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조선 부지 응찰 반 년간 ‘제자리’…사업 무산 가능성도 여전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통영LNG복합화력발전소를 짓기로 한 성동조선해양의 통영 조선소 부지 8만여 평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반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채권단과 인수가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산업개발은 통영LNG복합화력발전소를 짓기 위해 자회사인 통영에코파워까지 설립했지만 인수가를 놓고 채권단과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의 LNG화력발전소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국가차원에서 계약을 맺고 진행하는 사업이니만큼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LNG복합화력발전소의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2년 만에 겨우 부지 매입 합의
성동조선해양 채권단은 지난해 공개입찰 방식으로 통영 3야드 부지 27만5269.10㎡(약 8만3414평) 규모의 토지를 매물로 내놨다. 자본잠식에 빠진 성동조선해양의 자구계획의 일환이다.
채권단은 1350억원에 해당 부지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은 이 부지에 통영LNG화력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기로 하고 단독 응찰했다. 현대산업개발은 해당 부지가 한국가스공사의 통영 생산기지와 맞닿아 있어 전력 공급라인 면에서 크게 유리하고 바닷가에 위치해 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용수 공급면에서도 용이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지지부진하던 현대산업개발의 통영LNG화력발전소 건립 계획이 드디어 첫 삽을 뜰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13년 사업비 1조3000억원을 들여 발전용량 920MW급 1기와 14만㎥급 저장탱크 2기를 건립하는 사업을 통영시 광도면에 건설하는 조건으로 발전 면허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2년여 만에 겨우 성공한 부지 매입 합의가 마무리 단계에서 난관에 부닥치면서 반년 가량 지난 현 시점에도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사업성을 따질 경우 매각가가 더 낮아져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 안팎으로 추락하면서 아무리 수익성이 높은 민자사업이라도 LNG복합화력발전소의 사업성이 전력생산이 본격화될 2019년 즈음 적자를 탈피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LNG발전은 변동비반영(CBP) 전력시장에서 용량요금(CP)으로 고정비를 회수하고 전력시장가격(SMP)으로 수익을 회수해야 한다. 하지만 전력시장 가격이 뚝 떨어진 상황에서 원자력이나 석탄화력발전 등 기저발전에 밀려 LNG화력발전의 가동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악재로 다가오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원전을 앞으로 더 늘릴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라 민자발전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우려도 있다.

문제는 현대산업개발의 부지 매입이 수포로 돌아가면 사업권의 향방 자체가 미궁 속으로 빠질 수 있다는 부분이다.
현대산업개발의 부지 매입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6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통영LNG화력발전소 사업 허가를 받은 후 현대산업개발은 그간 부지 매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민간기업이 개발하던 광도면 안정일반산업단지는 현대산업개발과 사업단 사이의 사업비 등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던 도중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택에게 뺏겼다.
이후 현대산업개발은 2014년 말까지 부지를 확정하겠다고 밝히고 덕포일반산업단지에 대한 검토도 진행한 끝에 결국 성동조선해양 채권단과 1년 가량의 협상을 거쳐 지난해 해당 부지에 단독 응찰하고 계획을 확정했다. 이처럼 성동조선해양의 해당 부지에 사업 계획을 수립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년이나 된다.
이후 지난해 10월 양측은 안정적 연료공급과 한국가스공사의 LNG 하역설비 공동 이용 등을 포함한 양해각서(MOU)까지 맺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의 인수가 인하 요구에 막혀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인수가 외에도 5%로 책정된 계약금을 절반으로 낮춰주고 계약금 납입 이후 한 달 내로 돼 있는 잔금 납입일을 올해 7월로 미루는 등 다양한 조건의 변경을 채권단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양측은 서로 “안을 보냈지만 상대가 소극적이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어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사업 자체에서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해당 부지의 인수가 무산될 경우 현대산업개발로서는 대체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사업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셈이다.
◆현대산업개발 “사업 예정대로 진행할 것” 부인
환경 피해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도 부담이다. 세계 최대 환경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는 지난해 통영LNG화력발전소 계획이 통영 굴 양식산업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영수협 역시 발전소 건립위치 재고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지역민들의 반응도 탐탁치 않다. 지역 주민들은 수 십만여 명의 고용창출효과와 7000여억원의 경제파급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온배수 배출 문제 등을 우려하며 주민설명회를 잇따라 무산시켰다. 황금어장의 황폐화와 어장 손실 등도 우려를 사고 있다.
지역민들과 수산업계는 애당초 현대산업개발의 발전소 유치 동의가 안정일반산업단지 조성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며 위치가 변경된 성동조선해양의 해당 부지에 건설되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지난 1978년 삼천포 화력발전소를 시작으로 발전플랜트 건설실적 3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2012년 동두천LNG복합발전 사업에 뛰어들면서 2001년 이후 중단했던 발전사업을 재개했지만 현재로서는 통영LNG화력발전소 사업이 정체되면서 발전사업 확대 플랜 역시 암초에 부닥친 상황이다.
다만 현대산업개발은 지속적으로 사업 무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주민 동의를 받기 위한 공청회가 올해 2월부터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일부 조건을 완화해달라는 것이지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고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현재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LNG화력발전소의 수익성이 높을 것이기 때문에 사업 포기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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