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당원 투표’ 승부수, 통합 논쟁 전환점 될까
안철수 ‘전당원 투표’ 승부수, 통합 논쟁 전환점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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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대표 재신임·통합’ 연계 당원투표 제안…연내 결과 발표 박차
▲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전당원 투표로 결론 내자고 전격 제안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그동안 계속되어온 국민의당 내 통합파와 반대파 간 ‘바른정당 통합 논쟁’도 이제 결론을 내려는지 차츰 종극으로 치달아 가는 모양새다.
 
한 달 간 전국을 돌며 곳곳에서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왔던 ‘통합파 수장’격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의원총회를 3시간도 안 남긴 시점에 돌연 ‘전체 당원 투표’란 승부수를 던지며 배수진을 쳤기 때문이다.
 
특히 그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던 통합 반대파를 겨냥해선 ‘거취’까지 거론하며 사실상 치킨게임에 들어갔는데, 전격 제안한 전당원 투표가 불리한 패였다면 안 대표가 굳이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꺼내들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통합 반대파에 유리한 의원총회 직전에 ‘판 뒤집기’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실상 안 대표로부터 최후통첩을 받은 통합 반대파 측에선 당연하게도 크게 격앙된 반응을 내놓으며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는데, 더는 봉합이 불가능한 정면충돌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누가 최종 승기를 잡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위기 때마다 ‘정면돌파’ 택한 安, 이번에도 통할까
 
안 대표가 스스로 당 대표직까지 함께 내건 이번 ‘전당원 투표’ 제안은 예정에도 없던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을 통해 이뤄졌을 만큼 당초 쉽사리 예상치 못했던 이들이 적지 않았는데, 심지어 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조차 20일 오전 안 대표의 기자회견에 앞서 진행됐던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 나와 “전당대회를 대체하는 당원투표는 현실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로 전혀 낌새를 채지 못했다.
 
반면 일부에선 안 대표가 이전부터 위기에 직면했을 땐 예상치 못한 승부수를 던져 돌파해왔던 전력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그런 기대를 걸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안 대표는 정치신인이던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섰다가 자신이 유력후보군에 꼽혔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원순 현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해 세간에 신선한 충격을 줬는데, 경선에서 중도하차한 대신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인지도를 크게 높인 것은 물론 대중에 긍정적 이미지까지 각인시킨 바 있다.
 
또 2015년 12월에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의 불화 끝에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던 당에서 과감히 나와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다당제 구도’를 이루려는 실험에 들어갔는데, 창당한 지 반년도 안 돼 치러진 4·13총선에서 양당제를 깨고 제3교섭단체정당을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녹색돌풍’의 주역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정치권에 확실하게 족적을 남겼다.
 
이처럼 안 대표가 준 강렬한 인상 때문인지 그간 당 안팎에선 ‘안철수 사당’ 논란도 종종 일어난 바 있는데, 지난 대선 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도 밀리는 3위로 참패한 지 4달도 채 안 지난 시점에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면서 거센 반발에 직면했으나 호남 중진들의 반대를 뚫고 결국 당선돼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줬다.
 
문제는 이렇게 ‘정면충돌’ 형태로 위기 국면을 돌파해오다 보니 어떤 사안에 대한 결론은 분명하게 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던 데 반해 내부 갈등의 경우 풀리기는커녕 앙금이 갈수록 쌓이는 부작용이 생기게 됐다는 건데, 그런 면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놓고 일어난 이번 내홍은 그간 내재되어온 불화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 대표가 아예 기자회견을 통해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해온 호남 중진들을 ‘구태정치’, ‘기득권 정치’로 규정한 데 이어 ‘거취를 분명히 하라’고 압박하자 이 소식을 접한 통합 반대파는 사실상 선전포고로 받아들여 일방적 발표도 사퇴사유라고 맞불을 놓는 등 양측 갈등은 절정을 향해 치달아갔다.
 
다만 안 대표가 전당원 투표 결과에 따라 자신이 대표직에서 물러날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배수진을 쳤기에 통합 반대파 측에선 안 대표의 제안을 거부할 명분이 부족하다고 여겼는지 이번 제안 자체가 ‘정당의 통합 및 해산 등의 권한사항은 전당대회를 열어 의결해야 한다’는 당헌당규에 위배된다는 이유까지 내세워 ‘전당원투표’에 확고하게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현실적으로 안 대표의 일방통행을 저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미지수인데, 이날 안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듯 “지난 두 달 간 실시한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와 폭넓은 당원대상 조사도 통합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수시로 반영하고 있었고 호남의 여론도 예외가 아니었다”며 “전당원 투표로 확인되는 당심은 구성원 누구도 거부할 수도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 통합 반대파, 安 맞서 탈당 결행도 쉽지 않아
 
