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거된 5명은 불법 비자를 브로커를 통해 발급받고 미국 내에 있는 유흥업소로 진출하려던 미모의 20대 여성들이었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다음날인 27일 종로의 한 쪽방에 차려놓은 사무실을 급습했다.
‘윗선’ 수사 빠른 진척 힘들듯
경찰은 이날 브로커 B(46·남)와 C(61·남)를 사문서위조 및 행사로 구속하고, 사무실에 보관하던 비자 부정 발급자 명단 70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사무실에서 압수한 서류만도 1백여건.
하지만 경찰은 이보다 더 많은 수가 불법으로 비자를 발급받은 뒤 미국에 이미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조직은 미국 입국을 희망하는 의뢰자로부터 1인당 6백~9백만원의 수고료를 받고 재직증명서 등을 위조했다.
이후 의뢰자가 비자를 무사히 발급 받은 뒤에는 위조된 서류를 찢거나 소각하도록 교육을 시켜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이들 조직은 인터뷰 상담관리자와 서류위조 담당자, 모집책, 사무실 관리자 등 업무를 분류해 체계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한편 서로의 이름이나 신상정보에 대해서는 주고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점조직으로 운영하면서 조직 내의 보완에 철저하게 신경써왔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들 조직의 증거물 확보가 어려워 적발하지 못한 나머지 피의자와 배후 조직을 모두 일망타진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특히 이들은 국내보다는 미국 내에 거주하는 총책으로 하여금 미국 현지에서 홍보하도록 하고, 이를 본 해외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국내에 있는 업소 종사자들에게 정보를 흘려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입국을 희망하면 미국에 있는 총책이 의뢰인을 국내 총책에게 연결시켜주는 방식이다.
이들은 일정량의 돈을 지불한 뒤 사용하는 ‘선불폰’을 이용했고, 이마저도 미국에 10년 이상 거주한 것으로 추측되는 피의자 한명이 지난해 국내에 잠시 입국했다가 타인 명의로 개설한 휴대폰이라 ‘윗선’ 수사에 빠른 진척을 보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입국하자마자 빚더미 앉아
미국 비자 발급신청 100%에 가까운 실력을 보여줘 수사를 담당한 경찰마저도 깜짝 놀랐다는 후문. 외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1월경 비자를 부정 발급을 알선하는 조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7개월 동안 이들 조직의 행방을 찾았다”며 “이미 70% 이상의 국내인이 불법으로 비자를 발급받고 출국한 상태로 파악되며 나머지 피의자 및 배후 조직을 밝히기 위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에서도 이들 조직을 검거하기 위해 수사 중이었다는 사실이 후에 밝혀졌다”면서 “이미 검찰 유도로 인해 미국 내 유흥업소에서 일한 D씨(27·여)가 3개월 만에 국내로 입국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적발된 여성 모두 브로커들에게 지급해야 할 수고료를 본인이 아닌 미국 내 유흥업소 사장들이 대신 지불했다. 업소 사장들이 선불금을 주는 형국이다.
때문에 미국 내 유흥업소로 취업하는 여성들은 가자마자 빚더미에 안게 된다. 업소 측에서 제공하는 숙소 제공비와 비행기표값 등을 포함해 대략 1천5백만원이라는 빚이 고스란히 생기게 되는 셈이다.
한편, 이 같은 사건 소식이 강남의 유흥촌에 흘러들어가면서 업계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내 유흥업소 알선 모집책은 물론 총책이 한국인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유흥업계 거물급 사장들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의 한 유명업소 관계자는 “유흥업계의 거물급 사장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며 “몇몇 사장이 거론 되고 있으나 확실치 않아 쉬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오래전부터 해외 진출을 노리면서 국내 여성들을 해외로 빼돌리기 위해 갖은 수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 국내 유흥업소 종사자 여성들은 미국비자 발급이 쉽지 않아 그 동안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내 유흥촌 재집결 조짐
관계자에 따르면 이 와중에도 거물급들은 이미 해외에서 사업장을 확장해 국내에서 형성한 유흥업계의 네트워크를 미국 내의 유흥촌에서 다시 재집결하며 오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국내에서는 더 이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기 때문에 업주는 물론 여종업원들도 해외 유흥업소로 진출하려는 계획을 너나 할 것 없이 세우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앞으로 더 많은 업주와 여종업원들이 국내를 빠져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몇 달 안에 빚을 청산하고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만 정작 현실에 부딪혀보면 쉽지 않다”며 “원금만큼이나 빠르게 오르는 이자도 무시하지 못할뿐더러 어렵게 해외로 나갔지만 힘들어서 다시 국내로 입국하는 여성들이 많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