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가 발령된 지역은 수도 런던과 남동부 지역
-이 지역 주민들은 일요일 아침부터 2주간 집에 머물러야 한다
[시사포커스 / 정유진 기자] 영국에서 코로나19 변종이 창궐함에 따라 영국 정부는 일부 지역에 대해 경계 단계를 기존의 3단계에서 4단계로 상향하고, 전면봉쇄에 들어갔다.

BBC 방송에 따르면 4단계가 발령된 지역은 수도 런던과 남동부 지역이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은 약 1800만명으로, 영국 인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이 지역 주민들은 일요일 아침부터 2주간 집에 머물러야 한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날 “영국 전역에 빠르게 확산되는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 지역을 완전히 봉쇄한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가 공격 방법을 바꾸면 방어 방법도 바꿔야 한다.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감염이 치솟고 병원이 마비돼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이 이 같은 특단의 대책을 취한 것은 최근 영국에서 코로나19 변종이 창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발병률은 지난주 런던에서 거의 두 배가 됐으며, 감염의 거의 60%는 바이러스 변종으로 인한 것이다. 정부가 도입한 4단계는 필수 시설 이외에는 모두 문을 닫아야 하고, 주민들은 필수 직장, 학교, 병원 이외에는 외출이 금지된다.
영국 최고 의료 책임자인 크리스 휘티는 “새로운 변종이 더 빨리 퍼지고 있으며 수도와 남동부 지역에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균주가 더 높은 사망률을 유발하거나 백신과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이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중"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4~5월 1차 확산 이후 한때 수백 명에 불과했지만 이달 들어 연일 2만~3만명을 넘나들고 있다. 19일 기준 영국의 누적 확진자는 200만여 명으로 세계 7위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다음으로 많다.
존슨 총리는 또 잉글랜드 지역에서 23일부터 5일간 적용하기로 한 크리스마스 시즌 제한 완화조치도 크리스마스 당일 하루로 축소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는 이 기간 최대 3가구가 '크리스마스 버블(bubble)'을 형성해 함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었다.
'버블'은 코로나19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 개의 버블은 한 가구 구성원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정부는 그러나 바이러스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5일 내내 이를 적용하지 않고 크리스마스 당일 하루로 제한할 방침이다.
4단계 지역에서는 아예 '크리스마스 버블'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를 1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입장이 급격히 선회한 것은 'VUI-202012/01'로 알려진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때문이다.
존슨 총리는 이 변종이 기존 바이러스 대비 감염력이 70% 더 크고, 재생산지수를 최대 0.4 높일 수 있어 대응을 강화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으며 "신규 호흡기 바이러스 위협 자문그룹(New and Emerging Respiratory Virus Threats Advisory Group·NERVTAG)은 지난 며칠간 이 변종을 분석했다"면서 "변종이 더 심각한 질환이나 높은 사망률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지만, 훨씬 더 빨리 전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우리는 계획했던 대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는 없다"면서 "이런 조치를 발표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 8일부터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을 시작했다. 그러나 돌연변이가 발생하면서 백신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변종 바이러스에 관해 보고했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영국에서 발생한 변종을 인지하고 있다며 "중요성을 살피고 있다. 많은 변종이 있다. 이 바이러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진화하고 변화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패트릭 발랜스 최고 과학 고문은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영국에서 최근 발견된 다양한 코로나19 변종이 이미 다른 나라에도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