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방침 뒤집고 매각 재논의 끝에 성사…꼼수 논란은 여전

17일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최근 씨티은행과 씨티캐피탈 주식 전량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작업은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 등을 거쳐 내년 3월경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씨티캐피탈의 인수로 리스 및 할부금융의 노하우와 그룹의 리테일 사업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기업대출 부문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업계 1위 러시앤캐시를 비롯, 대부업체 이미지가 강한 아프로서비스그룹으로서는 씨티캐피탈 인수로 최윤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종합 금융사로의 도약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러시앤캐시를 필두로 미즈사랑과 원캐싱 등으로 국내 대부업계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따. 러시앤캐시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은 무려 2조7372억원으로 대부업계 점유율 25%를 차지했다.
최윤 회장은 ‘아프로 = 일본계 대부업’이라는 이미지를 떨치기 위해 서민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꾸준히 타진해 왔다. 실제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지난해 예주저축은행과 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해 OK저축은행을 출범시키고 3조원 가량의 대부업 관련 자산의 40%를 2019년까지 줄이기로 했다.
이에 씨티캐피탈뿐 아니라 리딩투자증권과 공평저축은행 인수에도 뛰어들었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따라서 이번 인수는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올해 인수합병 흑역사를 탈피했다는 의미도 있다.
◆아프로, 천신만고 끝에 인수 성사
무엇보다도 이번 아프로서비스그룹의 씨티캐피탈 인수는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씨티캐피탈은 총자산 1조3000억여원으로 리스영업 부문 업계 9위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미국 씨티그룹이 매각 방침을 밝히면서 매물로 나왔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씨티캐피탈 인수를 추진했고 지난 5월 아프로서비스그룹 계열사인 OK저축은행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씨티캐피탈 노조의 반대가 발목을 잡았다. 당초 인수 대금의 30%를 계약금으로 지불하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할 예정이던 지난 7월 자금 조달 우려와 함께 노조 측의 반대로 인해 계약 체결이 연기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상황은 급속도로 꼬이기 시작했다. 한국씨티은행 이사회는 지난 10월 씨티캐피탈 노사가 서면 합의하는 조건으로 매각 승인안을 통과시켰지만 노조는 찬반 투표에서 승인안을 부결시켰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수 달여 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으로 순식간에 매각 무산 위기가 찾아왔다.
이사회는 조건부로 매각 승인안을 통과시킬 당시 “계약이 성사되지 못할 경우 회사의 청산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부연한 바 있다. 결국 노조의 반대로 씨티캐피탈은 청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사측은 지난달 20일 노사 교섭에서 노조 측에 청산을 통보했다.
결국 청산시 직장을 잃을 위기에 놓인 노조는 입장을 선회했고 매각 재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결국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7개월 만에 씨티캐피탈을 품에 안는 데에 성공하게 됐다.
◆노조, 입장 선회 배경 궁금증 증폭

당초 다수 언론은 10월 이사회의 매각 승인안 조건부 통과 당시 노조가 찬반 투표에서 매각 승인안을 부결시켰던 이유로 직원들이 대부업체로의 인수를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투표에서는 200명의 노조원 중 128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찬성표는 61명으로 절반에 불과했다.
이는 노조가 피인수보다 청산을 원한다는 뉘앙스로 읽히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노조가 씨티캐피탈이 청산될 경우 부채를 갚고 남는 금액으로 퇴직 비용을 받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입장이라는 분석이었다. 아프로서비스그룹으로 인수되면 퇴직할 것이라는 직원들도 적지 않았다는 식으로 보도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 관계자는 당시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본질은 매각에 따른 구체적인 협상 내용이 불합리하기 때문”이라고 이 같은 분석들을 부인했다. 즉 피인수시 고용 승계 여부나 구조조정 여부, 연봉 등에 대한 협상 내용에 따라서는 찬성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는 얘기다.
결국 사측이 청산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공표하자 노조는 청산이 아닌 매각에 대한 재논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많은 언론의 보도대로라면 노조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했던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지만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매각 승인안 부결 당시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던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씨티은행이 노조에 청산을 통보하자 노조가 “청산 결정이 급작스레 이뤄졌으며 이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외면한 것”이라고 반발한 것도 이 같은 해석에 따르면 앞뒤가 맞게 된다. 사실 노조는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닌 셈이다.
◆노조, 아프로로의 피인수 자체를 반대한 적은 없다?
노조의 입장 선회 여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 것은 사측이 청산을 통보한 이후 보였던 행보에 불분명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씨티캐피탈은 2014년 씨티뱅크싱가폴로부터 빌렸던 582억원에 대한 차입금 상환을 지난 달 말 1년 가량 연장했다. 청산을 준비하는 회사가 차입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차입금 상환을 1년 가량 연기한다는 사실은 청산 절차를 밟고 있던 회사의 행보로서는 어딘가 어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1일 열린 씨티캐피탈 이사회에서는 씨티캐피탈이 2130억원 규모의 신용 대출 채권 전량을 OK저축은행에 2251억원에 매각키로 해 헐값 이전 논란이 일었다. 부실채권이 없음에도 10%의 할인율이 적용되고 보유시 발생할 이자 수익 등 미래 수익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노조는 사실상 회사가 노조를 압박할 용도로 청산 방침을 흘리면서 뒤로는 차근차근 매각 절차를 밟아왔다고 반발했다. 이미 씨티캐피탈은 지난달 패트릭 플릭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고 노조위원장도 교체돼 매각 논의가 다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다만 사측은 꾸준히 노조가 청산을 원해서 청산 절차를 진행했고 노조가 재매각 논의를 원해서 재매각을 추진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