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계, ‘원샷법’ 놓고 한목소리…왜?
산업·경제계, ‘원샷법’ 놓고 한목소리…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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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우리 경제 비중 무시 못해…반드시 포함해야”
▲ 경남·부산·울산 상공인들을 대표해 최충경 경남상의협의회 회장(창원상의 회장)이 21일 부산을 방문한 정의화(가운데) 국회의장과의 간담회에서 경제활성화법(기업활력제고법, 노동개혁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조속 처리를 건의하고 있다. ⓒ뉴시스
산업계와 경제계가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 적용대상을 제한하자는 것에 대해 잇달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언제 어떻게 어려움에 직면할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는 법인만큼, 취지에 맞게 업종·규모제한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여야는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법’이라는 의견과 ‘대기업을 위한 법’이라는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기계산업진흥회 등 산업계는 24일 성명을 내고 (원샷)법 제정 논의 과정에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거나 일부 업종만을 대상으로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점에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계는 “대기업이 우리 경제와 주력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동법 적용대상에 대기업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기업의 편법적 경영권 승계 등 악용 가능성 문제는 동법에 포함된 여러 장치를 통해 충분히 차단할 수 있으며 이는 시민단체에서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기업들을 선제적으로 지원한다는 동법의 취지와 통상분쟁 가능성을 감안하면, 일부 업종만을 제한적으로 적용해선 안 된다는 게 산업계의 입장이다.
 
산업계는 조선·철강·석유화학 분야 외에 기계·자동차·전기전자·섬유 등 다른 주력 제조업 모두 언제 어떻게 어려움에 직면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해당 법이 선제적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인만큼 특정 업종을 전제해 법을 제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산업계는 “사전적으로 특정 업종으로 법적용을 제한하면 국제무역기구 규정에도 위반될 소지가 있고, 이는 국가간 불필요한 통상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성명에는 기계산업진흥회·디스플레이산업협회·반도체산업협회·비철금속협회·석유화학협회·섬유산업연합회·자동차산업협회·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전지산업협회·조선해양플랜트산업협회·철강협회·플랜트산업협회·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등이 참여했다.

◆“업종·규모제한 원샷법 실효성 없어”
 
경제계 역시 적용대상을 규모·업종으로 제한하자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같은날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7개 경제단체는 ‘기업활력제고법 입법 논의 방향에 대한 경제계 긴급 의견’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경제계는 “지금 국회에서 기업활력제고법 적용대상을 대기업은 원칙적으로 제외하고,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일부 과잉공급업종에 대해서만 허용하는 방향으로 논의되는 것은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라며 “입법화되더라도 법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져 법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경제계는 규모와 업종제한은 원샷법의 당초 취지와 크게 동떨어진 것이며, 이는 어려워진 우리경제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적용 대상을 처음 안대로 전산업·전규모 기업으로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
 
▲ 한국철강협회·조선해양플랜트협회·석유화학협회·자동차산업협회 등 13개 단체가 지난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뉴시스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일부 과잉업종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허용하자는 방안에 대해서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고려할 때 어느 업종에서 어떤 형태의 구조조정 요인이 생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 과잉문제가 생기면 업종을 확대해 나가자는 것은 선제적인 사업 구조조정이라는 법 취지와 맞지 않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은행이 업종별 유동성 위험기업 수 비중을 산정한 결과에 따르면 조선과 철강 등의 과잉공급업종 뿐만 아니라 건설, 전기·전자, 기계장비, 자동차 등 전 업종에서 유동성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대외 충격 발생 시 크게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계는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기업의 사업재편 내용을 보면 전업종, 전규모의 기업에서 골고루 일어날 정도로 사업재편에 대한 수요가 광범위하게 발생했다”며 “위기가 어디서 닥쳐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업이 선제적이고 상시로 사업재편을 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연내 제도기반을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두고 대립
 
원샷법은 과잉공급업종 기업의 인수·합병 등 사업재편 절차를 지원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여야는 법 적용 대상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포함할 것인지를 두고 극명한 견해차를 보여왔다.
 
여당은 과잉공급업종 기업 대부분인 대기업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야당은 이 법이 대기업 지배구조 강화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이 법은 사업 재편 승인을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10여개의 지원내용을 담고 있다. 상법상 특례와 공정거래법상 특례, 기타 지원조항으로 크게 나뉜다.
 
구체적인 내용은 ▲소규모분할제도 신설 ▲소규모합병 및 소규모분할합병 요건 완화 ▲간이합병 및 간이분할합병 요건 완화 ▲합병 등에 있어서 주주총회 절차 간소화 ▲주식매수청구권 절차 간소화 ▲지주회사 규제의 유예기간 연장 ▲지주회사의 자회사 규제에 관한 특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 규제에 관한 특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규제에 관한 특례 ▲채무보증제한기업집단의 규제에 관한 특례 등이다.
 
이 가운데 야당이 가장 강력하게 반발하는 내용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규제에 대한 특례’다.
 
이 법은 재벌 대기업을 뜻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사업 재편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순환·상호출자를 하는 경우, 해소 유예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 및 여당은 이 기간이 6개월로 제한될 경우, 계열회사 지분을 처분할 때 헐값매각의 우려 및 재원마련 등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야당은 그러나 이들 기업이 자발적·선제적 구조조정을 추진할 재원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이 조항이 오히려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에 따라 주주·채권자·근로자 등의 이익을 훼손할 공산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법안이 대기업을 위한 법이라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대기업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는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없다면서, 이 법안이 대기업만 특혜를 보지 않게 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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