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 “박근혜 대면조사, 100% 양보했음에도 무산 아쉬워”
박영수 특검 “박근혜 대면조사, 100% 양보했음에도 무산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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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간 종료 뒤 기자간담회 “최순실 사건, 국정농단-정경유착이 큰 두 고리”
▲ 박영수 특별검사가 3일 수사기간 종료 뒤 오찬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 고경수 기자
[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는 3일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가 결국 무산된 것과 관련해 많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 특검은 이날 오찬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가 100% 양보했다. 저쪽(청와대)에서 '경내에 들어오라'고 해도 좋다. '조사시간을 이렇게 하자'고 해도 좋다고 다 좋다고 해버리니까 저 사람들이 (대면조사를)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며 "그래서 (2월) 9일로 날을 잡았지만 그 전전날 저녁방송에 그게 나가는 바람에 (무산됐다). 그건 누구에게서 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이 한 특검보를 정보 유출자로 지목한 데에 박 특검은 "(해당) 특검보는 그때 외부에 나가 있어서 일정이 조정됐는지도 몰랐다“면서 특검 측에서 새어나간 점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이후 대면조사 합의를 벌이는 과정에 대해선 "우린 어떻든 조사 중간에 조사가 중단되는 사태는 막아야 하기 때문에 녹음·녹화가 아니라 녹음만이라도 하자, 녹음만 하게 해준다면 다 양보하겠다고 했다."며 “하루 전에 샜다고 깨는 사람들인데, 도저히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조사라는 것이 여러 가지 억측이 생길 수 있어서 그건(녹음하는 문제)는 분명히 하자고 했는데, 그래도 전혀 안 먹히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국민한테 그래서 미안하다. 솔직히. 어떻든 우리가 우병우 그다음 CJ라든지 SK라든지 롯데라든지 밝혀서 하면 그래도 특검으로서 최소한의 소임은 다했다 이렇게 할 텐데, 그걸 못해서 국민께 참 죄송하다. 우리가 시간을 못 맞췄다”고 거듭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수사와 관련해선 “국민적 지지, 여망 이런 분위기가 없었더라면 하기가 어려운 수사”라면서도 “담당 부서(문체부)가 수사를 기다리고 있더라. 꼭 국장급 과장급뿐만 아니라 더 높은 그룹에서도 기다리고 있는. 그만둔 사람들도 자료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며 문체부 공무원들의 도움이 컸음을 언급했다.
 
그는 또 “최순실 사건은 큰 두 고리가 있다. 한 고리가 대통령하고 친분 이용해서 대통령을 팔고 한 국정농단 고리. 한 고리는 정경유착”이라며 “최순실 입장에서 기존의 정경유착을 활용한 셈인데, 자꾸 이걸 삼성이나 기업들의 출연행위를 의외로 축소해서 보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 관련 수사는 특검에서 충분히 했다”며 “이번에 대표적으로 몇몇 기업은 경종을 울리게 해야지 이런 취지에서 접근했다”고 말했다.
 
◆ “우병우, 영장 재청구하면 100% 구속”
 
그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가 부실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다른 수사도 안 한 상태에서 우병우 수사하다가 만에 하나라도 판이 깨지면 어떻게 할 건가”라고 반문하며 “(우 전 수석에 대한)내사 기간은 굉장히 길다. 8개 범죄사실을 찾아내는 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조사하면서 블랙리스트 끝내고 딱 달라붙으면서 오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영장 재청구하면 100% 나온다. 시간이 없어서 재청구를 못 했고 재청구하려면 법원에서 부족한 부분 보완해야 한다. 보완할 시간 없어서 못 하고 그러다 보니까 불구속 기소를 안 하고 넘긴 것”이라며 “또 검찰은 수사 대상 제한 없다. 세월호 수사 압박이나 정강 자금 등은 우리가 수사할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박 특검은 장시호씨가 특검팀에 핵심적인 진술을 해줘 ‘복덩이’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선 “태블릿PC 얘기한 거 상당히 기여했다. 뭐 정황이랄까 정황 쪽에 우리한테 심증 굳혀줄 수 있는 진술을 많이 했다”면서도 “우리가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게 결정적인 것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본인도 아는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시호란 사람을 100% 믿으면 안 된다. 우리가 보고 그걸로 확인할 때는 도와줬다. 그러나 자기가 스스로 뭘 이렇게 오픈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 “하루도 편할 날 없었지만…”
 
그는 또 “석 달 동안 출근하면서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첫날 우리 여기 이사 왔을 때 점심때 우리 특검보랑 내려가다가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그 엘리베이터를 굉장히 걱정했다. 그땐 정말 막막하더라. 엘리베이터 하나도 속 썩이는데. 사람도 새로 오고 하다못해 기록이 법원으로 잘 전달이 되는지 별걱정이 (들었다)”라며 “불 걱정, 물 걱정, 별걱정 다하다가 하루도 편할 날 없었다”고 회고했다.
 
박 특검은 수사하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에 대해선 ‘특검이 강압수사를 한다’고 일각에서 공격해올 때라고 전했다.
 
그는 “예를 들어 김기춘씨 (자택에)압수수색 갔을 때 이미 (몸이 아픈)아들 집 등으로 다 옮겼더라. 그걸 찾으러 집에 가서 아주머니랑 부인한테도 ‘(김기춘 자택에서)가져온 것만 주십시오’ 마음 상하지 않게 예의를 갖추고 그랬는데 정치권에서는 자정에 들이닥쳤다고 하더라. 나도 인간이고 검사도 인간인데 그렇게 하겠나? 그렇게 할 땐 가슴이 아프더라. 그렇게 비인간적인 수사는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검 수사 시스템에 대해선 “이렇게 크게 수사대상을 많이 해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단발 사건, 하나의 아이템 갖고 딱 이게 특검이지. 수사대상을 14개씩 해서 수사할 수 있는 건 힘들다”라고 지적한 뒤, “특검 수사를 여러 개로 쪼개든지, 아니면 중수부를 부활시키든지, 아니면 공수처를 하든지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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