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4·7보궐선거가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4차 재난지원금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겠다고 역설하던 더불어민주당의 호언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버텼던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결국 당정 갈등의 승기를 잡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1일 열린 당정청 회의만 해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당은 피해계층 맞춤형 지원과 전국민 지원을 담은 4차 재난지원금을 끝까지 추진할 것”이라고 일갈하자 홍 부총리는 “저는 못하겠다”고 맞서면서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놓고 당정 갈등은 극을 달렸다.
심지어 바로 다음 날인 2일엔 이낙연 민주당 대표까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선별적·보편적 재난지원금을 동시에 논의하자’고 공개적으로 제안하며 홍 부총리 압박에 나섰는데, 이에 굴하지 않고 홍 부총리도 페이스북을 통해 곧바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자 이 대표 역시 3일 최고위 회의에서 거듭 “당정에서 맞춤형과 전 국민을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기 바란다. 재정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일 홍 부총리는 “정부와 의견이 다른 사안에 대해 국민께 확정된 것으로 전달될까 하여 재정당국 입장을 절제된 표현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항변했는데, 급기야 민주당에선 설훈 의원이 “서민 피눈물을 외면하는 곳간지기는 곳간지기로서 자격이 없다”며 홍 부총리에 사실상 사퇴 요구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온갖 압박에도 홍 부총리가 끝까지 물러서지 않자 결국 설 연휴를 기점으로 민주당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원 논의에선 일단 한 발 물러나는 모양새인데, 이 대표가 지난 14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홍 부총리와의 재난지원금 이견과 관련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날카롭게 노출되는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 안 좋다”고 발언한 데 이어 15일 김 원내대표도 “내수 진작을 위한 지원금은 코로나19 진정 상황을 보면서 논의하겠다”고 수위를 낮췄다.
반면 홍 부총리는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긴급재난지원금의 보편지원에 대해 질의하자 “전국민에게 드리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으며 한 발 더 나아가 ‘4차 지원금 이후 5차 지원금 지급을 위한 논의를 한 적이 있나. 보편지급인지 선별지급인지 내용 없나’란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엔 “없다. 당에선 그렇게 판단하고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정부 입장에선 논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이 선별 지급에 일단 무게를 두는 쪽으로 가고 있어도 홍 부총리와의 신경전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는데, 지난 14일 총리관저에서 열린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4차 재난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초안으로 기획재정부는 12조원을 제시한 반면 민주당에선 김종민 최고위원이 1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최소한 20조 이상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앞서 지원금 지급범위에 이어 이젠 ‘예산규모’를 놓고 2차전을 벌이게 생겼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지난 14일 “홍 부총리 의견이 중요하지만 최종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데 이어 홍 부총리가 16일 국회 기재위에서 “(연매출) 4억원이 넘더라도 고통 받는 계층을 추가로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0억원까지 검토 중”이라며 선별지급이긴 해도 4차 재난지원금 대상을 확대할 의사를 내비쳤다는 점에 비추어 3차 재난지원금 때보다 예산규모를 확대해 민주당과 일부 타협한 셈이란 해석도 내놓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예산규모가 어느 정도에 달할지는 일단 3월 초순에 1차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돼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