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원이 유동성 위기를 견뎌내지 못하고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지난 1956년 설립된 이후 약 60년만의 일이다. 사진은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 ⓒ뉴시스
동아원이 유동성 위기를 견뎌내지 못하고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지난 1956년 설립된 이후 약 60년만의 일이다. 업계에서는 동아원의 몰락을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꼽고 있다. 특히 그룹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동아푸드가 원흉으로 지목된다. 동아원은 잇달아 계열사들을 매각하며 회생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지만, 회사채 상환 실패로 이 같은 자구책이 물거품이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아원은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를 위해 지난 21일 산업은행과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워크아웃)’ 신청을 결의했다.
이번 조치는 동아원의 이사회 결의에 따른 것으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채권금융기관 등의 공동관리절차에 해당된다.
동아원 측은 “304억원 규모의 회사채 원리금 상환해야 했지만, 유동성 위기로 이를 막지 못했다”고 공시를 통해 설명했다. 이어 자회사의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방침이었지만 시간적인 제약으로 자금조달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동아원은 향후 구체적인 진행사항 확정 시 재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8일 동아원은 회사채 원리금 303억9750만원을 갚지 못했다며, 필요한 경우 채권금융기관의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를 받을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동아원 위기 왜? 문어발 사업 확장 지목
제분업계에서 CJ제일제당, 대한제분의 뒤를 이어 점유율 3위(동아원·한국제분 합산)를 달리며 비교적 탄탄한 중견기업인 동아원은 최근 수년간 자금난이 심각해졌다.
업계에서는 동아원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배경에 대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위기를 초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본업인 제분사업과 다소 연관성이 떨어지는 와인, 고급수입차, 패션업 등 무리한 확장을 추진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의 ‘페라리’와 ‘와인’ 사랑이 지나쳤다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이 회장은 업계에서 ‘페라리를 끌고 와인을 즐기는’ 오너로 알려졌다. 동아원그룹은 페라리를 독점 수입하는 FMK를 인수하고, 미국 와이너리 등을 인수·설립하기도 했다.
사업다각화의 성과는 미미했다는 평가다. 그나마 최근 매각된 FMK가 최근 수입시장이 급증하며 2013년부터 수익을 냈지만, 와인사업의 실적은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와인수입 계열사 ‘나라셀라’는 지난해 연결기준 1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지만, 미국 와인계열사 ‘KODO’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탈리아 패션의류 계열 자회사 모다리슨은 지난해 청산되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동아푸드, 그룹 몰락 초래?
▲ 업계에서는 동아원의 몰락을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꼽고 있다. ⓒ동아원
특히 계열사 동아푸드가 이번 동아원그룹의 몰락을 초래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동아원푸드는 지난 2002년 설립된 육류 유통기업이다.
동아원푸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미FTA 를 타결한 후 당시 비난의 대상이 된 미국산 소고기 수입유통에 적극 나섰다.
한국제분의 100% 자회사인 동아푸드는 지난해 매출 379억원, 영업손실 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동아원그룹의 당기순손실의 10% 이상에 달하는 83억원을 기록, 그룹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단기차입금은 한 해 매출에 육박하는 341억원. 동아푸드의 부채는 동아원 주력 계열사인 한국제분과 동아원이 지급보증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