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주주들 지분 매각…기술력 축적 해외서 인정받아

디아이피홀딩스(㈜두산 자회사)와 한화테크윈은 지난 11일과 6일 각각 보유 중이던 KAI 주식 487만3754주(3046억원), 390만주(2796억원)를 매각했다. 이는 자금난에 시달리던 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나서면서다.
주요 주주들이 잇따라 지분을 팔아치우면서 KAI의 민영화가 불투명해 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KAI의 최대주주는 한국산업은행(지분율 26.8%)이다. 산업은행은 KAI 민영화를 추진해왔으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민영화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꼭 대기업이나 국가기관을 최대 주주로 끌어들여야 기업가치가 유지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국내 은행이나 보험사 등을 주요 주주로 확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기술 유출’ 혹은 ‘해외기업의 적대적 M&A’인데 기술이전을 포함한 모든 해외 수출에 대해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고 일부 국가에는 수출이 원천적으로 제한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항공기 산업, 경쟁력 강화로 사업 확대
KAI의 매각이 지지부진한 것과는 무관하게 항공기업체들의 경쟁력은 성장세를 달리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 항공기업체들은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비용을 분담하는 조건으로 KAI와 손을 잡는 등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KAI는 KT-1·수리온·T-50 등 기존 기종과 한국형전투기(KF-X), 소형민수·무장헬기(LCH·LAH), 미국 수출형 훈련기(T-X) 등을 생산한다. KAI는 우리 공군과 인도네시아 외에 KF-X를 500~600대 추가 수출해 1000대 이상을 판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KAI는 수리온 파생형헬기 개발·한국형 발사체 총조립·차세대 중형위성 개발 프로젝트 등도 진행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KAI는 기술력 제고를 위해 연구개발 인력을 현 1300여명에서 2000여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KAI의 설계기술은 선진국의 95%, 시험평가 기술은 97~98% 수준으로 평가된다는 게 KAI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화테크윈, 항공기 부품 기술력 축적
KAI의 보유지분을 매각한 한화테크윈은 항공기 부품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F-15K 전투기, T-50 고등훈련기 등 우리 공군의 주력 항공기 엔진을 생산하고 있으며, 수리온의 엔진도 만든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뿐 아니라2021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 위성발사체 ‘KSLV-Ⅱ’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축적된 기술을 기반으로 지난 2013년 미국 GE와 6000억원 규모의 함정 및 발전·산업용 가스터빈 엔진 LM2500 LPT 모듈 장기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3월에는 KAI와 1700억 규모의 T-50 고등훈련기용 엔진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11월 미국P&W와 약 1조원, 지난해 1월 미국 GE와 약 4700억원 규모의 항공기 엔진 부품 공급권을 따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진기술과 경험을 갖춘 후발국이 진입 가능한 훈련기·경공격기, 중소형 민항기 등의 틈새시장을 공략할 경우 항공선진국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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