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자산운용, 머큐리 펀드 사태로 미운오리새끼 되나
한화자산운용, 머큐리 펀드 사태로 미운오리새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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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운용인력 일방교체에 LP들 반발 장기화…향후 행보도 타격 전망
▲ 한화자산운용이 두산인프라코어의 자회사 밥캣의 프리IPO를 위해 조성한 머큐리펀드에서 LP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지난 2014년 새롭게 출범한 한화자산운용이 두산인프라코어의 자회사 밥캣의 프리IPO를 위해 조성한 머큐리펀드에서 겪고 있는 자금출자자(LP)들과의 갈등이 장기화되는 분위기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밥캣 프리IPO 거래를 위해 조성한 프로젝트펀드인 머큐리사모투자전문회사(이하 머큐리 펀드)의 무한책임사원(GP)인 한화자산운용·KDB산업은행과 군인공제회·NH투자증권 등 10여 곳의 LP 관계자들은 지난 4일 간담회에서 별 소득을 거두지 못하고 오는 12일 재차 만남을 갖기로 했다.
 
앞선 만남에서 한화자산운용 측은 핵심운용인력의 교체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지만 LP들 사이에서는 대체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측의 갈등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한화자산운용과 같은 비독립계 자산운용사들의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화자산운용이 출범 초기부터 GP와 LP간의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점을 들어 향후에도 가시밭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화자산운용, 머큐리 펀드 핵심운용인력 교체 일파만파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2014년 말 PE사업을 시작하면서 한화투자증권의 자회사인 한화인베스트먼트로부터 담당 인력과 포트폴리오 회사들을 넘겨 받았다. 하지만 출범 이후 주도적으로 펀드를 만들어 대형 투자를 이끌어 낸 것은 사실상 머큐리 펀드가 처음이다.
 
머큐리 펀드는 두산그룹의 자회사인 밥캣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조달한 7000억원 정도의 자금 중 일부를 운용하기 위해 설정된 사모펀드로 규모가 5140억원 수준에 달한다. 한화자산운용과 KDB산업은행이 공동 GP를 맡았고 한화생명과 두산중공업, 군인공제회 등이 LP로 참여했다.
 
하지만 펀드가 조성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화자산운용과 LP들 사이의 갈등이 발생, 향후 한화자산운용의 행보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지난달 한화자산운용이 머큐리 펀드의 책임운용역이던 손모 한화자산운용 상무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교체하기로 하면서부터다. 한화자산운용 출범의 주역이기도 했던 손 전 상무는 결국 계약기간 만료 시점이었던 지난달 말 퇴사했다.
 
한화자산운용이 설명하고 있는 손 전 상무의 퇴사 이유는 변칙적 투자자 모집과 회사 규정 위반 등이다. 손 전 상무가 머큐리 펀드의 조성이 녹록치 않던 당시 허위 정보를 흘려 투자자를 모집했다거나 별개 투자 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 결재라인을 밟지 않고 미국 지멘스사에 가치평가를 의뢰하고도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회사가 소송에 휘말리게 했다는 등의 주장이다.
 
▲ 지난달 한화자산운용이 머큐리 펀드의 책임운용역이던 손모 한화자산운용 상무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교체하기로 하면서 LP들의 반발이 장기화되고 있다. ⓒ한화그룹

◆LP들, 한화자산운용 일방통행에 문제 제기
문제는 이 과정에서 LP들과의 협의가 전무했다는 점이다. 한화자산운용은 새 인력의 경험이 많아 펀드 운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한화자산운용의 일방통행으로 LP와 GP간의 본질적인 신뢰 자체가 깨졌다는 점이 뼈아프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즉시 손 전 상무의 대체자로 김대진 IBK투자증권 PE팀 팀장(상무)를 영입해 PE본부를 재정비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김대진 상무는 IBK투자증권-케이스톤 PEF(이하 IBK펀드)의 책임운용역으로, 지난해 초를 전후해 직원들과 IBK펀드 측의 물리적 충돌로까지 비화됐던 금호고속 갈등 당시 IBK펀드 측이 임명한 금호고속 대표(CEO)를 역임하기도 했다. 김대진 상무는 오는 15일부터 업무를 개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LP들은 한화자산운용의 대안 제시에도 불만이 여전하다. 손 전 상무가 불법이나 펀드에 손실을 끼친 것도 없는데 핵심운용인력을 일방적으로 교체하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들고, 나머지 2명의 펀드 매니저까지 퇴사하면서 펀드 조성 6개월 만에 운영팀을 새로 꾸리는 상황이 된 것을 납득하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특히 2007년 미국 기업이던 밥캣을 두산이 인수할 때 두산그룹과 인연을 맺었던 손 전 상무는 머큐리 펀드에 LP들의 참여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인물이다. LP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손 전 상무의 존재가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한화자산운용이 일방적으로 교체한 것은 부당하다는 반발이다.
 
더욱이 LP 측의 입장에서는 한화자산운용의 행위가 정관을 어긴 부분도 있다. 정관에는 사원총회의 핵심운용인력 변경 결의에 당사자와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총수의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돼 있다.
 
즉 정관상 핵심운용인력이 바뀔 경우 일정한 요건이 필요하다는 셈인데 LP 측은 이 규정을 넓게 해석해 한화자산운용이 핵심운용인력의 의지와 관계 없는 이탈을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다만 한화자산운용측은 이 ‘핵심운용인력 변경’이란 부분은 새 인원을 임명할 때를 의미하는 것이고 기존 인원의 퇴사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자산운용, 무너진 신뢰도 타격 우려
한화자산운용 측은 두산그룹과 한화그룹과의 우호관계나 새 인력의 풍부한 경험 등을 들어 펀드 운용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LP들은 두 차례의 간담회에서 여전히 한화자산운용 측의 일방통행에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오는 12일 세 번째 간담회에서도 별다른 대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LP들은 관리 보수 지급 불가나 축소 등의 페널티 부과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LP들은 이밖에도 핵심운용인력의 복귀 또는 한화자산운용과 손 전 상무의 펀드 공동 경영 등의 대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잘 수습된다고 하더라도 향후 한화자산운용의 행보는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화자산운용의 일방통행에 뿔난 LP들이 한화자산운용의 자산운용 자격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향후 투자 요청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즉, LP와 GP간의 신뢰도가 깨졌다는 얘긴데 한화자산운용이 내놓은 ‘조직 문화’ 등의 애매모호한 교체 이유 등이 향후에도 또 다른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더욱이 이번 사태로 그룹·금융지주 계열 등 비독립계 운용사들이 LP들의 수익 추구보다 모회사의 조직 논리를 더욱 중요시할 것이라는 기존의 인식을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비독립계 운용사들이 받을 수 있는 페널티가 강화된다거나 GP에 LP들이 요구하는 수준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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