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멘트, 정몽선 전 회장과의 갈등에 ‘몸살’
현대시멘트, 정몽선 전 회장과의 갈등에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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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경영진 해임안 내년 주총 표대결로 결정…소송전도 진행 중
▲ 워크아웃 중인 현대시멘트가 정몽선 전 회장이 현 경영진의 해임을 요청하는 등 전현직 경영진 간의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성우종합건설
워크아웃 중인 현대시멘트가 정몽선 전 회장이 현 경영진의 해임을 요청하는 등 전현직 경영진 간의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시멘트는 지난 10월 현 경영진에 의해 회장 및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된 정몽선 전 회장이 이주환 대표와 임승빈 전무의 해임을 주주총회 표결에 붙이자고 요청함에 따라 해임안을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이주환 대표는 정몽선 전 회장의 매제다.
 
정몽선 전 회장은 지난 10월 둘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신청했고 둘을 포함한 이사회는 정몽선 전 회장이 경영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판단, 대표이사 및 회장직에서 해임시켰다.
 
소송전에 이어 정기주총 표대결로 갈등이 옮겨붙는 양상이 전개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현대시멘트는 바람 잘 날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전현직 경영진간의 갈등이 쉽게 끝날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라 당분간 안팎으로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범 현대가 정몽선 전 회장, 파이시티 사업 무산으로 나락
정몽선 전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조카이자 둘째 동생인 고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현대시멘트는 지난 1969년 정몽선 전 회장의 아버지인 고 정순영 명예회장이 창업했다. 현대건설 시멘트사업부에서 독립한 회사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둘째 동생에게 떼 준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시멘트와 성우종합건설을 물려받은 정몽선 전 회장은 한 때 6개 기업을 이끌며 그룹 덩치를 키우기도 했다. 현대시멘트는 1987년 물려받아 30여년 간 경영을 해 왔다. 현대시멘트는 연간 3000억~4000억원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커 왔다.
 
하지만 현대시멘트의 100% 자회사인 성우종합건설이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사업의 채무 보증을 섰다가 사업이 중단된 이후 정몽선 전 회장은 급격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아버지인 고 정순영 명예회장의 선산마저 경매에 넘어갔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다. 성우종합건설은 지난해 12월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정몽선 전 회장의 주장은 현대시멘트가 워크아웃에 돌입한 것이 전 현대시멘트 경영진이 자신을 배제한 채 당시 자금난을 겪던 성우종합건설에 대한 대규모 보증을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성우종합건설은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지분 18.76%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소송 및 채권단과의 갈등으로 해당 사업은 곧 자금난에 빠졌다. 그런데 현대시멘트는 성우종합건설 시행사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총 4402억원과 성우종합건설의 차입금 748억원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성우종합건설은 물론 현대시멘트까지 급속하게 내리막으로 돌아섰다. 2013년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크게 늘었지만 지급보증 탓에 당기순손실이 무려 3457억원으로 기록됐다. 자본잠식 때문에 상장 폐지 위기에까지 처했다.
 
정몽선 회장은 이를 막기 위해 2014년 감자를 진행하고 채권단 출자전환을 진행하는 등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책임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 과정에서 정몽선 회장 일가의 현대시멘트 지분율이 2.46%까지 떨어져 사실상 지배력을 상실하게 됐다. 여기에 지난해 졸업 예정이었던 워크아웃까지 내년까지 연장돼 영향력은 더욱 악화됐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지분은 83.1%에 달한다.
 
▲ 현대시멘트는 정몽선 전 회장의 주도 하에 연간 3000억~4000억원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커 왔지만, 파이시티 사업 무산으로 위기에 처한 성우종합건설에 지급보증을 서면서 함께 위기에 처했다. ⓒ현대시멘트
◆“오너 배제한 채 경영진이 독단 지원”
정몽선 전 회장은 당시 각자 대표 체제였던 상황에서 현대시멘트 오너인 자신의 의지가 성우종합건설에 대한 지급보증 건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대시멘트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0년 워크아웃에 돌입했던 근본적인 계기가 성우종합건설에 대한 지급보증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현재 현대시멘트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전 경영진 때문이라는 논리다.
 
이에 정몽선 전 회장은 당시 함께 각자대표를 맡고 있던 김호일 부회장을 포함한 전 경영진 4명을 지난 7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혐의는 배임 및 횡령이다. 김호일 부회장 등이 자신의 결재 없이 회사 돈을 임의로 집행한 것은 배임이고 성우종합건설에 지원된 자금 1858억원을 소각 처리한 것은 횡령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정몽선 전 회장은 자신이 2009년부터 뇌출혈 발병으로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김호일 부회장 등이 결재를 강요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현대시멘트 측은 “오너의 의사결정도 없이 수 천억원의 회사 돈이 움직였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입장이다. 현대시멘트는 정상적인 결재를 거쳤고 입증할 서류도 갖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정몽선 전 회장이 고소까지 감행하자 현대시멘트 이사회는 정몽선 전 회장을 대표이사 및 회장직에서 해임시키고 이주환 대표 단독 체제로 전환했다.

◆경영권 회복 위한 포석?…“가능성 낮다”
업계에서는 정몽선 전 회장이 내년 정기주총에 현 경영진의 해임 표결을 요청한 것을 현대시멘트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정몽선 전 회장이 경영권을 되찾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무엇보다도 당시 오너이자 각자대표로서 경영을 총괄하던 정몽선 전 회장이 현대시멘트의 부실에 전혀 책임이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힘을 얻고 있다. 최대주주였던 정몽선 전 회장은 당시 현대시멘트와 성우종합건설의 대표이사를 함께 맡고 있었다. 어쨌거나 오너이자 대표인 정몽선 전 회장이 회사를 수렁으로 빠뜨리게 된 성우종합건설 대상 지급보증에 대해 책임이 전혀 없다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라는 얘기다. 
 
현재 현대시멘트가 복잡한 상황을 겪고 있는 만큼 수 십여년 간 회사를 이끌었던 정몽선 전 회장이 현 경영진을 해임하자고 하는 것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도 들린다. 2년이나 워크아웃이 연장된 가운데서도 조금씩 경영이 정상화되고 있는데 워크아웃에 악영향이라도 미치면 누가 책임지느냐는 얘기다. 더욱이 현 경영진은 워크아웃 이후에 고용된 사람들이라 정몽선 전 회장이 현 경영진의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본질과 먼 일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과거에도 현대시멘트를 괴롭혔던 자본잠식은 최근 들어 다시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대시멘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실적 호조에 힘입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도 했지만 지난 3분기 개별 기준 자산 4800억원, 부채 5220억원으로 420억원의 자본잠식을 기록했다. 성우종합건설의 PF 사업장이 처리될 때까지 분기마다 주가변동에 따라 이뤄지는 출자전환부채평가 탓이다.
 
정몽선 전 회장이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비해 현대시멘트 측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정몽선 전 회장에게는 불리한 요소다. 현대시멘트는 정몽선 전 회장이 두 계열사에 모두 포괄적인 지배력이 있었고 정상적인 결재 과정을 통해 지급보증 등이 집행된 사실을 입증할 내부서류도 있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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