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이 2일 공동교섭단체를 등록해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과 함께 협상의 주체로 나섰다.
2000년 민주노동당으로부터 출발해, 2004년 원내정당으로 진입한 것으로 치면 14년 만에 진보정당의 교섭단체 구성이다.
그러나 정의당이 민주평화당과 교섭단체 등록을 한 그날, 예정됐던 임시국회 본회의는 무산됐다.
◆한국당, “공영방송 인사권과 방송장악 놀음의 달콤함에 기억상실증 걸려”
자유한국당은 2일 오전 원내교섭단체와 국회의장의 회의에서 오후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 불참을 통보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 오늘 정상적으로는 4월 국회 본회의가 2시 개의될 예정이었다”면서 “하지만 10시 30분 국회의장실에서 있었던 교섭단체 회동에서 4월 국회 의사일정을 합의하지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3월 임시국회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 의해서 소집됐다”며 “GM국정조사와 ‘미투’를 뒷받침하고자 했지만 그 두 가지 다 민주당은 걷어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남북정상회담과 쇼통에만 함몰되어 있는 문재인 정권에 국회 멸시와 국회 무시 태도는 4월 국회가 많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것을 미리 얘기하고 있다”며 “오늘 민주당은 또다시 3월 국회를 내팽개치듯이 4월 국회마저도 제대로 된 의사일정을 합의해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추경을 비롯한 민생 그리고 경제도발에 대해서는 그 모든 책임 민주당이 다 떠안고 가야 될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설치 반대와 방송법 개정안의 관철을 이유로 내세웠으나, 속내는 방송법이었음을 드러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회동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본회의 일정을 거부한 직후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 4월 임시회 일정에 대한 합의에 실패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방송법 개정안을 이번 회기 중에 여야합의 처리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이번 양승동 KBS 사장 내정자의 몰염치와 편향성, 그리고 추적 60분 천안함 왜곡 방송을 보면 방송법 처리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며 “정부 여당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있는 한 이와 같은 정부 앞잡이 사장, 편파·왜곡방송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 될 것”이라고 독설을 날렸다.
정태옥 대변인은 “개정 방송법안은 민주당이 2016년 7월 21일 제안한 것으로 모든 공영방송 이사진을 여야 7대 6로 추천 임명하되 사장은 3분의 2 합의제로 선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공영방송 사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법안”이라며 “이에 자유한국당은 방송법 개정 합의가 없는 4月 임시회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다”고 강변했다.
뒤이어 3일에는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도 나서서 “3월에 이어 4월 국회까지 걷어차고 있는 민주당이 집권여당으로서 최소한의 염치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장제원 대변인은 “민주당이 발목잡고 있는 방송법은 현재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홍근 의원의 대표 발의로 민주당 의원 전원을 포함해 162명의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법안”이라며 “민주당이 야당시절 스스로 ‘중립적인 인사를 사장에 임명해 정권과 무관하게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앞장선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변인은 “이런 방송법을 지금 와서 발목 잡는 것을 보니 과연 손아귀에 움켜진 공영방송의 인사권과 방송장악 놀음의 달콤함에 빠져 기억상실증에 걸린 모양”이라고 비꼬면서 “뿐만 아니라, 사개특위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은 공수처 법안과 방송법을 바꾸자니 이들의 권력집착증은 중증 수준이다. 민주당이 4월 국회를 추경 중독으로 나라 곳간을 거덜 내고, 자신들의 권력 기반 확충에만 이용 할 것이 아니라면 집권 여당답게 민생국회로 하루빨리 돌아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바른미래, “자신들이 대표발의 한 방송법 개정안 걷어차는 게 부끄럽지 않나”
바른미래당도 방송법 개정을 문제 삼고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발의한 법안을 여당이 돼서는 거부하고 나선다는 것이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방송법은 2016년, 대선 전 방송의 중립성 공정성을 위해서 박홍근 의원이 162명의 서명을 받아 대표발의 한 법안”이라면서 “제안이유를 보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한국방송공사의 최고의결기관인 이사회 구성과 한국방송공사 사장선임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보장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자신들의 입으로 이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그런데 이제 와서 이 법에 대한 처리약속을 자신들이 서명까지 하고 대표발의까지 해놓고 처리를 약속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공수처법을 들고 나왔다”며 “그래서 공수처법은 사개특위에서 논의 중이고 검경수사권 조정 등 여러 가지와 연관되어 있는 문제이니 거기서 처리되는 게 낫다고 생각해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노력한다’ 정도로 하자고 했더니 결국 거기에 확답이 없어서 4월 국회 전반에 대해서 결렬된 상태에서 오전회담이 끝났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김철근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간 회담이 오늘도 별 진전 없이 끝났다.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는 야당의 주장에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 통과를 조건으로 걸어 무산시켰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방송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 한 법안이다. 매번 야당 핑계 대며 개혁입법에 미온적이더니 이제는 자신들이 대표발의 한 방송법 개정안까지 걷어차는 게 부끄럽지도 않은지 묻고 싶다”고 질타했다.
김 대변인은 “정권을 잡았으니 자기들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을 누리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할 수는 없다”며 “제왕적 권력에 취한 과거 불행한 대통령들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인지,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과 개혁입법이 그 기준이 될 것임을 더불어민주당에게 경고한다”고 역설했다.

