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4·15 총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역 확산 단계로 완전히 접어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청와대부터 정치권까지 정계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13일 코로나19와 관련해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문재인 대통령의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확진자 수는 물론 사망자 수까지 나날이 늘어가며 세계 각국에서도 한국인 입국을 차단하기 시작하는 등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데 급기야 국회에도 확진자가 다녀간 게 확인돼 전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상 최초로 방역을 위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국회마저 잠정폐쇄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 당정청, ‘대구 코로나’·‘TK 봉쇄’ 설화까지 진땀…TK 의원들 격앙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이 쏟아져 나오면서 사망자까지 늘어가자 그동안 종식된다고 낙관하던 당청은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코로나 종식을 거론한 대통령 발언에 대해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24일 “대통령께서 그 말씀을 하셨을 때는 경제계 인사들과 함께 총력을 기울여 힘을 합치자, 그런 취지의 자리였다. ‘우리가 힘을 다 합치고 총력을 기울인다면 머지않아 코로나19도 마무리될 수 있지 않겠냐’라는 희망을 같이 나눈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자충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일 중앙사고수습본부와 행정안전부 합동으로 배포한 코로나19 범정부 대응 관련 보도자료에 ‘대구 코로나19 대응 범정부특별대책지원단 가동’이란 제목을 붙여 도마에 올랐다.
급기야 여당 소속이면서도 대구가 지역구인 김부겸 의원까지 22일 “대구폐렴이라 말에는 지역주의의 냄새가 묻어있다. 특정 지역에 편견을 갖다 붙여 차별하고 냉대하는 게 지역주의고 지역주의 정치”라고 역설하자 같은 날 정부는 “명백한 실수이자 잘못이란 점을 알려드리며 상처 받은 대구시민과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는데, 논란이 채 수그러들기도 전에 25일 당정청 협의회 후 “대구·경북은 감염병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는 최대한의 봉쇄조치를 시행하겠다”고 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여론은 다시 들끓었다.
특히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최대한 이동을 (제한하기 위해) 일정 정도 행정력 활용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여 자칫 대구·경북이 중국 우한처럼 봉쇄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는데, 논란이 불거지자 홍 대변인은 수정 브리핑을 통해 “대구 봉쇄가 마치 우한 봉쇄를 연상하듯 그렇게 나가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으나 경북지역이 지역구이자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25일 “대구·경북이 발병지라도 되는 것처럼 봉쇄하겠다는 것은 국민은 물론 지역 주민들을 우습게보고 모독하는 것”이라고 문 정권을 성토했다.
이 뿐 아니라 이번에도 김부겸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왜 이런 배려 없는 언행이 계속되는지 비통한 심정”이라며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마음의 상처를 안겨줄 수 있는 어떤 언행도 일체 삼가 달라”고 호소했는데, 파장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도 이날 오후 대구를 직접 방문한 자리에서 “지역적인 봉쇄를 말하는 게 아니고 전파와 확산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정부는 특별교부세와 예비비를 포함한 긴급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해 나가겠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만으로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구경북이 겪고 있는 사회·경제적 피해를 덜어드리기 위해 특단의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충분한 재정지원을 위해 국회 동의를 얻어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문 대통령은 “오늘 저녁부터 국무총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 직접 이곳에 상주하며 현장을 진두지휘할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정세균 국무총리도 앞서 같은 날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주가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 여부를 가늠 할 중대한 고비”라며 “마스크 생산업자가 일일 생산량의 50% 이상을 공적기관에 의무적으로 출고하고 수출도 대폭 제한하겠다”고 속속 대책을 발표했다.
