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표심 잡기 열기 가열…오는 30일 주총에 이목 쏠려

29일 업계에 따르면 ㈜동양 2대 주주인 유진기업은 1대 주주 파인트리자산운용과 보유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측의 의결권을 합하면 총 20.04%가 된다. 유진기업이 추산하고 있는 경영권 지분이 25% 가량인 점을 감안해보면 5% 정도가 더 확보될 경우 양측이 제안한 이사 총수 증원 등의 정관 변경과 신규이사 선임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이에 맞서는 ㈜동양 측의 방어전도 만만치 않다. ㈜동양은 최근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 주주가치 제고 카드를 던지고 있다. 앞서 법원은 ㈜동양의 경영권이 적대적 M&A로 당분간 넘어가지 않는 각종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여기에 노조 측이 사측과 입장을 같이 하고 유진기업·파인트리자산운용의 경영권 확보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오는 30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확보 대전이 발발하는 모양새다.
◆유진-파인트리, 지분 경쟁 이어와
그간 ㈜동양 지분 확보 경쟁은 유진기업과 파인트리자산운용이 주도해 왔다. 양측은 ㈜동양이 법정관리를 졸업하기 직전부터 경쟁적으로 지분을 확보하면서 최대 주주 자리를 주고 받았다.
현재 파인트리자산운용의 지분율은 10.03%, 유진기업의 지분율은 10.01%다. 양사의 지분율 차이는 0.02%밖에 나지 않는다.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지분 매입에 나섰던 양사의 지난해 11월 지분율이 각각 6.27%와 7.04%였던 점을 감안하면 4달여 새 각각 3~4% 가량을 그새 추가로 매입한 셈이다.
이는 ㈜동양의 1% 미만 소액주주 지분이 80%에 육박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경우 상당한 지분 매입 속도다. ㈜동양은 지난 2013년 돌입한 법정관리를 졸업하는 과정에서 3만7000여명의 채권자 중 상당수가 출자전환해 뚜렷한 대주주가 없고 소액주주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법정관리 졸업을 앞두고 법원이 ㈜동양이 적대적 M&A에 휘말릴 것을 우려, 정관변경 등을 승인하면서 경영권 확보의 실익이 크게 줄었다.
㈜동양은 1월 법원에 허가를 얻어 정관을 변경하고 이사진을 새로 꾸렸다. 당시 조치로 최대 선임 가능 이사 수가 10명으로 줄었고 임기가 3년으로 늘었다. 상법상 적어도 33.3%~66.7%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경영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최대 매력포인트로 꼽히던 5000억원의 현금에 대한 활용폭도 줄어들었다. 당시 ㈜동양은 사옥 매입을 추진하면서 정관변경을 통해 사옥을 팔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하도록 만들었다.
◆예상 깬 경영권 확보 움직임 속 양사 연대까지
이에 정관변경만 되돌리더라도 시너지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진기업이 ㈜동양에 모험을 거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레미콘 공장의 전국 분포도상 유진기업이 ㈜동양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전국적 네트워크를 갖출 수 있게 된다. 파인트리자산운용 역시 관심을 꺼뜨리기는커녕 지분 매입 경쟁을 이어갔다.
현재 양측이 꺼낸 카드는 이사수 증원과 신규이사 선임안이다. 현실적으로 기존 이사수를 조속하게 줄이거나 해임하는 것이 현 지분 수준으로는 쉽지 않기 때문에 이사 수를 늘리고 자신들이 추천하는 이사를 선임시켜 일단 경영에 참여하는 우회수단을 선택한 셈이다. 유진기업은 10명에서 15명으로, 파인트리자산운용은 10명에서 16명으로 늘릴 것을 제안했다. 각자 제안한 인사도 세 명 안팍이다.
제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손을 잡은 양측은 오는 30일 열릴 주주총회를 앞두고 20%에 불과한 의결권을 더욱 늘리기 위해 각종 수단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동양 지분 3.03%를 갖고 있는 동양레저는 채권단 채무 변제를 위해 ㈜동양의 보유 지분 전량을 처분해야 한다. 이에 한 주라도 아쉬운 양사는 동양레저 지분 확보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3% 가량을 보유한 삼표의 표심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또한 유진그룹은 소액주주들의 위임장을 받기 위해 본사 직원을 비롯, 유진투자증권 지점 인력까지 1000여명에 가까운 인력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의 소액주주는 3만4000여명 정도로 5000주(0.002%) 이상을 보유한 주주만도 60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노조, 방어전 나선다…소액주주 표심은?
반면 사측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지난 25일 ㈜동양은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명목으로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소액주주의 표심을 잡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주가 부양에 효과적으로 알려진 자사주 매입카드로 지지부진한 주가흐름에 반등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 사측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동양은 총 246억원 규모의 현금배당 계획을 함께 발표하기도 했다.
소액주주 표심 잡기 공세 역시 밀리지 않는다. ㈜동양은 이번 주부터 본사 임직원과 전국 레미콘 공장 인력들을 총동원, 주주들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의 임직원 수는 400여명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는 각오다. 사측 인력들은 소액주주들에게 유진그룹과 파인트리자산운용이 제안한 안건에 반대하거나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도 사측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동양 노조 측은 호소문을 발표하고 “현재 유진과 파인트리가 현금성 자산을 노려 경영권 행사에 충분하지 않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장악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양측이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현금성 자산을 자신들의 재무구조 개선자금으로 활용하는 등 기업가치를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소액주주들이 양사의 제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현재까지 소액주주들의 분위기는 충돌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현재처럼 주인없는 회사로 남아 있을 경우 기업가치 제고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확실한 대주주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다른 한 편에서는 불과 10~20% 가량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노리는 행위는 부당하고 과거의 아픔을 감안하면 자율적인 경영환경이 더 우선시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M&A재료가 사라지고 유진 측이 단기차익만을 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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