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갑을’ 문화 개선 프로젝트 ‘실패?’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갑을’ 문화 개선 프로젝트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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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갑질 논란…“계약서 표현 바꿔도 소용없어”
▲ 롯데마트다가 협력사에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납품을 강요했다는 폭로가 방송 전파를 타면서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DB
새해가 시작된 지 열흘 만에 또 갑질 논란이다. 이번에는 롯데마트다. 이 업체가 협력사에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납품을 강요했다는 폭로가 방송 전파를 타면서다. 온라인 커뮤니티 및 포털사이트 등은 롯데마트를 비난하는 글로 도배가 돼 있다. 특히 지난해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갑을 문화를 개선하겠다”며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벌였는데, 만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실패한 프로젝트”, “말뿐인 상생”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TV프로그램 ‘시사매거진 2580’에서 축산업체 대표 윤모씨의 인터뷰가 전파를 탔다. 윤씨는 이 방송을 통해 롯데마트 측에 원가를 밑도는 가격으로 삼겹살을 3년간 납품해왔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윤씨가 롯데마트 측으로부터 입은 손해액은 100억원에 달한다.
 
방송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해 ‘삼겹살데이(3월3일)’ 행사 당시 롯데마트 측으로부터 납품가격에서 물류비·세절비·카드판촉비·컨설팅비 등을 일방적으로 제외시킨 가격을 강요받았다. 또 고기를 썰거나 포장하는 비용까지 떠넘겼다고 윤씨는 주장했다.
 
당시 납품가격은 1㎏에 6970원이었다. 이날 다른 거래처 납품가는 1만4500원(1㎏) 수준이었다. 더구나 윤씨는 마트 담당자들에게 술 접대 등 금품과 향응도 제공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윤씨는 방송에서 “행사로 2억원이 적자가 나는데, 1000만~2000만원을 (롯데마트가) 보전해준다고 해도 1억8000만원은 적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견디다 못한 윤씨는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에 롯데마트를 신고 조치했다. 서울사무소는 자체 판단해 공정거래조정원으로 사건을 넘겼고 현재 추가 조사를 실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마트는 이에 대해 “행사 때문에 일시적으로 낮아진 단가는 행사 후 제품 단가를 다시 올려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보전해주고 있다”면서 “연간 매입 금액은 평균 제조원가보다 항상 높았다”고 반박했다.
 
또 “물류비 역시 제품 납품시 최종 인도장소는 물류센터가 아닌 전국의 롯데마트 검품장까지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전국의 각 점포까지 납품돼야 할 상품을 대행해주는 개념의 수수료”라고 해명했다.
 
◆ 계약서에 ‘갑-을’ 없앤다더니….
 
현재 포털사이트 등에서는 롯데마트의 이번 갑질 논란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다. 특히 롯데마트가 ‘파트너사-롯데마트 간 신 문화 실행’ 프로젝트를 시행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공염불’로 끝난 프로젝트라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3월 모든 계약서에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유통가에서 빈번한 ‘갑을’ 문화 개선을 위한 조치였다. 현재 롯데마트는 계약서에 ‘롯데마트’와 ‘파트너사’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이전까지 롯데마트는 협력사를 ‘갑’, 롯데마트를 ‘을’로 표기해왔다. 스스로를 낮추자는 의미에서 협력사를 갑으로 기재한 것으로, 지난 2013년 4월부터 시행해오다가 ‘갑을’ 표현 자체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 롯데마트는 지난해 3월 모든 계약서에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직접 지시한 ‘갑을’ 문화 개선을 위한 조치였다. ⓒ롯데마트

이는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협력사 직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롯데마트 소통폰’도 개설했다. 롯데마트 직원이 협력사 직원을 칭찬하는 내용의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소통폰에 보내면 김 대표가 이 중 감명 깊은 사연을 골라 협력사 대표에게 감사 편지를 보낸다.
 
그러나 이번 갑질 논란으로 김 대표의 이같은 노력은 물거품이 됐고, 역시 ‘말뿐인 상생’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 안팎에서는 표기만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당시 갑과 을의 표현을 맞바꿨을 때에도 “이제는 ‘을질’하겠네” 등의 조롱 섞인 비판이 온라인상을 달구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갑을 문화 없앤다고 표기만 바꾸면 뭐하나. 협력사보다 우위에 있다는 마음가짐이 문제”라면서 “납품업체가 없으면 유통회사도 살아남기 힘들다. 서로 동등한 관계로 봐야한다”고 꼬집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마트가 계약서에 갑을 표기를 없애기로 했는데, 당초 예상한 효과는 없는 것 같다”면서 “최근 몽고식품 폭행사건 탓에 기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황이어서 논란이 더 확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갑질 논란 잇달아
 
롯데마트의 갑질 논란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롯데마트 경북 김천점에서 부점장 J씨가 투신해 사망했는데, 이는 롯데마트 측의 ‘과징금 전가’와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민주노총 전국 서비스산업 노동조합연맹은 지난해 2월 롯데마트 김천점 직원이 상품을 옮기다가 상품이 고객을 덮쳐 부상을 당한 것과 관련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과징금 전가’ 문제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온 J씨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롯데마트는 법규위반으로 인한 벌금 등을 관행적으로 직원들에게 전가해왔다고 민주노총은 주장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당시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전혀 근거 없는 얘기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구청에서 유통기한 문제로 지적을 받으면 보통 2000만~3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되는데, 그걸 어떻게 직원보고 감당하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J씨가 사망한 날은 과징금이 부과되지도 않은 시점이었고, 영업정지 7일에 대한 행정처분 명령만 나왔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입장은 이와 달랐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당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과징금 전가’ 부분은 (롯데마트) 내부 제보자를 통해 확인한 것”이라면서 “롯데마트에서 함구령 내린 상황에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원이 직접 나서서 ‘회사가 과징금을 전가했다’고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응수했다.
 
지난 2014년 12월에는 납품업체에 시식행사 비용을 전가하는 횡포를 부리다가 공정위에 적발되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2013년 2월~2014년 4월 창고형 할인매장인 ‘VIC마켓’에 납품하는 149개 업체에 시식행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인건비, 조리기구 등의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액 부담하도록 했다.
 
시식행사는 롯데마트 측에서 매출 활성화, 상품재고 부담해소 등 판매촉진을 위해 기획한 행사로 대행업체를 통해 총 1456차례 진행됐으며 16억500만원이 소요됐다. 결과적으로 시식행사로 인한 이익은 롯데마트에게만 돌아간 셈이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롯데마트는 납품업체들과 행사비용 등에 관해 약정하지 않은 뒤 행사진행 이후에 비용을 모두 떠넘겼다”며 “대형유통업체가 판촉행사를 실시할 경우에는 판촉비용 분담비율·금액 등을 납품업체와 사전에 약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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