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은행업 비중이 90%…우리금융 누적 당기순이익 반토막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신한금융지주를 마지막으로 국내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이 모두 발표됐다.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로 인해 은행의 영업 환경은 좋지 않았지만 증권·캐피탈·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이 늘면서 대체로 기대치에 상회하는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비은행 계열사가 상대적으로 약한 우리금융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은 3분기에만 1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KB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1666억원으로, 신한금융의 1조1447억원보다 소폭 앞섰다. 다만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신한금융(2조9502억원)이 KB금융(2조8779억원)을 간발의 차로 앞선 상태다. ‘리딩 금융그룹’ 타이틀을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다.
하나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76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5% 감소했지만 작년 3분기 중 옛 외환은행 사옥 매각이익(세후 약 3200억원) 효과를 제외하면 사실상 최대 수준인 셈이다.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2조10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자 ‘동학 개미 운동’, ‘공모주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 등 금융활동이 활발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각 금융지주들의 은행 실적은 전년보다 감소하거나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카드, 증권사, 보험사 등에서 대체로 호실적을 거뒀다.
문제는 우리금융이다. 우리금융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47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감소해 전망치에는 부합했으나,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14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나 감소했다.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올해 실적이 주춤한 이유 중 하나로 계열사 중에 증권사가 없어 사모펀드 및 코로나 사태 관련 비용을 상쇄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의 경우 우리은행의 순이익 비중이 90%에 육박하고 있으며, 우리카드 정도가 10% 안팎의 실적을 거둬 보조하고 있는 수준이다. 올해 3분기말 기준으로 신한금융은 은행업 비중은 60%, KB금융은 65%, 하나금융이 79%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증권 계열사였던 우리투자증권은 민영화로 인해 2014년 NH농협증권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됐다. 이렇게 재출범한 NH투자증권을 올 3분기 사상 최대 분기 순이익인 2396억원을 기록했다. 만약 우리투자증권이 우리금융 자회사였다면 올해 ‘투자 붐’에 올라타 실적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 섞인 예상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우리금융은 지주사 출범 후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강화를 위해 공격적인 M&A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자산신탁(국제자산신탁)과 우리자산운용(동양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ABL글로벌자산운용) 등 3개의 비은행 계열사를 추가했으며, 지난 23일에는 아주캐피탈에 대한 우선매수권 청구권을 행사하며 연내 자회사 편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이 아주캐피탈 주식을 매수하면 아주캐피탈의 100% 자회사인 아주저축은행도 우리금융의 손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임을 감안해 그룹 내 사업포트폴리오간 시너지 강화 등 그룹의 내실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