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따로 출발한 여야 경선열차…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향방은?
[기획] 따로 출발한 여야 경선열차…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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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단일화 시점 놓고 안철수·김종인 ‘밀당’…피로감에 지지층 이탈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좌)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좌)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우). 사진 /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논의가 본격 진행되지는 못한 채 일단 각 당별로 경선 일정에 따라 후보별 선거 준비에 들어간 상황인데, 한때 급격히 성사될 것처럼 화두가 됐던 게 무색하게 이제는 제각기 경선에 돌입한 채 각자도생으로 가는 양상이어서 이러다 결국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늘어가고 있다.

◆ 국민의힘, 野 단일화하겠다면서도 安에 ‘배짱’인 이유는?

야권 후보 단일화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최대변수로 꼽혀 왔는데, 그런 만큼 국민의힘이나 국민의당 모두 단일화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신경전 탓에 무엇 하나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당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입당을 전제로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7일 신년 기자회견에선 아예 “지금까지 태도로 봐서 그런 일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강조한 데 이어 안 대표를 겨냥 “우리는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 있는데 한쪽에서 급하다고 단일화를 하자고 해서 단일화 되는 게 아니다. 서울시장 후보 되는 것에 집착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저는 이번 보궐선거가 국민의힘이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데 매우 중요한 선거라고 생각한다. 보궐선거와 관련해 서울시 유권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느낌이 있는데 현 정부가 지난 4년 동안 성공한 정책이 없어 이에 대한 판단을 유권자가 할 것”이라며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중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사람도 있는데 경쟁력이 있느냐는 지적에도 “지난번 총선에서 실패했다고 서울시장에서 승리하지 못할 거라는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후보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있다”고 맞받아쳤다.

물론 그가 “우리 후보가 있어야 단일화를 할 수 있다. (국민의당과) 단일 후보를 만드는 데엔 일주일 정도면 충분하다”고 밝힌 데다 지난 6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선거 공고 전에만 단일화가 이뤄지면 상관없다. 안 대표와는 3월 초에 단일화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어 단일화를 회의적으로 본다기보다는 일단 주도권을 쥐기 위한 ‘숨고르기’ 과정 정도로 비쳐지고 있는데, 문제는 지나치게 신경전만 이어지면서 야권 단일화를 지지하던 유권자들의 피로감도 높아져 오히려 단일화 성사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선까지 늘어가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22일 전국 성인 1013명에게 실시해 26일 발표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전망 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 따르면 성사되지 않을 것이란 답변(61.2%)이 성사될 것이라 본 비율(29.9%)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왔으며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서울에서조차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을 것(53.4%)이란 의견이 성사될 것(38.8%)이란 의견보다 많은 것으로 나왔고 심지어 국민의힘 지지층(53.8%)과 국민의당 지지층(51.4%)에서마저 후보 단일화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높게 나온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지난달 28~30일 서울신문과 현대리서치연구소가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상대로 조사해 1일 공개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망(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선 야당이 이길 것이라 보는 비율(47.6%)이 여당이 이길 것이라고 보는 비율(39.6%)보다 높게 나왔던 데다 서울시장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서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 후보 중심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44.9%)이 국민의당 안 대표 중심의 단일화(34%)가 돼야 한다는 의견보다 높은 것으로 나오다 보니 당장 국민의힘에선 안 대표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듯 자당 경선에 힘을 쏟고 있다.

◆ 野 지지층 피로감↑…단일화 논의 ‘최후통첩’한 안철수

28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사진 / 권민구 기자
28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사진 / 권민구 기자

