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인성 가진 학생 있는 행복한 학교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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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평준화, 최상의 선택이다



지금은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었지만 필자가 중고등학생 무렵의 여름방학, 광복절 날의 초등학교는 국경일 행사 참가증을 떼기 위하여 인근 마을에서 온 중고등학생들로 붐볐다. 참여 학생들 중 대부분은 교복보다는 사복을 하였는데 유독 그 지역의 명문고인 K고 학생들은 세 줄이 선명한 모자를, K여고 학생들은 하얀 줄이 죽 그어진 치마만은 꼭 입고 오곤 했다.

고교평준화 이전이었던 아침 출근 길, 현대자동차 공장 앞의 초등학교에 가기 위하여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교복을 다른 소위 일류고등학교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두 그룹의 고등학생들이 긴 무리를 지어 등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왜 학생들이 겉에 걸친 교복으로 인하여 평가되어야하는가?’ 참으로 마음이 불편하였던 기억이 있다.

그 후 고교평준화 추진위원으로 활동하게 되었고 평준화 된 지 벌써 수년이 흐른 지금은 교복 때문에 학생들이 평가 받아야할 이유가 없어져 버린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 되었는지.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태종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고교평준화 정책이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실증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내 놓음으로써 고교평준화정책을 둘러싼 논쟁에 더욱 거센 불을 붙였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2001학년도의 고교평준화 지역과 비평준화 지역의 고교 1,2학년생의 성적을 검토 분석한 결과 비평준화 지역의 성취도가 높았다는 것이었는데 단지 점수 몇 점 오르내렸다 식의 이 보고서를 일부 비평준화 찬성론자 또는 지지 언론들이 교육의 제반 문제들이 오직 고교평준화에 있다는 식으로 확대 해석하는 빌미를 제공하였다.

과연 그게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그 보고서는 나무는 보되 숲을 보지 못한 우를 범하고 있다. 그 이유는 왜 평준화가 필요한가에 관한 논의 중 중학교의 학력만으로 서열화된 고등학교에 배정되어야만 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주는 마음의 상처 등 인성적 측면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보고서였기 때문이다.

즉, 학습능력은 달라도 교육을 받을 권리가 똑 같다는 사실과 고등학생들이 입은 교복 때문에 개개인 학생들이 입어야하는 정신적 피해를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은 오직 학력 위주의 발상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학력만 해도 그렇다. 울산의 서울대학교 진학의 경우 비평준화 시기에 비하여 평준화 이후 30% 이상이 증가되었다는 통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김태종 교수는 고교평준화가 교사들을 무사안일로 몰고 있다는 걱정 아닌 걱정을 했는데 울산의 경우 오히려 평준화로 인하여 선생님들이 신명문고등학교로의 도약을 꽤하기 위하여 엄청난 노력을 쏟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들었다. 또한 일부 학부모들은 평준화 제도가 헌법에 보장된 교육을 받을 권리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는데 이 또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폄하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학생 전체대비 상위 학력 학생 비율이 5,6% 정도로 다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평준화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은 가까운 학교를 두고 원거리 학교에 배정 받음으로써 3년 간 많은 시간적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는 일이 생긴다거나, 상대적으로 열악한 시설의 학교에 배정되는 등의 피해는 교육 당국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거의 해소되었다고 본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나무는 보되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이젠 되풀이하지 말자. 학력만을 가지고 비평준화를 옹호하려 하지 말자. 분명 그 시절에 공부 하나쯤은 펄펄 날고 기었을 텐데 부정부패를 밥먹듯 하더니만 친일청산법을 부정하고 선거법을 개악으로 몰고 가 자기 밥그릇을 챙기는 등 지금 우리나라를 온통 개판으로 몰아넣고 있는 후안무치한 국회위원 나리들을 생각하자.

공부 잘하는 학생들과 다소 부족한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서로 협력하여 공부하는 풍경, 그 부족함을 자신의 특기 신장으로 돌려 노력하는 모습과, 세상에서 필요로 하는 창의적, 도덕적 인성을 가진 학생들을 팍팍 쏟아내는 행복한 학교의 풍경을 그려보자. 바로 그것이 고교평준화가 추구하는 이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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