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속도조절 당부하신 적 없다" vs 유영민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
추미애 "이제와서 '속도조절', 납득가지 않는다...개혁 주저 말아야"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개혁과 관련해 속도조절하라고 당부했는지를 두고 24일 논란이 일었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속도조절 이야기는 (박 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러 청와대에 온 날 속도조절을 당부했다"면서 "임명장을 주는 날 문 대통령과 (박 장관이) 차 한잔하면서 (박 장관에게 문 대통령이) 당부할 때 나온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과 관련해 '속도조절' 표현의 의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를 담은 중대범죄수사청(중대청)과 연관 지으면서, 중대청 추진에 대통령이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했다.
유 비서실장은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의 수사권 박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중'을 캐묻자 "민주당에서 충분히 속도 조절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국회 운영위원장인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이 속도조절 표현을 사용한 것이 아니지 않냐'고 반박하자 유 실장은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 의미의 표현을 한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날 대전을 방문한 박 장관은 "대통령께서 속도조절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며 "(문 대통령이) 검찰의 중요범죄 수사 역량과 관련한 자질을 고려하되 궁극적으로는 수사·기소가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전날에도 국회에서 "대통령이 제게 주신 말씀은 두가지다"면서 "올해 시행된 수사권 개혁이 안착되고 범죄수사 대응능력과 반부패 수사 역량이 후퇴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한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느 나라에서도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지고 심지어 영장청구권까지 독점하고 있지는 않다"며 "국회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법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전 장관은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법전편찬위원회 엄상섭위원은 우리나라도 '장래에 조만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함을 강조했었는데 그 '조만간'이 어언 67년이 지나 버렸다"며 "이제와서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면 67년의 허송세월이 부족하다는 것이 되어 버린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직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 또한 어느 나라도 우리와 같은 검찰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무엇을 더 논의해야 한다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쉽게 바꾸지 못 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지나 익숙하기 때문이다. 절대 옳거나 바람직하기 때문이 아니다"며 "그래서 개혁이 필요하다. 촛불 주권자의 개혁완수를 받드는 것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