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연쇄탈당, ‘더민주’ 흔들리나
끝 모를 연쇄탈당, ‘더민주’ 흔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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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계 집단 탈당…박지원 내주 탈당 예고
▲ 12일 권노갑 상임고문(사진 가운데)의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에 이어 봇물 터지듯 더민주 탈당행렬이 이어지고 있어 야권의 주도권이 안철수 신당으로 완전히 기울어진 것 아니냐는 견해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일찍이 예견돼왔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이 지금껏 애써 외면해온 ‘연쇄탈당’이란 최악의 사태가 점차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12일 오전부터 동교동계의 좌장격인 권노갑 상임고문이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데 이어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최원식 의원도 이날 더민주 측에 12번째 현역 의원 탈당의 기록을 남기며 ‘국민의당’으로 옮겨갔다.
 
오후에는 더민주 전국평당원협의회 지도부 등도 대거 탈당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은 물론 내주엔 박지원 의원까지 뜻을 같이 할 현역 의원들과 함께 탈당하겠다고 예고하고 있어 그간 야권을 대표해왔던 더민주는 사실상 반쪽짜리 정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특히 대다수의 더민주 탈당 인사들이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국민의당’ 측은 기 예견한 바와 같이 원내교섭단체 구성 기준(현역의원 20명)은 머지않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대조적인 분위기 속에 그동안 ‘추가 탈당’에도 큰 내색을 않던 더민주 문재인 대표는 이날 또다시 새 영입인사를 소개하면서도 연이은 탈당이 주는 부담이 상당하다는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이날 영입했다는 인재가 더민주 측으로부터 돌아선 광주에서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진검승부를 시사해 총선을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권노갑 탈당 천명…‘동교동계 이탈 수순’

 
DJ의 정치적 동반자로서 한화갑 전 의원과 함께 동교동계를 이끌어온 권노갑 상임고문이 12일 김옥두·이훈평·남궁진윤철상박양수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 15명과 더불어 끝내 탈당을 결행했다.
 
그간 더민주에서 많은 의원들이 이탈했음에도 여전히 잔류해있던 권 상임고문은 존재 자체로 야권의 뿌리이자 호남 정치의 상징으로서 상당한 무게감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마저도 이날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 주류를 겨냥해 “당 지도부의 꽉 막힌 폐쇄적 운영방식과 배타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민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며 “60년 정치인생 처음으로 몸담았던 당을 스스로 떠나려고 한다”고 심경을 밝혀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권 상임고문은 앞서 문 대표에게 2선 후퇴와 비대위 체제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으나 문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탈당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문 대표가 탈당만은 말아달라는 뜻을 전하며 만류했음에도 결국 탈당이 단행되면서 더민주의 중추지역인 수도권과 호남 중 호남권의 이탈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날 전격 단행된 그의 탈당은 더민주의 주요 지지기반인 호남에서의 민심 이반을 상징하기도 해 탈당을 저울질하던 나머지 중진들의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사료된다.
 
▲ 12일 권노갑 상임고문의 탈당은 같은 호남권 핵심인사인 박지원 의원의 더민주 탈당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미 탈당을 고심해온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내주 탈당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수도권 계열인 정대철 상임고문 역시 빠르면 오는 14일경 전직 의원 40여명과 동반 탈당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박 전 원내대표의 탈당으로 김영록, 이윤석, 이개호, 김승남, 박혜자 의원 등 박지원계 의원들도 동반 탈당할 가능성이 높아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데, 김영록 의원의 경우 지난 11일 이미 더민주 수석대변인직을 사퇴한 바 있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박 전 원내대표가 권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탈당 인사들과 행보를 같이 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인데 동교동계 역시 당장 특정 정당으로 향하기보다 총선을 앞둔 시점인 만큼 재야에서 야권 통합에 힘쓰는 데에 역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이들의 행보에 대해선 당분간 좀 더 관망할 필요가 있다.
 
◆ 국민의당, 원내교섭단체 목표 이뤄낼까
 
이런 가운데 이날 손학규계로 꼽히며 비주류로서 ‘구당모임’에서 활동해온 최원식 의원도 더민주를 탈당해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 당에 합류했다.
 
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보와 중도 그리고 합리적 보수까지 아우르는 사회통합적 진보정치가 필요하다”며 “저는 더민주당에서 제 소신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고 탈당 배경을 밝혔다.
 
