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엔 지분 매도청구 여부로 제휴·경쟁 갈림길

1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76.4%를 1조8700억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인수 지분은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가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인 스타인베스트홀딩스 지분 61.4%와 SK플래닛 지분 15.0%다.
카카오는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과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음악 콘텐츠 장점을 살려 제3의 콘텐츠 플랫폼을 개발할 것이라며 대형 인수합병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음악 재생 서비스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본 것으로 알려졌다.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음원재생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60%에 육박한다.
특히 카카오가 인수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에 경영권과 무관한 SK플래닛 지분 15% 가량이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업계에서는 SK플래닛 지분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SK텔레콤에게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당초 로엔엔터테인먼트는 SK그룹에서 떼어져 나온 회사다. 1978년 설립된 서울음반이 전신인 로엔엔터테인먼트는 2005년 SK텔레콤이 지분 60%를 인수하면서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후 SK텔레콤은 국내 최대 음원서비스로 자리매김했던 멜론을 2008년 로엔엔터테인먼트에 넘겨줬다. SK플래닛이 2011년 10월 분사하자 로엔엔터테인먼트는 SK플래닛의 자회사로 이관됐다.
이번 매각 규모가 2조원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SK그룹으로서는 배가 아플 법하다. 당초 멜론은 SK텔레콤이 막대한 가입자를 기반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보낸 끝에 3000만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한 시장지배적 서비스였다. 현재도 SK텔레콤 가입자들의 스마트폰에는 기본적으로 멜론이 탑재돼 있고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매출 80%가 멜론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를 보유할 경우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사 ㈜SK의 손자회사인 SK플래닛은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처리하거나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하는 갈림길에 놓였다.
결국 SK플래닛은 지난 2013년 어피니티에 로엔엔터테인먼트를 매각했다. 하지만 지분 15%를 남겨놓으면서 동반매도청구권을 계약에 포함시켰다. 어피니티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 SK플래닛이 보유한 지분 15%도 함께 매각해줄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2013년 당시 지분 매각 대금은 주당 2만원 수준으로 총 2659억원이었다. 67.56%의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SK플래닛이 잔여 지분 22% 가량을 모두 인수할 경우 소요될 자금은 2000억원 가량이었다. 하지만 이번 매각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한다. 어피니티가 이번 매각으로 챙기는 차익은 1조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동반매도청구권 행사로 지분 15%를 매각할 경우 SK그룹이 얻게 되는 수익도 2800억원 규모로 무시못할 수준이지만 어피니티의 수익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지난해 어피니티가 로엔엔터테인먼트 매각을 추진하면서 SK그룹 측에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 의사를 물었지만 SK그룹 측은 거부 의사를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매각으로 SK텔레콤이 카카오와의 제휴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상황이다.
카카오는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어피니티와 SK플래닛을 상대로 8일 카카오 종가 11만5200원에서 5.3% 가량 할인된 주당 10만9121원의 가격으로 제3자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어퍼니티와 SK플래닛은 이에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카카오에 매각하는 대신 카카오 지분을 각각 8.29%와 2.02% 가량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SK플래닛이 카카오 지분을 보유하게 될 경우 SK플래닛은 물론 SK텔레콤과 카카오의 제휴가 강화될 것으로 점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현재 SK텔레콤 가입자들의 스마트폰에는 멜론이 기본으로 탑재돼 있고 T멤버십으로 이용 요금을 30% 가량 할인도 해 주고 있다. 카카오는 일단 이 같은 혜택을 그대로 가져간다고 밝혔다. 계약관계를 이어갈 것이라는 얘기다. 카카오 입장에서도 SK텔레콤과의 제휴 관계가 끊어질 경우 막대한 가입자 이탈이 예상된다.
반면 SK플래닛과 카카오가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놓이면서 수 차례 감정싸움을 지속했던 점은 변수다. 앞서 SK플래닛은 카카오톡에서 모바일 상품권 사업을 진행하다 카카오가 2014년 모바일 상품권 시장에 진출하자 공정거래위원회에 카카오의 일방적 계약종료를 제소한 바 있다. 지난해에도 SK플래닛은 카카오의 내비게이션 서비스 앱 ‘김기사’가 T맵의 DB를 무단 사용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SK플래닛 측은 아직 동만매도청구권 행사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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