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계열사 약한 우리금융만 큰 폭 하락
손태승 회장 중징계 2연타도 부담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우리금융지주를 마지막으로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실적이 모두 발표됐다. 지난해 두 차례 금리 인하로 인해 은행의 영업 환경은 좋지 않았지만 증권·캐피탈·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이 늘면서 전년 대비 실적이 상승했다. 특히 KB·신한·하나금융의 경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비은행 계열사가 상대적으로 약한 우리금융은 아쉬움을 남겼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해 순이익 3조455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3% 증가한 수치다. 신한금융도 전년 대비 0.3% 증가한 3조4146억원을 달성했고, 하나금융도 10.3% 증가한 2조6372억원을 기록했다.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자 ‘동학 개미 운동’, ‘공모주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 등 금융활동이 활발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각 금융지주들의 은행 실적은 전년보다 감소하거나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카드, 증권사, 보험사 등에서 대체로 호실적을 거뒀다.
문제는 우리금융이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3073억원으로, 전년 대비 30.2%나 급감했다.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올해 실적이 주춤한 이유 중 하나로 계열사 중에 증권사가 없어 사모펀드 및 코로나 사태 관련 비용을 상쇄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은 재출범하면서 하나금융과 3위 싸움을 할 것으로 예상됐고, 실제로 2019년 하나금융 순이익의 80%에 육박하면서 하나금융을 긴장하게 했지만 지난해 우리금융은 하나금융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게 됐다.
우리금융의 경우 우리은행의 순이익 비중이 80%가 넘는 것이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한금융은 은행업 비중은 61%, KB금융은 67%, 하나금융이 76%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증권 계열사였던 우리투자증권은 민영화로 인해 2014년 NH농협증권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됐다. 이렇게 재출범한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21.1% 증가한 5769억원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만약 우리투자증권이 우리금융 자회사였다면 올해 ‘투자 붐’에 올라타 실적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 섞인 예상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순익이 예상보다 적은 이유는 코로나19 등에 따른 선제적인 충담금 적립 등 각종 비용 요인을 인식했기 때문”이라며사모펀드 관련 비용도 사전에 충분히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주사 전환 이후 신규 편입 자회사의 M&A효과가 본격화되며 비은행 수익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연간 손익 규모가 약 1000억원에 달하는 우리금융캐피탈이 자회사로 편입되는 등 그 효과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 손태승 회장에 2년 연속 중징계 예고도 부담
손태승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징계를 통보 받은 것도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손 회장은 지난해 1월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를 받았다. 이후 손 회장은 중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지난해 3월 임기 3년의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 오후 손 회장에게 또 다시 중징계에 해당하는 ‘직무 정지’를 통보했다. ‘해임 경고’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징계로, 1조6000억원대의 펀드 환매중단을 초래한 라임자산운용 사태 당시 우리은행장을 겸임했기 때문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라임 펀드 판매 규모는 총 3577억원으로 라임펀드 판매사 8곳 중 가장 크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에 대한 이번 제재가 최종 확정되더라도 기존 임기인 2023년 3월까지 지주회장직을 수행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주 재출범 3년차인 우리금융이 비은행 계열사를 늘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대규모 M&A가 절실하고, 라임 사태의 수습과 민영화 역시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