최 의원의 이번 탈당으로 국민의당은 1차적 목표인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데 있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은 먼저 더민주(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를 떠나 독자 신당을 창당한 천정배·박주선 의원과 아직 재야에 남은 최재천 의원을 제외하면 문병호·유성엽·황주홍·임내현·김동철·권은희·김한길·김영환·김관영에 이어 안철수 신당에 합류한 11번째 현역 탈당 의원인데, 이에 따라 국민의당은 앞으로 9명의 현역의원만 확보하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아직 부족한 9명에 대해서도 향후 박지원 의원과 동반 탈당하게 되는 현역 의원들이 합류할 가능성을 비롯해 그간 영입에 공들여온 최재천 의원의 입당 가능성 등을 예상해본다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 시점에서 야권의 무게중심이 국민의당으로 한층 급격히 쏠릴 수 있는 변수로 더민주 박영선 의원의 탈당 여부나 손학규, 정동영 전 의원의 합류 여부가 손꼽히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손 전 의원 영입에는 국민의당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만큼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비록 손학규계 인사로서 김동철 의원과 김유정 전 의원이 이미 국민의당에 합류해있지만 이날 최 의원까지 추가로 입당했다는 점에서 손 전 의원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 의원은 이날 탈당 발표에 앞서 손 전 의원과 상의했냐는 기자들의 질의에 대해 “전화로 말했더니 아무 말이 없었다”고 밝혀 칩거 중인 손 전 의원이 당장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이진 않고 있다.
 
또 최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다른 수도권 의원들의 움직임은 어떻느냐”는 질문에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답해, 만일 수도권을 지역구로 하는 박영선 의원이 탈당할 경우 비주류 의원들의 연쇄탈당행렬은 수도권까지도 번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날 오전 구민주계 인사들의 모임인 정통민주발전협의회 소속 원로 200여명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도개혁 신당추진세력의 대통합과 대단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더민주를 집단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옮겨갔으며 같은 날 오후엔 더민주 전국평당원협의회가 노골적으로 “대세는 ‘안철수 신당’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탈당을 선언했다.

◆ 더민주 “탈당 움직임, 무척 아파”
 
이처럼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탈당선언에 대해 12일 문 대표는 그간의 침묵을 깨고 공식 석상에서 오랜만에 ‘연쇄 탈당’에 대한 심경을 ‘짧고도 무겁게’ 내비쳤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여성임원인 양향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개발실 상무를 7번째 더민주 외부 영입인재로 소개하는 자리에서 “지금 우리 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탈당하는 움직임은 무척 아프다”고 당내 탈당 분위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권 상임고문의 탈당에 대해선 “호남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새롭게 당을 만든다는 각오를 갖겠다”고 전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당 의원들의 탈당 사태에 직면해 결코 물러서지 않고 도리어 당을 흔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오던 모습과 달리 이날 보여준 문 대표의 ‘겸허한’ 모습은 과거와 국면이 달라졌음을 감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 지지 기반인 호남권에 대해 권 상임고문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그만큼 작지 않다는 점을 반증한 것이기도 하다.
 
친노 측과 호남권 등 비주류 측과의 관계가 꼬일 대로 꼬인 상황에서 권 상임고문의 탈당에 대해서까지 극언을 퍼부을 경우 자칫하면 총선에서 호남 민심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광주에 그치지 않고 전남까지 더민주에 대한 지지율 이탈을 비롯해 지역구 의원들의 탈당까지 점증하면서 이 같은 사실이 입증되고 있어서인지 이날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은 권 상임고문의 탈당에 대한 논평에서 “권 고문의 탈당은 우리로서는 참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며 “정권 교체의 길에서 권 고문 등 당을 떠난 이들과 다시 만날 것으로 믿는다”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고 김대중·노무현 두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반드시 정권교체의 뜻을 이뤄낼 것”이라고 덧붙여 내심 동교동계의 복귀를 희망했다.
 
그러면서도 더민주 측은 탈당 인사들을 겨냥해 이번에 새로이 영입하고 있는 인사들을 총선에서 탈당 의원들의 지역구로 내보내겠다는 모양새를 띠고 있어 외형상 통합을 외치면서도 안 의원 신당 측과 결판을 짓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더민주가 최근 영입한 인물들 중 정읍 출신인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과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에 대해선 앞서 탈당한 유성엽 의원(정읍)을 겨냥해 표적공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이날 7번째 영입인사로 내놓은 전남 화순 출신의 양향자 삼성전자 전 상무는 “제가 태어난 전라남도 광주의 시민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해 더민주 탈당의 시발점인 광주에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안철수 의원은 전날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박정희·김대중 등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한 데 이어 이날은 친노 진영의 본산으로 여겨지는 김해 봉하마을까지 찾아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면서 미묘한 분위기를 냈다.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은 “친노 주류를 비판하는 입장에서 국민의당 깃발을 들고 봉하마을을 찾은 이유가 뭐냐”는 기자들의 질의에 “저희가 특정 세력을 비판한 적은 없다. 어떻게 하면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고 다시 신뢰를 얻어 정권교체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지난해 9월부터 혁신논쟁 과정에서 계속 말씀드린 것일 뿐”이라고 응수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친노 지지층까지 끌어오려는 의도라는 해석을 내놓는 반면 한편에선 결국 총선에 가선 더민주 측과의 통합까지 염두에 둘 수 없는 만큼 친노 측에 이전보다 한층 완화된 모습을 보인 것이라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통합의 당위성은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국민신당을 향한 ‘더민주 엑소더스’ 양상으로 인해 사실 간극이 메워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이제 총선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양측이 통합을 논하기엔 시간상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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