인·김상곤 합작품이었던 혁신안은 당내 소수 비판세력 제거용 ‘흉기’에 불과하다”며 “그것이 아니라면 연말 20% 탈락자 명단의 맨 위에 문재인 의원의 이름이 들어있어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런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보니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을 전격 수용하겠단 문 대표의 발언도 거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비주류 측이 한층 의혹만 더 품게 돼 당 내홍만 부추기고 있다.
 
◆ 비주류 집단 탈당 가능성도?
 
또 일부에선 통합신당을 추진 중인 박주선 의원과의 접촉 등을 통해 안 전 대표가 탈당을 고심하는 것 아닌지 우려한 문 대표가 전날 강경 대응을 천명한 지 하루 만에 한 발 물러나 안 전 대표의 혁신안을 수용하겠단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라 해석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기류는 비주류인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 소속 의원들의 발언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데 안 전 공동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병호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탈당 가능성과 관련, “안 전 대표도 그렇고 모든 가능성을 놓고 고민해봐야죠”라고 말해 완전 배제하진 않고 있단 뜻을 내비쳤다.
 
문 의원은 “당장 탈당하거나 그러진 않을 것 같다”면서도 비주류 의원들의 거취에 대해 “빠르면 다음주,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결론내야 한다”고 말해 문 대표의 압박이 보다 강해질 경우 자칫 대규모 탈당으로 분당의 위기까지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 총선 출마자를 영입하는 ‘인재영입위원회’ 위원장직까지 당 대표인 자신이 직접 맡기로 결정하면서 차기 총선에 ‘친노 인재’를 대거 발탁하기 위한 수순에 돌입한 거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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