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수용 못 해” 격노…친박 “이한구 지지”

전격적으로 이뤄진 그의 발표를 뒤늦게 접한 김무성 대표는 사실상 현역 의원 지역구를 컷오프하겠다는 이 위원장의 의도에 분격해 “공천 룰에 벗어난 일”이라며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그럼에도 이 위원장은 자신의 방안을 최고위의 의사와 관계없이 공관위 2/3 의결을 통해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해 정면충돌을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이 위원장의 발표 내용은 효력이 없다는 김 대표의 주장에 맞서 친박계가 이 위원장을 위해 대거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과거 공천 룰을 두고 불거졌던 계파갈등이 재현됐는데 김 대표 역시 결코 물러서지 않고 이 위원장의 사퇴까지 거론하고 나서면서 어느 쪽이든 큰 내상을 입을 이번 치킨게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한구 “소수자 배려 위해 우선추천지 선정”
이 위원장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비례대표 외) 지역구에서도 소수자 배려 차원에서 광역 시도별로 1~3개 우선추천지를 선정하고, 후보간 여론조사 경선 방식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100% 국민경선’을 실시키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산술적으로는 전국 17개 시도임을 감안, 최소 17석에서 최대 51석까지 우선추천지역으로 정할 수 있단 것인데, 새누리당이 강세인 영남지역의 경우 현재 확보한 62석 중 15석의 현역의원을 컷오프하겠다는 것과 같아 ‘현역물갈이론’을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이 위원장은 해당 지역구에 대해 추가 공모나 재공모는 물론 다른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했던 예비후보도 재공모 가능하도록 허용한데다 현역의원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지역도 우선추천지로 추가 지정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어떤 기준으로 현역의 경쟁력을 판단할 것인지는 명확치 않아 이른바 ‘현역의 경쟁력 심사’를 얼마든지 전략공천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다만 이 위원장도 이를 의식한 듯 “부적격자 수준에 대해선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경선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클린공천 감시단도 가동할 계획”이라며 오는 20일부터 공천신청자들에 대한 면접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 경선 방식도 도마에 올랐는데 예비후보자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는 지역은 당원 대 일반 국민 비율이 3 대 7인 방식대로 시행하지만, 합의되지 않는 경우 ‘100% 국민경선’을 실시하겠다는 점이다.
이는 일견 상향식 공천제를 따르는 듯 보이나 그보다는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현역의원에 비해 떨어지는 정치신인을 배려하면서도 ‘현역물갈이’에 방점을 둔 조치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이 위원장은 “현역 의원이나 당협위원은 책임당원을 많이 확보한 경우가 있고, 이들이 당을 위해 중요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나 국민경선 시스템을 도입하는 상황에서 신인들에게 지나친 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고 취지를 밝혔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현역의원 상당수가 크게 반발할 것을 예상하고 최고위에서 이 같은 경선안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공관위 2/3의 의결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이에 김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공관위에선 어떤 경우에도 공천 룰을 벗어나는 결정을 할 수 없다”며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김무성 “시정하든지 공관위 해체하든지 하라”
김 대표는 이 중에서도 우선추천제를 친박계가 우회적인 전략공천 수단으로 삼았다고 봤는지 “(당헌당규 만들던 시기) 속기록을 읽어보면 우선추천제를 그렇게 전략공천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돼 있지 않다”면서 “사무총장과 부총장, 다른 공관위원들 얘기를 들어보니 합의 본 바도 없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17일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선 김 대표는 이 위원장이 내놓은 ‘우선추천지 선정안’을 겨냥해 “우리가 국민들에게 수백번 약속한 국민공천제는 최고의 가치로 누구도 국민공천제를 흔들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다시 말씀드린다”고 맞불을 놨다.
