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정치권 내 ‘극단적 선택’…고착화되기 전에 끊어내야
잇따른 정치권 내 ‘극단적 선택’…고착화되기 전에 끊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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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 회장
박강수 회장

출생률은 점점 줄어가고 있는 데 반해 OECD 자살률 1, 2위를 다투는 불명예는 무려 10년 가까이 이어져오고 있는데다 특히 청년층인 10~30대 사망원인 1위(2019 통계청 사망원인통계)가 자살일 정도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살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꼽히고 있다.

심지어 현 정권이 출범하던 2017년 그나마 리투아니아에 이어 2위였던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불과 1년 만에 1위로 다시 올라섰고, 2018년 문재인 정부가 ‘자살예방 국가행동 계획’까지 수립했지만 2019년 자살에 의한 사망자수는 하루 평균 37.8명으로 전년보다 129명이나 증가하는 등 2년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 지난달 30일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자살예방정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20~30대 여성과 학생들의 자살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는데, 문 정권 들어서 이 같은 자살 풍조는 노회찬·정두언 전 의원, 안찬희 전 인천시장, 오근섭 양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마치 유행병처럼 정치권으로까지 크게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현 정권 출범 초기엔 국정원 댓글수사 방해 혐의를 받던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2017년 11월 6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투신한 데 이어 지난 2018년 12월 7일 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를 받던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극단적 선택을 해 생을 마감하고 다음해 1월 22일에도 같은 혐의를 받던 기무사 출신 A소령이 목숨을 끊는 등 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소위 ‘적폐청산’ 수사가 정권 차원에서 힘을 실으면서 극단적 선택 사례가 이어졌다면 정권 후반기에 들어선 집권여당 관련 수사가 진행될 때마다 수많은 자살자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29일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가 총괄대표를 지냈던 코링크PE의 투자를 받은 2차전지 업체 WFM에 주식을 담보로 20억 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알려져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상인저축은행 사건의 피고발인이 숨진 채 발견됐으며 불과 이틀 뒤인 12월 1일엔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했던 검찰수사관이 지난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수사를 경찰에 하명했다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검찰 출석 통보를 받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 다음해에도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부실 회계 의혹 수사로 압수수색을 받은 위안부 쉼터(평화의 우리집)의 소장인 손모씨가 6월 7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사망 전엔 윤 의원과 통화한 기록까지 확인돼 여러 해석이 나오기도 했고, 같은 해 11월 11일엔 대관절 무슨 노릇인지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서부지법 이모 부장판사가 윤 의원 첫 공판을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 회식 도중 돌연사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또 이 사이에도 성추행 의혹을 받은 대권잠룡급 거물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 7월 9일 극단적 선택을 해 정치권에 큰 충격을 줬으며 올해 마지막 달(12월)마저 이낙연 민주당 대표실 부실장인 이모씨가 옵티머스자산운용 관계사로부터 복합기 임대료 대납 등을 지원받은 의혹으로 수사 받던 중 지난 3일 서울서부지법 인근 빌딩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왜 적극 소명하기보다 하나같이 죽음을 택하는 것인지 의혹만 한층 커져가고 있다.

당장 이번 사건만 해도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사건이 종결된다는 검찰 사건사무규칙에 따라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지게 되는데, 이런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일각에선 수사가 본격 진행되기 전에 핵심 증인들이 ‘꼬리 자르기’ 격으로 자살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자체가 결국 혐의를 우회적으로 시인하는 셈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별 다른 확증 없이 이런 의혹 제기로 망자를 두 번 죽여서야 안 되겠지만 유명 정치인이나 관련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택하는 것만으로 진상규명마저 중단되거나 급기야 미화되기도 하는 행태는 오히려 정치권 내 자살을 부추길 가능성만 높이게 되며 안 그래도 세간에 만연한 자살 풍조에 불을 붙여 자칫 ‘베르테르 효과’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관행처럼 굳어진 ‘자살로 인한 수사 종결’만은 이제라도 재고해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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