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 암울…정유·항공 등은 활짝

31일 업계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대체적으로 산업계는 수출 부진 속에 힘겨운 한 해를 보내면서 실적 악화가 두드러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우리나라 수출액은 4846억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4%나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전세계를 강타한 저유가 기조 속에 자동차와 철강, 조선 등은 유독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반면 정유와 항공 등은 저유가 효과를 보는 등 산업별로 엇갈린 표정을 짓고 있다.
◆철강, 암울한 분위기 이어가나
지난해 어두운 한 해를 보냈던 철강산업은 올해도 힘겨운 싸움을 계속했지만 새해에도 어려운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아 암울한 분위기다.
산업은행의 2016년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철강산업은 2016년에도 0%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 확대에 따른 중국 철강재 유입 증가와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예상돼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올 한해 철강산업의 동향과도 유사하다. 철강업계는 올해 국내에서 수입산 철강제품에 고전하면서 수출 시장에서도 보호장벽을 넘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중국의 영향력은 내년에도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수입량의 62.6%를 차지했던 중국산 철강재는 철강업계에 직격탄을 날렸고 내년도 중국 내수 시장 둔화로 인한 수출 밀어내기 확대가 철강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흥국과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반덤핑 제소가 줄을 이었다.
◆자동차 시장, 내수 판매 최대 부른 경쟁
자동차 시장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한 해를 보냈다.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올해 181만여대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보다 9.2% 증가한 수준으로 역대 최대 내수 판매량이다.
이는 각 완성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진행한 것에 따른 결과다. 특히 수입차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맏형 격인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판촉 경쟁을 벌였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시장에 공장을 설립하고 제네시스 독립 브랜드 론칭에 공을 들였지만 올해 생산량은 연초 정몽구 회장이 목표치로 제시했던 820만대에 살짝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차는 티볼리 등의 효과로 적자 규모를 크게 줄이며 내수 시장에서 선전했지만, 최대 해외시장인 러시아 등의 경기부진으로 수출이 크게 부진했다.
한국지엠은 하반기 출시한 임팔라 등의 신차 효과로 선전했다는 평가다. 신차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섰던 르노삼성은 내수 판매 부진을 이어갔다. 내년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나란히 신차를 투입하며 반전을 꾀할 예정이다.
반면 폭스바겐 사태와 골프채 사건, 잇단 화재 등으로 수입차들은 늘어난 판매량에도 웃지 못했다.

주요 3사가 수 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조선업계는 사상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빅3는 모두 수주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저유가로 인해 해양플랜트 수주 부진이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건조하던 프로젝트마저 취소되는 등 악재가 줄을 이었다.
내년에도 전망이 어둡다. 산업은행은 내년 조선업 수출 감소폭을 4.9%로 전망했다. 역시 저유가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분석이다.
특히 한국무역협회는 2016년 해양플랜트 시장의 경우 370억 달러를 수출할 것으로 전망, 2015년에 비해 2.6% 감소할 것으로 봤다. 수주 부진과 경쟁 심화로 저수익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올해 대규모 충당금을 설정하면서 실적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또한 올해 그나마 효자 노릇을 했던 유조선, LNG선 등의 고부가가치 분야는 한 줄기 희망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조선업계가 2016년 고난의 한 해를 보낸 후 2017년부터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항공, 저유가 효과 지속될 듯
반면 정유업계는 저유가 기조가 한 해 내내 지속되면서 최악의 한해였던 2014년에 비해 반등에 성공, 실적이 순항을 거듭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중반 갑작스러운 저유가로 정제마진 등에서 큰 타격을 입었던 정유업계는 올해 5조원의 영업이익 돌파가 전망된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원료비 절감 효과에 힘입어 안정적인 한 해를 보냈다.
내년에도 저유가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올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원유수출 허가, 이란의 원유수출 본격화 등으로 인한 원유 구매처 다변화도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 특성상 유가 흐름이 전망과 달라진다면 예상 외의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류비가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사들 역시 메르스 악재를 딛고 저유가 덕을 톡톡히 봤다. 특히 저비용항공사들은 국제선 점유율에서 사상 최고점을 경신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아직 성장 여력이 많이 남아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어 저비용항공사들은 새해에도 고공행진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역시 유가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은 남아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제기된다.

반도체는 올해 수준을 이어가거나 소폭의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는 평가다. 특히 중국 업체의 성장세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도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는 세계 반도체 1위 국가를 굳건히 지켰다. 삼성전자는 D램 반도체 시장점유율을 지난 2분기 45%까지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SK한이닉스 역시 세계 3위에 등극했다.
다만 반도체는 해외생산 확대와 D램 가격 하락세가 악재로 꼽힌다. 디스플레이 역시 중국의 저성장과 해외생산 확대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득세하고 있는 샤오미·화웨이 등의 경우처럼 중국 업체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단박에 기술격차를 줄일 경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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