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장밋빛 전망 일색…그룹 광고 물량 회복 예상 속 논란 여지도 남아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증권은 올해 이노션이 일감 몰아주기 해소 구간에서 벗어나 이익 성장의 모멘텀을 보유하게 됐다며 자체 추천종목인 KOREA 30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노션은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큰 딸인 정성이 고문이 맡고 있는 현대차그룹 광고 계열사다.
특히 삼성증권은 이노션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논란에 대비해 줄였던 그룹 광고 물량을 올해부터 다시 가져오기 시작할 것으로 봤다. 또한 지난해 현대차가 론칭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로 매출 이익이 더욱 늘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광고업계 1위 제일기획의 점유율(36%)를 이노션이 바짝 뒤쫓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제기된다. 2014년 기준 이노션의 점유율은 26.3%로 2위다. 더욱이 제일기획은 최근 프랑스의 퍼블리시스 등 글로벌 광고업체와 지분 매각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삼성그룹 광고 물량에 대한 불안정성이 존재하고 있다.
또한 삼성증권은 이노션이 미국에서 외부에 대행을 맡겼던 물량도 최근 설립한 조인트벤처(JV) 캔버스 월드와이드로 가져올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 새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캔버스 월드와이드는 이노션과 미국 최대 미디어 대행사 호라이즌 미디어가 지난해 8월 설립한 합자 회사다.
◆증권가, 호평 일색…목표가 일제히 ‘UP’
다른 증권사들도 대체적으로 그룹의 후광 효과를 본격적으로 누릴 것으로 전망되는 이노션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제네시스 브랜드와 아이오닉 론칭 등으로 현대차의 차종이 늘고 있고 오는 5월 기아차 멕시코 공장 완공으로 북미·중남미에서의 현대차 광고 확대도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교보증권 역시 국내 그룹사 물량 회복과 현대차그룹의 중국 마케팅비 확대 역시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현대차의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에 발맞춰 이노션이 광고 수주를 크게 늘릴 것으로 보고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했다.
HMC투자증권 또한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디지털 광고 비중 증대, 비계열 광고주 영입 등으로 올해 기조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KIG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 BNk투자증권, SK증권 역시 목표가를 높여 잡았다.
특히 미국 내에서 이노션 미국법인이 제작한 현대차의 슈퍼볼 광고가 최근 USA투데이가 실시한 슈퍼볼 광고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현지업체가 아닌 기업의 광고가 선호도 1위를 차지한 것도 처음이고 자동차 광고가 선호도 1위를 차지한 것도 역시 처음이다.

가뜩이나 이미 이노션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이 크게 호조를 띠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이노션은 연결 기준 매출 3126억원, 영업이익 33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4.2%와 9.5% 늘어난 수준이다.
연간 기준으로 봐도 매출 9879억원에 영업이익 929억원으로 젼년 대비 각각 32.7%, 11.3% 증가했다. 업계 1위 제일기획이 지난해 1272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대비 0.35% 늘어나는 데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이노션의 추격 속도가 만만치 않은 셈이다.
특히 지난해 이노션은 상장으로 대주주 지분율을 일감 몰아주기 규제선인 30% 이하로 떨어뜨리며 그룹 계열사 물량 확보에 다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상장 공모 당시 정성이 고문과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구주 매출을 통해 지분을 대거 정리했다. 정성이 고문의 40%와 정의선 부회장의 10% 등 총 50%에 달하던 대주주 지분율은 상장을 거치면서 29.995%로 아슬아슬하게 공정거래법 규제선을 벗어났다.
지난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출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상장사의 경우 대주주 지분율이 30%를 넘을 경우 내부 거래 매출이 200억원 이상 또는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이 12% 이상이 되면 최대 매출액의 5%에 달하는 과징금과 형사 처벌 등을 내릴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이노션 주가는 7만9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최근 코스피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지만 지난해 7월 17일 공모가 6만8000원으로 시작한 이노션은 대체적으로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공정거래법 우회 논란 여지 해법은?
다만 그룹 광고 물량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점은 부담이다. 규제선을 간신히 맞춰놓고 그룹 계열사 물량을 급격하게 회복하게 되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시행됐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직전이던 2013년 이노션 광고 발주 금액의 65%를 외부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실제 소규모 광고 회사가 그룹 광고 등을 맡기도 했다.
이는 이노션이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현대차그룹 총수 일가의 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대표적 사례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2005년 이노션 설립 당시 정몽구 회장(20%)과 정의선 부회장(40%), 정성이 고문(40%)은 총 100% 지분을 보유했다. 그룹 물량을 몰아 받으며 10년 만에 매출 1조원대의 회사로 성장했다.
일감 몰아주기 이슈가 불거지면서 총수 일가는 지분율 낮추기에 나섰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인 2014년 하반기 30%를 3천억원에 매각했고 지난해 상장을 거치면서 또 8%를 900억원 가량에 매각했다. 정의선 부회장이 이노션 설립 당시 40% 지분을 매입하는 데에 들였던 금액은 12억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이노션은 그룹 광고 물량 회복도 중요하지만 해외시장 개척으로 현대차그룹의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또한 그룹 광고 물량은 현대차그룹의 실적이 악화될 경우 직격탄을 맞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이노션은 캔버스 월드와이드를 비롯, 그간 외주를 줬던 해외 광고 집행을 직접 하는 방향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전력회사 NRG와 터키항공, 풋조이 등 해외 광고주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스타 광고 전문가 제레미 크레이건을 지난해 영입했던 것도 해외 개척을 위한 포석이다.
또한 풀 3D 애니메이션 파워배틀 와치카에 광고대행사 최초로 제작에 참여하는 등 글로벌 애니메이션 사업을 가동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나서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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