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수 년째…회사 실적은 수렁 속으로

29일 업계에 따르면 보루네오가구는 내달 4일 인천시 연수구 라마다송도호텔에서 송달석 대표 등 현 이사진 7명과 및 감사 1명의 해임과 류창희 씨 등 신규 이사진 및 감사의 선임을 놓고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이는 지난 7월 소액주주 10명이 임시주총 소집을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낸 데에 따른 것이다.
현재 보루네오가구 최대 주주인 전용진 예림임업 회장이 확보하고 있는 보루네오 지분은 15.29%다. 지난 23일 전용진 회장 측은 예림입업을 통해 보루네오 주식 0.24%를 장내매수했다.
또한 지난 11일 경영권 참여를 선언한 대구의 중견건설업체 태왕이앤씨, 씨케이차이나유통그룹, ㈜석성 등은 5.51%의 지분(22일 기준)을 확보하고 있다. 양 측의 지분 차이는 적지 않은 수준이지만 보루네오가구의 소액주주가 80%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다.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는 쪽이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영권 분쟁의 양상 탓에 오랜 기간 실적 악화로 시름을 앓다 지난해에서야 법정관리를 졸업한 보루네오가구는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양측은 현재 조금이라도 우호 지분을 더 얻기 위해 소액주주 측의 위임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루네오가구 “아 옛날이여”
지난 1966년 출범 이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구회사로 성장해 온 보루네오가구는 1988년 상장을 통해 세계 최대의 가구회사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법정관리에 돌입했고 2014년 보루네오가구 공장이 공매에 붙여지는 등 최근 들어 유독 부침이 심한 모양새다.
보루네오가구의 지난해 매출은 541억원으로 2013년에 비해 42%나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51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매출은 2012년 1529억원에 비하면 3분의 1 가량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6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3분기에도 3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법정관리를 조기졸업하고 이케아를 벤치마킹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지만,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321억원, 영업손실 101억원으로 경영 상황이 전반적으로 최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경영권 참여를 선언한 태왕이앤씨 등은 경영진이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현 최대주주인 전용진 회장이 보루네오가구 공장에 이어 법인까지 인수한 후 고소·고발전이 이어지고 경영진 교체가 잦아지는 등 내홍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전용진 회장은 지난해 안섭·송달석 각자대표 체제에서 올해 3월 송달석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지난 9월 김환생 전 삼우개발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가 2개월여 만에 다시 송달석 전 대표를 불러들였다. 보루네오가구는 2012년 이후 3년 사이 대표이사가 8번이나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혼란이 경영진의 경영 능력 부족 및 신·구 경영진 간의 갈등에서 빚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9월 취임했던 김환생 전 대표가 전 경영진의 배임 및 횡령혐의 등을 따져 들어가자 교체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양 측의 신경전은 임시 주총과 동시에 고소·고발전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검찰에 따르면 보루네오가구는 지난 24일 김은수 씨 등 6명의 전 임직원을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혐의는 145억원에 달하는 횡령 및 배임이지만 피고소인들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경영권 분쟁의 일환으로 읽힌다. 피고소인들 역시 무고 및 허위사실 유포로 전용진 회장과 송달석 대표를 맞고소했다.
앞서 지난달 17일에는 보루네오 소액주주들이 전용진 회장과 안섭 전 대표 등을 배임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소한 바 있다. 전용진 회장이 보루네오가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감정평가액 630억원의 공장을 불과 454억원에 인수해 회사에 170억원 가량의 손실을 끼쳤다는 주장이다.
지난 10월에는 보루네오가구가 이사 5명을 신규 선임하기 위한 주주총회를 열자 일부 소액주주들이 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을 내기도 했고 6월에는 소액주주 윤모 씨가 보루네오가구를 상대로 주주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과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특히 소액주주들이 신규 대표이사로 밀고 있는 류창희 씨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 씨의 동갑내기 친구로 알려지면서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더욱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보루네오가구 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재 위임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상대 측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보루네오가구는 최근 주주들에게 주총 의결권의 대리 행사를 권유하는 공시에서 “류창희 씨는 전재용 씨와 비엘에섯 웨어밸리 등의 기업을 함께 운영했던 동갑내기 친구이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 관리에 조력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인물”이라면서 회사의 미래를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전용진 회장 역시 최근 “경영권을 노린 이번 적대적 M&A 공격은 새롭게 확보한 회사 자금을 노린 야만적이며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전투구 속 회사 미래는 산으로
문제는 회사 안팎의 혼란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회사의 미래가 더욱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 때 1위를 달리던 보루네오가구의 가정용 가구시장점유율은 4.0%를 기록, 한샘의 80.6%에 크게 뒤진다. 수입가구의 공세 및 해외직구 세태 등으로 업황도 어둡다. 이케아 등의 해외가구업체 진출도 활발해 사업에 집중해야 할 때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제대로 된 반격도 해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300여명 가량의 보루네오 직원들과 하청업체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직원들은 최근 새 경영진이 회사의 정상화를 꾀하겠다고 밝히면서 기대에 부풀기도 했지만 내달 열릴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기대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더욱이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보루네오가구는 존폐 위기에까지 몰린 상황이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전 임직원의 횡령·배임 혐의를 공시한 보루네오가구에 대해 주권 매매거래를 정지하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들어갔다. 이에 보루네오가구가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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