◆ 정부, 중국발 입국제한은 일축…中의 ‘한국인’ 격리엔 항의 없어

하지만 이 같은 조치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시행하라는 목소리는 야권을 중심으로 끊이지 않았는데, 앞서 코로나19 감염 진단 검사를 받았던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음성 판정이 나온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장 시급한 조치는 중국발 입국금지다. 외부에서 밀려들어오는 감염원을 차단하지 못하고 어떻게 국내에서만 감염병을 극복해낼 수 있겠나”라며 “국민이 간절히 바라고 있고 전문가가 수도 없이 촉구했다. 대체 왜 중국인 입국금지가 안 된다는 것인가”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정부는 우리 국민에겐 외출 자체를 삼가고, 각종 집회, 행사 등을 자제해달라면서 중국에서 들어오는 인파는 막지 않고 있다. 이러니 우리나라 국민의 입국을 막는 나라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중국마저 역으로 우리 국민 입국을 제한할 조짐을 보인다. 이래도 중국발 입국금지는 안 되는 것인가”라고 재차 직격탄을 날렸다.
또 같은 당 심재철 원내대표도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 대책은 천장이 뚫렸는데 우산을 쓰는 격”이라며 “중국과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우리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잡힐 수 없다. 한시적 입국 제한조치를 시행해 감염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통합당 의원들은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하라’는 플랜카드를 든 채 마스크를 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코로나19 확산방지 캠페인’까지 펼치면서 정부에 대한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다.
그럼에도 정부에선 이날 김강립 조정관이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을 통해 “현재로선 입장의 변화가 없다”고 중국발 입국금지를 사실상 일축했는데, 결국 같은 날 한국에서 출발한 항공편에 탑승한 승객 전원을 오히려 중국이 처음으로 강제 격리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구나 앞서 이스라엘이나 베트남, 모리셔스가 우리 국민을 상대로 입국금지나 격리 조치를 취한 데 대해선 강력하게 항의했었던 정부(외교부)가 정작 사전 통보 없이 이뤄졌다는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선 “탑승객 중 감염 의심자가 있거나 할 때 방역 수칙을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사항에 대해선 확인 후 알려드릴 게 있으면 알려드리겠다”고만 입장을 내놔 의혹 어린 시선까지 받고 있는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서 “의사협회의 대정부 입장 중 비선전문가 그룹에 대한 교체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들은 중국발 입국 제한의 불필요성이나 무증상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자문했다고 한다”고 비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미래통합당의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중국발 입국금지를 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부의 중국에 대한 생각을, 중국의 헤게모니 아래 통일을 이루겠다는 망상을, 중국과 그 지도자를 이번 총선에 끌어들이겠다는 발상을 모르는 바 아니었다”며 “그래서 과공과 굴종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혹에도 아랑곳 않은 채 정부는 오는 3월 개강을 앞두고 입국할 중국인 유학생들을 관리하기 위해 이날 예비비 42억원 지출안까지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는 이들을 위한 준비작업을 속속 진행하고 있는데, 국내 대학에 등록된 중국인 유학생 7만여명 중 이번 주에만 1만여명이 입국할 것으로 전망돼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확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또 다른 변수로 꼽히고 있다.
◆ 코로나19 확산에 선거 준비 중인 야권도 난감…총선 연기론도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데 대해선 총선 체제로 돌입하고 있는 야권으로서도 고민이 적지 않은데, 무엇보다 코로나19가 가장 기승을 부리고 있는 TK지역이 당의 핵심 지지기반이다 보니 사망자까지 나온 이번 사안을 무작정 ‘정권심판론’과 같은 정치적 소재로 활용하면서 대정부 공세에나 집중한다면 텃밭에서도 역풍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전염병 확산 때문에 선거 유세도 어려워진데다 국가적위기 수준으로 창궐하면서 정부에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그간 정부여당을 압박했던 여러 이슈들도 점점 묻혀버리고 있다는 부분도 총선을 준비 중인 야당을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선 총선을 아예 연기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손학규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지난 21일 “총선 연기를 전면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이후 유성엽 민생당 통합대표까지 지난 24일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방문도 꺼리기 때문에 선거운동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주 사태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총선 연기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으며 김용태 통합당 의원도 25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코로나19가 확산해 치료에 집중하는 상황이 된다면 총선 연기 등 모든 것을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3일 총선 연기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으며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도 “국민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정치권에서 먼저 총선 연기 얘기는 할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던 만큼 전례 없는 총선 연기는 그저 ‘설’로만 그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