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회장은 지난해 7월 서울고법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원이 선고된 후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박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된 박용만 전 두산그룹 부회장 역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원이 확정됐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은 회사자금 219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4월 서울고법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이밖에 고병우 전 동아건설 회장과 김석원 전 쌍용양회 명예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 김태구 전 대우차 총괄사장, 김태형 전 한신공영 회장, 박영일 전 대농그룹 회장, 박창호 전 갑을그룹 회장, 백영기 전 동국무역그룹 회장, 이수만 에스엠엔터프라이즈 운영자, 정몽훈 전 성우전자 회장,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정치자금법 위반자나 분식회계 관련 경제인 등도 특별사면ㆍ특별복권됐다.

이번 특별사면의 가장 큰 수혜자인 그룹오너들의 행보가 먼저 눈에 띈다.
박용성 두산그룹 전 회장은 사면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혀 경영복귀를 시사했다. 동생인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도 사면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동참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두산 관계자는 “이번 사면의 취지가 경제살리기가 아니냐?”고 반문하며 이번 주주총회결의 따라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이 다시 복귀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너무 빠른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특별사면을 받은 만큼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언제까지 아무것도 하지말고 있어야 하냐?” 고 반박하며 “경제를 발전시켜 보답하겠다”며 “이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 말했다. 업계에서는 다음 달 중순에 있을 두산중공업과 ㈜두산 등 주요 계열사 주주총회가 개최될 것으로 보며 박용성 두산그룹 전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주주총회는 요식행위일 뿐 이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일축하며 “박회장은 진심으로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은 이번 사면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까지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을 우려하여 당분간은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 대외 활동에만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세간의 시선은 곱지가 않다. 심지어 “몇 만원 씩 횡령하면 징역살고 크게 해쳐(?)먹으면 풀려난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또한 국민들은 반대하는 데, 경제살리기라는 이름아래 정부와 재계와의 커넥션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증폭되고 있다. 또한 아무일 없다는 듯 경영복귀 수순을 밟고 있으나, 반성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며 재계 총수들에 대한 사면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또 한 명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람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사돈인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다. 대상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1997년 임회장은 비록 지분을 딸 세령(삼성그룹 이재용전무 부인)씨와 상민씨에게 넘기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실직적으로는 임회장이 지분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며 대상그룹의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이미 옥중경영을 통해 나드리 화장품과 종가집 김치 등을 인수해 그의 다음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김석원 쌍용양회 명예회장은 서울 시내 사무실을 마련하고 재기를 노리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룹 관계자는 “쌍용양회 지분도 있고 명예회장이라는 직함도 있다” 며 “그동안 새로운 사업에 대한 구상도 많이 해왔다”고 전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도 사면 소식을 듣고 현재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M&A에 적극나설 것이라는 속내를 내비쳤다고 전해진다
단골메뉴 사면(?)
서울지검의 한 검사도 “밤낮으로 열심히 수사해 범죄사실을 입증하고 유죄 판결을 받아내 죄값을 치르도록 해도 때만되면 특별사면으로 풀어주니 맥이 풀린다.”며 허탈해 했다.
검찰의 고위 검사도 “큰 도둑을 잡아 넣어봐야 나라가 나서서 풀어주는데 수사할 맛이 나지 않는다”며 “수사 환경의 변화로 범죄를 입증하는 것도 어려워지는 요즘같은 시기에 잡은 도둑 마저 풀어주니 도대체 어떻게 일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제살리기'는 역대 정권들이 사면 때마다 내놓는 수법(?)이다. 참여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와 재계는 사면을 하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하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학계 및 대한변협에 따르면 “범죄사실을 어렵게 입증하고 재판을 통해 형을 선고해 죄값을 치르도록 한 경제인들에 대해 '경제살리기' 등의 명목으로 형이 확정된 지 몇 개월 만에 특별사면·감형·복권하는 것은 '사면권 남용'”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화이트칼라 범죄에 속하는 경제인들의 범죄 행위는 유죄가 확정돼도 사면 후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사면에 대한 엄격한 제한과 재범시 중형까지도 선고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진정한 반성의 모습 보여야
과거 경제인들은 정권과 유착해 범죄를 저지르고 사면되면 또 다시 정권이 바뀔 시기에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행태를 보여왔다. 국민들은 재계 총수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경영권 행사에 앞서 진정으로 국민앞에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