◆민주, “4당 체제 첫날 본회의 보이콧은 보수정치권 존재감 부각용, 개헌 시간끌기용”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의 몽니로 민생국회가 지연되고 있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또 “자유한국당은 국회가 열릴 때마다 국회 보이콧을 무슨 통과의례처럼 되풀이하고 있다”고 그간의 행태를 비판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4월 임시국회 첫날부터 한국당의 몽니로 본회의가 무산됐다. 국내외 중차대한 현안을 앞두고 있는 국회를 볼모로 잡고 벌이는 한국당의 정쟁놀음이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한 중차대한 시점에 열린 임시국회가 또다시 ‘빈손 국회’가 되는 것은 아닌지 국민은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대변인은 “개헌과 민생법안의 해법을 찾아야 할 논의테이블이 ‘정쟁놀이터’가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재활용 분리수거 문제와 피랍사건 등 당면한 현안에는 악의적인 비난보다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며 “언제까지 관제개헌을 운운할 것이며, 민생법안을 볼모로 상임위를 정쟁놀이터로 끌고 가겠다고 예고할 것인지 국민은 궁금해 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또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비판은 감내하겠다. 그러나 정쟁놀음에는 끌려가지 않겠다”며 “정부여당을 향한 ‘쇼 놀음’은 약(藥)이 아닌 독(毒)일 뿐이다. 자중해줄 것을 당부 드린다”고 비꼬듯이 당부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4월 임시국회가 시작부터 파행을 겪고 있다. 4월 국회 첫날이었던 어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본회의가 열리지 못했다”며 “자유한국당은 본회의가 예정되어있던 시간에 KBS 사장 후보자 규탄대회를 열었고,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방송법 개정 없이는 4월 국회를 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자유한국당은 국회가 열릴 때마다 국회 보이콧을 무슨 통과의례처럼 되풀이하고 있다”며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직후, 6월 국회부터 장관 임명을 갖고 보이콧을 했고, 정기국회에서는 세 번이나 보이콧을 했다. 올해 2월 국회에서는 권성동 법사위원장 사임문제를 갖고 모든 상임위를 전면 보이콧 했었다. 상임위에서 문제 하나만 생겨도 국회 전체를 중단시키는 자유한국당의 습관적 보이콧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자유한국당은 총리 국회선출을 주장하기에 앞서, 또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기에 앞서 국회가 해야 할 일부터 앞장서서 해주기를 바란다”며 “개헌, 추경, 민생법안 처리 등 4월 국회에서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들이 많다. 정쟁을 중단하고 국회를 정상화하여, 국민을 위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4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정당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 드린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도 이 회의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일방적 불참으로 4월 임시회 첫날 본회의가 무산된 것은 국회사상 초유의 사건”이라며 “4당 교섭단체 출범 후 국민은 4륜구동 전진국회를 기대했건만, 현실은 헛바퀴 공전 국회로 전락해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박 수석은 “바른미래당은 느닷없이 특정법안의 처리 약속을 요구하면서 합의된 절차마저 파기하는 어깃장을 선보였다”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두 야당이 4당 체제 첫날 본회의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보수정치권의 존재감 부각용, 개헌 시간끌기용 국회파행으로 볼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지방선거 공동보조를 위한 범보수연합 신호탄이 아닌지 국민은 묻고 있다. 범보수 야합의 희생양이 우리 국회가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책임을 물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야당의 국회 일정 거부는 ‘몽니’는커녕 ‘투정’
야당이 문제 삼고 있는 언론법 개정안은 2016년 7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발의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공영방송 이사회를 여당 추천 7인, 야당 추천 6인으로 구성하고 사장 선출 시 이사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해 여야 동의를 두루 받은 사람이 공영방송 사장에 임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 방송법은 이사 추천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지만, KBS 이사회와 MBC 사장 임면권을 가진 방송문화진흥회는 관례에 따라 각각 여야 추천 이사가 7대4, 6대3으로 구성되고 사장은 과반수 찬성으로 임명한다.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은 이 개정안에 반대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이 지나 여야가 바뀌면서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바뀌었다.
자유한국당은 야당 추천 이사를 늘리고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는 개정안은 야당에 유리하기 때문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2017년 8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어느 쪽 거부도 받지 않는 온건한 인사가 사장에 선임되겠지만, 소신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고 민주당 과방위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대통령의 지적이 적절하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더 논의해보겠다”라고 밝혀 입장을 선회했다.
여기에 덧붙여 최근 KBS 사장에 양승동 후보자가 내정되자, 자유한국당은 ‘천안함 사건을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다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는 이유로 극렬히 반대하고 나섰다.
4월 2일 임시국회의 첫 본회의는 이러한 이유로 인해 무산되었다. 개헌안 처리, 선거제도 개편 등 본질과 민생현안이라는 주요 사안은 덮어버린 채 방송법 개정을 앞세운 여야의 ‘정쟁’은 여전히 팽팽하다. 하지만, 한반도는 물론 세계의 정세를 좌지우지할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몰아치는 4월과 5월의 국면에서 야당의 국회 일정 거부는 ‘몽니’는커녕 ‘투정’으로 보이게 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