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봄비 끝에 꽃샘추위 몰려와
젖은 세상 얼어붙은 아침
설움이거나 설움이 아니라고 해도
느을 젖어있어 얼어붙은 사내들이 철근을 멥니다
우리들이 단단해지면
철근토막보다 더 단단해질 수 있겠습니까
굽힘없이 당당하고 이빨도 상하지 않은
굵은 철근도 젖고보니 얼어 붙습니다
사람을 설움에 젖게 하는 일 참 못할 짓인줄도 모르고
세상을 다스리는 쇠붙이같은 이들
세상에 내던져져 이슬에만 젖어도
저희 가슴 깊이 얼음 박일 줄 알기나 하겠습니까
얼어붙은 철근을 메고 가는
추운 삼월 아침 가슴 깊이 얼음 박입니다.
나 오랫 동안 설움에 젖어 살아
마흔 몇 해 묵은 얼음덩인 줄 내가 아는데
얼어붙은 내 가슴을 사랑하여 안고 계시는 이
당신 가슴은 얼마나 추우십니까
봄인듯 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눈보라가 몰아치고, 얼어붙은 세상으로 목잘린 노동자들을 몰아대며 겨울인듯 하더니 꽃망울을 터뜨리며 햇살이 따사롭고-삼월은 참 변덕스럽기만 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비켜갈 길 없는 난장에서만 일을 하다보니 날씨에 자주 시달리는데 이틀을 쉬지 않고 비가 내리다가 그치더니 저녁부터 찬바람이 몰아치고 기온이 떨어져서는 일하러 가는 새벽길 곳곳이 얼음바닥이었습니다.
벌써 십육층까지 높아진 아파트 옹벽철근을 세우는 일을 해야 하는데 낮은 곳보다 바람은 더 사납고 여기저기 고르지 않게 마무리를 한 콘크리트 때문에 빗물이 고여 얼어붙어서 미끄럽기까지 합니다.
미리 올려 놓았다가 빗물에 흠뻑 젖어버린 철근이 밤새 얼어붙어서 얼음조각들이 서그럭대니 철근을 메어나르는 몸뚱이에도 가슴속에도 얼음이 박이는지 함께 일을 하는 동료들이 발을 동동 구르지만 일을 미룰 수는 없으니 어쩝니까.
며칠 따뜻하던 날씨 끝이라 얼어붙은 철근을 만지는 손이 시리다 못해 남의 살처럼 아득합니다.
사랑하는 이여.
얼어붙은 철근을 만지는 내 가슴이 이렇게 추운데, 추운 세상을 살면서 얼음기둥처럼 얼어붙은 내 삶을 사랑하여 끌어안고 계시는 당신은 얼마나 추우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