그래선지 지난 26일만 해도 서울시 선관위를 찾아 기호 4번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서 국민의힘 입당에 선을 긋고, 조계사에서 원행 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선거 완주 의사까지 밝혔던 안 대표는 27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자리에선 ‘단일화가 안 된다면 3자 구도라도 서울시장 선거를 완주할 것이냐’는 질문에 “상상해본 적이 없다. 서로 간절하고 절박하면 반드시 (단일화가) 성사될 것”이라고 답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후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야권 지지자들의 마음이 어느 한 방향으로 모아지지 않겠나. 그럼 실행에 옮기는 게 정당인의 역할”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안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공연화 실무협상이 시작되면 야당 지도부와 후보들은 어떻게 하면 본선에서 이길 것인가에만 집중할 수 있다. 제1야당 주장처럼 단일화 논의를 3월에 한다고 해도 1·2월 내내 여론과 언론은 이 주제를 계속 다룰 텐데 진전이 없으면 국민의 피로감과 식상함도 심해질 것”이라며 “단일화가 국민에게 지루한 샅바싸움으로 비친다면 단일화는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 씨름에서 샅바싸움에 집중한 선수는 설사 우승하더라도 천하장사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국민의힘을 향해 경선을 진행해도 단일화 협상은 함께 진행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지지층의 피로감에 따른 이탈이 일어날 거란 안 대표의 지적이 적중한 듯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25~27일 전국 유권자 1510명에게 실시해 28일 공개한 1월 4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2.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서울의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5.8%P 상승한 32.4%로 나온 데 반해 국민의힘은 6.6%P나 떨어진 28.5%에 그치면서 양당 격차가 3.9%P로 벌어졌을 뿐 아니라 이 지역에서의 선두 자리도 뒤바뀌면서 불과 한 주 만에 희비가 엇갈렸고,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지난 27일 KBS라디오에 나와 “3자 대결을 한다면 야당이 필패한다고 봐야 한다”고 자당에 쓴 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일단 안 대표는 국민의힘을 겨냥 “단일화 실무협상을 시작하자는 지난주 저의 제안에 대해선 이제 충분히 설명해 드렸으니 앞으로 더는 이와 관련한 말씀은 드리지 않겠다”며 “질 수 없고 져서도 안 되는 선거에서 진다면 야권의 미래는 없다”고 28일 최후통첩을 날렸는데, 한편으로는 단일화와 별개로 이날 국민의당 재보선 공직후보자 추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결하고 보선에 출마하는 본인 대신 권은희 원내대표를 선거 관련 대표 권한대행으로 선임하는 등 자당만의 선거 준비 작업에도 착수했다.

이처럼 험난한 야권 단일화 상황을 긴장한 채 지켜보는 곳은 민주당인데, 야권이 갈라진 다자구도로 치러져야 어떻게든 여당에 유리해지기 때문에 자칫 안 대표가 신경전 끝에 물러날 것을 우려했는지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지난 27일 최고위 회의 직후 “야권의 불확실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식이면 3월달 후보 단일화도 예측불허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에도 결국 (안 대표가) 철수할 것이란 분석까지 대두되는데 안철수는 ‘안 철수’ 선언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또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 멤버이자 친문 핵심 인사인 홍영표 의원은 28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야권 단일화와 관련 “안 대표가 강점으로 갖고 있는 게 중도층의 지지를 갖고 있다는 건데, 그게 지금 과거의 이야기고 이미 안 후보가 극우적인 생각을 갖고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쪽의 지지를 얻을 수도 없다”며 “그러다 보면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을 하든 아니면 다시 철수를 하든 결국 국민의힘 당내 경선으로 끝나지 않을까”라고 안 대표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중심의 단일화를 전망하기도 했다.

◆ 민주당·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후보 단일화 여부도 관심

(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 의원, 열린민주당의 김진애 원내대표, 정봉주 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 의원, 열린민주당의 김진애 원내대표, 정봉주 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야권 단일화 뿐 아니라 범여권 단일화도 이번 보선의 또 다른 변수로 비쳐지고 있는데, 앞서 범여권 단일화를 일축하고 정의당 후보 완주를 주장했던 김종철 전 대표가 성추행 파문으로 물러나게 되자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가 미투 선거란 얘기를 많이 하고 정의당도 그걸 안다. 그렇기 때문에 공천을 하는 게 쉽지 않단 입장”이라고 무공천 가능성을 내비쳤다.

비록 무공천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고 내부에서 찬반격론이 오가고 있어 오는 30일 전국위원회에서나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당 차원의 공식 선거 일정까지 성추행 파문 때문에 모두 제동이 걸린 데다 당 지지율 역시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1월 4주차 정당 지지도 집계 결과(95%신뢰수준±2.5%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서 확인되듯 4.1%로 떨어진 것으로 나오고 있어 보선 시작 전부터 경쟁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동 조사 결과에서 동반 상승하며 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의 양자 대결이 될 민주당은 내달 9일부터 경선 선거운동에 들어가 3월 1일에 후보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고 열린민주당은 이미 서울시장 경선에 들어간 가운데 지난 27일 정봉주 전 의원이 무고·공직선거법 위반·명예훼손 혐의 관련 2심 재판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김진애 의원과 한층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내달 5~8일 전당원 투표를 한 뒤 9일에 최종 후보를 확정할 방침이다.

결국 범야권 단일화는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단일화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민주당 후보인 박 전 장관은 이 사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지난 12일 경쟁후보인 우 의원이 열린민주당 김진애 후보와 ‘각자 당의 최종 후보로 선출될 경우’, ‘당 대 당이 아닌’ 후보 간 단일화란 전제로 여권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호응하기도 한데다 열린민주당 정 전 의원은 아예 양당 통합까지 주장해온 만큼 추진되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민주당에선 급할 게 없다는 분위기인데, 최인호 수석대변인이 지난 13일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 다만 우리 당 후보들이 가시화하고 난 뒤에 여러 측면을 고려해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이 역시 야권 단일화 일정과 궤를 같이 하게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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