그는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엔 작심한 듯 책상을 내리쳐가며 이 위원장과 사생결단을 내겠다는 식의 발언을 10여분간 쏟아냈는데 “선거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우선추천지 할당안을) 절대 수용해선 안 된다”며 “정당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내 정치인생을 바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치 과거 자신이 적극 추진해 당론화했던 오픈프라이머리가 친박계의 저항에 직면하자 보였던 반응이 다시 나온 셈인데 이번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이를 시정하든지 공관위를 해체하든지 하라”며 이 위원장의 사퇴까지 거론해 한층 수위 높은 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선거를 망치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공천제를 무너뜨리는 것은 용납 못한다. 의총을 소집하겠다”며 최고위가 아닌 의원총회에 올려 결판을 내겠다고 공언해 정공법으로 돌파하겠단 뜻을 분명히 했다.
◆ 친박계 “이한구案 당헌·당규 위배 안 돼”

이런 가운데 당내 친박계 인사들은 이 위원장의 방침에 적극 동조하며 오히려 공관위에 날을 세운 김 대표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는데 이른바 신박으로 불리는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17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선추천지역, 단수추천지역을 활용하겠다는 건 당헌당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이 위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원 원내대표는 “우리 당헌당규에는 단수추천도 있고 우선추천도 있다. 경선방식도 100% 여론조사 방식이 있고 당원 30%, 국민 70% 이렇게 하는 것도 있다”며 “이 위원장과 김 대표가 공천 관련해 입장 차이가 있다는데 새로 만들어진 공천 룰은 당헌당규에 따라서 하면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친박계 핵심 인사인 김재원 의원도 같은 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 위원장이 말씀하신 건 모두 당헌당규의 절차에 명시돼 있는 내용을 말씀하신 것”이라며 두둔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최고위가 반대해도 공관위에서 다수결로 의결하겠다는 이 위원장의 방침에 대해서도 적극 옹호하며 김 대표가 공관위원들과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 위원장이 발표했다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공관위 내부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결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기에 김 대표가 이날 이 위원장을 격렬히 비판했던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조차 친박계 중진인 정갑윤 국회부의장까지 직접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제’를 겨냥해 “상향식 공천방식은 지역사회 저변으로부터 참신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단 장점은 있지만 일종의 자율적, 시장적 기능에 치중돼다 보니 지난번 마포, 종로같이 험지 논란과 더불어 당내에서 불협화음 뿐 아니라 분야별로 놓치기 아까운 인재 영입에 한계가 있다”고 맞대응하면서 김 대표의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에 정 부의장은 “전략공천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도 “우리 당의 대국민 이미지와 신뢰를 더 높이고 정책정당 차원, 역량 제고를 위해서라도 우선추천 지역을 중심으로 중앙, 지역 차원에서 당에 필요한 인재 영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해 끝까지 이 위원장을 지지한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그러자 이 자리에 있던 김을동 최고위원이 “누구를 인재 영입하겠다는 것이냐”라고 정 부의장을 몰아붙인데 이어 김 대표 측근인 권성동 의원도 회의 직후 정 부의장을 향해 “저는 부의장 선거할 때 부의장님 뽑아드렸습니다. 4선 중진 의원께서 이래도 되는 겁니까”라고 항의하면서 친·비박 양측 간 갈등의 간극은 더욱 깊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내놓은 공천기준을 김 대표가 비판한 것과 관련해 “공천과 관련해선 당 대표는 아무 권한이 없다. 최고위원회도 관여할 수 있는 아이템이 정해져 있다”며 “당헌당규 열심히 지키는 사람에게 계속 시비 붙으면 안 되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김 대표가 공천을 못 받았던 과거를 꼬집어 “언젠가는 당 대표도 공천 안 준 적이 있어요”라며 한층 도발 수위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전략공천’ 논란이 일어난 우선추천지 할당안에 대해서도 “틀린 내용이 없다”며 “우선추천지역은 과거의 전략공천하곤 전혀 다르다. 여성, 장애인, 청년 등 정치적 소수자에 관계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들은 높은 수준의 국회의원을 요구한다. 현역만이 해당하는 상황도 아니고 신인에게만 해당되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거기에 친박, 비박이 왜 들어가나”라고 계파와는 무관하단 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이 위원장이 김 대표의 권한 밖 문제라며 자신의 방침을 끝까지 고수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고 김 대표 역시 의총 소집까지 불사하고 있어 새누리당 공천 룰의 향배를 결정할 이번 사안이 어떤 결과를 도출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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