▲ 안철수 대표의 전당원투표 제안을 들은 국민의당 의원들은 안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열린 오후 의원총회에서 통합 반대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안 대표를 성토하며 총력 저지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또 설령 통합 반대파가 안 대표에 반발해 탈당 수순으로 돌입한다 해도 교섭단체를 구성하려면 최소 20명을 확보해야 하고 그 중 비례대표 의원들은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는 점이 적잖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의식했는지 통합 반대파에 속하는 장정숙 의원은 20일 “전당원 투표가 자신에게 제일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렇게 한 모양”이라면서도 “제가 비례대표인데 (국민의당) 비례대표 13명 전원이 모두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안 대표에 일침을 가했다.
 
물론 비례대표 의원도 탈당이 아닌 제명 조치되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고, 비례대표 의원에 대한 제명은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에서 2/3 이상 찬성을 얻으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당내 다수인 호남 의원들이 지도부의 뜻과 관계없이 의총과 당무위를 통해 비례대표 의원들을 제명시킬 경우 의원직을 유지한 채 탈당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경우 호남 의원 중 일부가 탈당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분당을 단행하기엔 통합 반대파 측에서도 어느 정도 위험부담을 안아야 하다 보니 아직까진 여전히 ‘서로 나가라’고만 촉구하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일단 연말이 다가오면서 시간에 쫓긴 안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원투표 절차는 즉각 개시될 것이고 신속하게 끝내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을 뿐 아니라 21일 열릴 당무위원회에 ‘전당원 투표 실시의 건’ 등의 안건을 올리겠다는 내용도 공지한 만큼 통합 반대파 측에서도 이를 저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앞서 안 대표 측에서 주장했던 ‘전당대회’는 일단 전대 의장인 이상돈 의원이 안 대표와 각을 세우며 개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통합 반대파에선 이 부분에 대해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당원투표를 추진하기 위해 당무위 의장인 안 대표가 21일 전당원투표 안건을 당무위에 올릴 경우 100명 안팎의 재적 위원 중 통합 찬성파가 과반이기에 아무리 반대파가 보이콧한다 해도 당무위 통과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의당 당헌 제5조에 따르면 당무위원회가 의결해 회부한 안건은 전당원 투표를 실시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당규 제25조엔 ‘당원은 당의 중요 정책과 사안에 대해 당, 전체당원, 국민의 기본권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과 사안으로 판단한 경우 전체 당원의 투표를 통해 그 결정 또는 변경을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되어 있어 안 대표는 이를 근거로 당원투표 결과를 통해 전당대회를 열 수 있도록 이상돈 의원 등 통합 반대파 측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평화개혁연대, 전당원투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예고…총력저지 시사
 
▲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오른쪽)는 안철수 대표가 통합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의당 상황을 정면돌파하려는 것과 관련해 가급적 말을 아끼면서 결과를 지켜보고 입장을 내놓겠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당 통합은 현직의원들의 당적이 바뀔 수 있는 사안이기에 통합 반대파 측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당원투표 자체에 구속력은 없지만 전당원 투표 결과인 만큼 무작정 이를 무시할 수도 없어 이날 안 대표의 불참 속에 열린 오후 의원총회에선 예상대로 통합 반대파 의원들의 안 대표 성토가 이어지는 가운데 통합 반대파인 평화개혁연대의 정동영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전당원투표는 정당법과 당헌을 위배해 원천무효”라며 “전당원 투표 무효화 운동, 저지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뿐 아니라 정 의원은 “법률가 자문을 거쳐서 합당을 밀어붙이기 위한 전당원투표의 불법성을 검토한 뒤 당원투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검토하면서 국민의당을 지키겠다”며 “알박기 기자회견을 통해 당원투표를 발표한 반 의회주의적 태도에 분개한 의원들이 당 대표의 불신임을 얘기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안 대표는 이에 아랑곳 않고 온라인, ARS 방식으로 투표를 강행해 어떻게든 연말까지 최종 투표 결과를 발표하고자 ‘마이 웨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통합 상대방인 바른정당에서도 안 대표가 정치인생을 걸고 던진 이번 승부수에 따라 당내 상황이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속 타는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런 기류를 보여주듯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20일 “당 대표 혼자 결정하는 게 아니고 국민의당 내부 사정이 어떻게 정리되는지 제가 좀 지켜보고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앞서 오전 중 바른정당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비공개 연석회의에선 일부 원외 위원장들이 유 대표에게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속도를 올리라는 요구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열흘 남짓 남은 올 연말까지 양당 통합이 어떤 식으로 결론 날 것인지 정치권이 어느 때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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