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오락가락 행보로 정치권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지난번 총선 당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계파 공천으로 선거를 망친 바 있듯이, 미래통합당도 이번 공천에서 원칙과 기준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참으로 우려스럽다.
특히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사실상 친박계 공천에 몰두했다면,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나경원, 오세훈 등 이른바 ‘신 비박계’인지 여부에 따라 공천을 결정하는 듯 보인다. 앞서 불출마를 선언했던 '신 비박계' 김용태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출마하는 서울 구로을에 전략공천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차기 당권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어떻게든 자기 사람을 많이 심으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공정한 공천을 우선해야 할 공관위는 이 같은 행보에 경고를 보내기는커녕 반대로 구 비박계인 김무성 전 대표 측을 겨냥해 ‘표적 낙천’을 의심케 하는 행보만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공관위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 전 대표에 호남지역 험지에 출마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김 대표가 '여수든 광주든 당이 원한다면 어디든 출마하겠다'고 화답하자, 되레 지금은 이 지역조차 전략공천을 줄 생각이 없는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공천을 계보 짜는 식으로 강행할 바에 차라리 현직 의원들을 그대로 출마시키는 게 낫지 않겠나.
공천은 무엇보다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으로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통합당은 신뢰성이 떨어지는 여론조사와 공관위원들의 극히 주관적인 5분 면접으로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다른 후보들을 컷오프 하는 입맛 공천을 하고 있다. 이게 어디 국민경선인가. 김형오 위원장은 이번 입맛 공천이 과거의 공천 파동과 같은 후폭풍을 불러일으켜 보수를 분열시키는 만고의 역적이 될 수 있음을, 이한구의 전례를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미 공천 파열음은 시작된 모양새다.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용태 의원을 전략 공천한 구로을에선 이 지역에서 10년 이상 3전4기 도전해온 강요식 예비후보가 크게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이은재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된 데 반발해 현역 중 처음으로 재심을 청구한 상황이다. 김웅 전 검사를 전략 공천한 송파갑에선 지역 내 두터운 지지도를 자랑한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을 컷오프 했다. 박 전 구청장 역시 다른 정당으로 옮겨 출마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 외에도 통합당의 전략 공천과 컷오프에 불만을 품은 많은 후보들이 자유통일당(김문수, 조원진 합당) 또는 한국경제당(친박연대)의 공천을 받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공천 탈락자가 통합당을 탈당해 총선 출마한 뒤 향후 복당해도 이번 공관위 기준에 따르면 감점이 3점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낙천자들의 탈당이 이어질 공산이 높다. 그런 면에서 공천이 통합이 아닌 분열을, 필승전략이 아닌 필패전략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미래통합당으로 합쳐진 새로운보수당에서도 이혜훈 의원의 컷오프에 대한 유승민 의원의 불만이 표출되는 등 김형오 공관위 체제에 대한 의심 어린 시선은 곳곳에서 늘어가고 있다. 향후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영남권 공천 결과조차 수도권과 비슷한 기조로 나온다면, 그 후폭풍은 지금에 비하지 못할 정도로 당을 뒤흔들게 될 것이다. 통합당 공관위는 앞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공천 결과가 지속될 때, 선거를 앞두고 간신히 합쳐진 보수진영이 사분오열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