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렬함의 끝을 보여준 법무부의 윤석열 징계
졸렬함의 끝을 보여준 법무부의 윤석열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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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 회장
박강수 회장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 사찰 문건 작성 및 배포, 채널A사건 수사·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등의 4가지 사유를 들어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올해 초 취임한 이래 수차례에 걸친 수사지휘권 발동부터 검찰총장에 대한 사상 초유의 직무집행 정지 명령 등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고기영 전 법무부차관의 사퇴와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맡던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의 반대,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던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마저 윤 총장에 대한 6가지 혐의를 모두 인정하지 않는다며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밀어붙여 내놓은 결과라기엔 가히 태산명동서일필 수준이다.

더 우스운 것은 그간 윤 총장 징계위원회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이 무색하게 징계 결정 과정조차 졸속으로 이뤄졌는데, 앞서 법무부 감찰위원회조차 절차상 흠결을 지적했던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징계위조차 7명의 위원 중 최소 성원 요건인 4명만 달랑 출석한데다 사실상 ‘추미애 라인’ 인사들만 모여 징계를 단행하는 무리수를 뒀다.

특히 윤 총장 측이 징계 대상에 따라 가변적으로 임명될 수 없는 외부 징계위원에 최근 위촉된 정한중 교수와 징계 심의 관련 사건 관계인인 신성식 부장 등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지만 징계위원들은 정족수를 유지하고자 이를 족족 ‘셀프 기각’시켜버렸고 사실상 답정너식으로 내놓은 결론이란 게 범여권 일각에서조차 당초 기대한 것보다 수위가 낮았다고 평하는 2개월의 정직(직무정지)인데 이미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명령에 대한 효력 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음에도 끝내 이 같은 결과를 내놓은 것을 보면 참으로 야비하다 못해 졸렬하다고 밖엔 달리 할 말이 없다.

이미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에 대한 취소소송과 검사징계법에 대한 헌법소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윤 총장 측이 법적 대응을 이어온 점에 비추어 자칫 파면이나 해임 수준의 징계를 내렸다가는 지난 1일 직무배제 조치 효력정지 판결처럼 법원을 통해 뒤집힐 가능성이 없지 않은 만큼 징계위에선 내년 7월까지인 검찰총장 임기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윤 총장의 손을 묶어 월성 원전이나 옵티머스 의혹 등 정권 수사 속도를 공수처 공식 출범 전까지 어떻게든 방해해보겠다는 의도 하에 내린 결론으로 풀이되고 있다.

먼저 큰소리치며 칼을 뽑았으니 뭐라도 잘라야 하는 처지로 내몰린 추 장관은 그나마 이거라도 대통령에 보고하겠다고 이날 청와대에 들어가 사의 표명까지 한 듯 보이지만 당초 장관 전권을 동원해 윤 총장을 압박해오던 기세에 비하면 자당 지지층 내에서조차 위신도 세우기 어려울뿐더러 오히려 전국적 비호감으로 정치적 부담만 잔뜩 진 채 퇴장하는 꼴로 볼 수밖에 없다.

비단 추 장관 뿐 아니라 윤 총장과의 갈등이 정면대결로 비화된 이래 지지율 하락만 거듭했던 문 대통령 재가에 따른 역풍을 피해보려 들긴 하겠지만 이미 윤 총장 측이 징계 절차는 물론 사유 역시 위법·부당하기에 승복할 수 없다며 대통령 재가 즉시 법적 대응할 방침을 밝혔다는 점에서 이날 추 장관의 제청을 재가한 문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도 향후 법원 판결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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