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정당이든 선거에 임하는 데 있어 자당을 대표하는 후보자를 내놓는 ‘공천’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다른 무엇보다도 불복 혹은 반발이 일어나기 쉬운 사안이다 보니 최소한 공천에 있어선 항상 공정하고 일관성 있는 원칙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어느 누구라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부분이 좀처럼 지켜지지 않아 지난 20대 총선 때도 새누리당의 경우 소위 이한구 당시 공관위원장의 칼질로 공천 파동이 일어난 끝에 집권여당의 내분으로까지 이어졌으며 끝내 수습되지 못한 이 내홍은 보수정권의 붕괴와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이란 나비효과까지 일으켜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훈을 얻지 못했는지 과거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 21대 총선을 앞두고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혁신공천이란 명목으로 자의적 기준에 따라 공천 칼날을 휘둘렀다가 스스로 자진하차하게 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물론 현역 물갈이를 비롯해 당내 반발을 불사하고 대폭 솎아내는 결과를 내놓은 점은 일부 평가할 수 있겠지만 애당초 국민공천제도 아니고 객관적 공천 기준도 없이 이현령비현령식 태도로 일관했다는 점에서 만의 하나 미래통합당이 패배하게 된다면 그간 사천 논란의 중심에 선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을 비롯한 공관위 인사들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선추천과 단수추천으로 명칭만 달리해 사실상 입맛대로 공천해놓고 당에 대한 공헌도가 높은 사람에겐 막말을 이유로 공천 배제하는 등 막말이든 해당행위든 그동안 공관위가 내세운 명분들이 후보에 따라 공천 여부를 달리 하는 이중 잣대로 남용됐다는 점에서 이번 공천을 바라본 이들의 매서운 비판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일례로 포항 남·울릉의 경우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기록한 재선 포항시장 출신의 박승호 후보 등은 컷오프하고 포항에서 활동한 지 2달밖에 안 되는 김병욱 후보 등 통합당 후보 지지 여론조사에서 최하위권을 한 후보 2명을 경선에 붙였다는 점만 봐도 이번 공천이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공관위는 공천 결과에 반발한 이들의 무소속 출마를 보수분열이라고 비판할 게 아니라 그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부터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비단 공관위 뿐 아니라 공개적으로 공천 번복 논란을 일으킨 최고위 등 통합당 지도부 역시 그동안 무소속 출마했다가 복당한 이들에게도 이번에 공천을 줬으면서 21대 총선 공천 결과에 불복한 이들의 무소속 출마에만 영구히 복당을 불허하겠다고 으름장이나 놓을 게 아니라 과연 누구 때문에 이 같은 공천 파동이 일어나게 된 것인지 그 책임 소재를 분명히 되짚어서 거기에 우선 따져 물어야 맞는 게 아닌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최소한의 절차나 과정도 없이 그간 공정한 공천이 될 것이라 믿고 임한 후보들을 마치 소모품처럼 내버린다면 제 아무리 정권 심판을 외친들 이번 총선 승리는 언감생심이며 잘못 꿴 첫 단추를 결자해지하겠다는 자세가 선행돼야만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 역시 통합당으로 결집할 수 있을 것이다. 박강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