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 M&A 두 달 만에 대량 임원 교체로 '시끌'
롯데손해보험, M&A 두 달 만에 대량 임원 교체로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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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등기임원 절반 사실상 물갈이
롯데손보 관계자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

 

12월 11일 기준으로 롯데손해보험에서 사임처리된 임원 현황 ( 사진 / 다트 )
12월 11일 기준으로 롯데손해보험에서 사임처리된 임원 현황 ( 사진 / 다트 )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지 두 달 만에 기존 임원진 절반 이상에 대한 교체작업이 진행된 걸로 알려졌다.

대주주가 변경되면 경영진·임원 등이 변동되는 건 흔한 절차지만 대기업 그룹이 지분 일부를 남기고 사모펀드에 계열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임원들의 '그룹 복귀' 없이 대규모 해임을 진행한 이례적인 경우로 여겨진다.

JKL파트너스는 지난 5월 롯데그룹과 롯데손해보험 인수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10월 금융당국의 승인을 거쳐 구주를 3734억원에 인수하고 3562억원을 유상증자한 바 있다.

이후 새 대표이사직은 JKL파트너스 최원진 전무가 맡게 됐으며 전 김현수 롯데손보 대표는 롯데물산 새 대표이사로 12월 인사발령을 받은 걸로 알려졌다. 이밖에 사외이사들도 바뀌어서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등이 새로 참여했다.

미등기임원 인사 중에는 절반가량이 교체됐다.

지난 24일 금융정보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지난 11일을 기준으로 기존 18명의 롯데손보 미등기임원 가운데 절반이 롯데그룹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사실상 해임됐다. 올해로 임원 재직 9년을 채운 김도한 법인영업본부장을 비롯해 6년 간 근무한 최기림 경영지원본부장 등 전무급 2명이 사임하게 됐다.

업무서비스본부·영남영업본부·일반투자부문·법인영업1부문·장기업무부문·자동차업무부문 수장들6명도 모두 직책을 유지하지 못하는 동시에, 롯데그룹 복귀도 하지 못하게 된 걸로 알려졌다. 이들은 재직기간이 최소 1년 9개월에서 9년 사이로 장기 재직한 고참급 임원들이다. 이로써 재직 3년 이상 임원 중 회사에 남게된 경우는 이상희 자산운용본부장과 박중언 리스크관리부문장 두 명이다.

롯데손보는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장기재직자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받아 대대적인 개편과 세대교체를 단행한 바 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젊은 조직으로서 세대교체와 스피디한 업무방식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며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팀제와 병행됐던 파트제가 폐지되고 유사기능 통폐합, 선택과 집중, 전문성강화 및 결재 체계 간소화 등을 통해 72개 팀에서 54개 팀으로 조직 슬림화를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임원 개편 또한 기대와 다르게 즉각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내부에서는 물론 업계 분위기도 술렁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이 사모펀드(PEF)로 계열사가 매각된 과정에서 직원들에 대한 수년간의 고용보장과 함께 임원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계약연장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 입장에선 계열사 매각과정에서 '고용' 문제로 인한 잡음 발생을 최소화하는 일이 우선일뿐더러 그간 수고했던 임원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있어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기존 임원이 퇴임하도록 하는 절차가 보통이다.

김현수 전 롯데손보 대표도 여러 차례 고용 안정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잎서 비춰왔고 본계약 당시에도 계약에 임직원 고용 안정을 보장하고 롯데그룹과 우호적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밝힌 바 있어 금번 인사는 롯데손보는 물론 그룹 안팎 등에서도 당황한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JKL파트너스를 믿고 있다가 허를 찔린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 걸로 전해진다.

이번 인사 결정에 대해 JKL파트너스 측은 ‘계약을 무시하고 임원들을 내보낸 것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평가해서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 뿐’이라며 ‘이번 인사가 난 임원들에 대해서도 롯데그룹의 문화대로 2년간 상담역으로 예우하기로 했다’는 입장인 걸로 알려졌다.

또한 해임 자체는 JKL파트너스 단독 의사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기업 그룹 물량 보전을 생각해 PEF로서 대기업 의사에 반하면서까지 인수 2개월 만에 임원교체 칼바람을 일으킬 이유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표면적으론 JKL파트너스가 진행했으나 직·간접적으로는 대규모 해임인사에 대한 롯데그룹 특히 지주차원의 '승인'이 있었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최근 전체 계열사의 40%가 넘는 22개사의 수장을 교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물갈이'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진 인사라는 평가 등이 나오는 등 인사의 방향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걸로 전해진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지주를 포함해 그룹 차원에서 롯데손보 임원 인사에 대해 어떤 개입도 없었다는 입장을 줄곧 유지해왔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임원 개편과 관련해 “저희가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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