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벌놈 개새끼 벌써 술에 취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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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세상


큰비 내릴거라더니
한 나절 지나도록
시원스레 비 내리지 않고
누구는 다리를 절며
가게에 나와 쓴 소주를 마시고
누구는 씨벌놈 개새끼 벌써 술에 취해 있고

장마 비에 대마찌에 한 달 공치고
어젯밤 술잔 앞에서
한숨만 푹푹 쉬던 옆집 공구리 최형
부부 싸움 끝에 젖먹이 남겨 두고
오늘 아침 집사람이 집을 나갔다는데

뼈 마디마디를 아프게 두드리며
이제서야
후드득 듣는 빗방울

빗방울 굵어지는 세상으로
젖은 눈 돌리면
빗속에 내던져져 가슴 저리도록 추워오는
우리들의 삶

..................................................



태풍주의보가 내려진 어느 새벽에 큰비가 지나간 것이 엊그저께인 것 같은데 또 큰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합니다. 남쪽바다에서 많은 비를 머금은 큰 바람이 몰려온다는군요.

난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배고프고 슬픈 날이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이지요. 일을 할 수 없으니 임금을 받을 수 없고 그러다 보면 살림살이가 쪼들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어쩌다 한 번씩 오는 비나 눈은 하루 열 한시간이나 되는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만 자주 궂은 날이 이어지는 장마철은 난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삶의 뿌리가 통쩨로 흔들리기도 하는 힘겨운 고비랍니다.

1987년 창원으로 이사를 해서 새치골이라는 철거대상지역(촌동네라고 불렀습니다)에서 오랫동안 살았습니다.

자고 나면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서는 신흥도시 창원에는 그 공사장 일거리를 찾아 온 나라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몰려들어 촌동네 단칸방에 세를 들어 살고 있었는데 "추운 세상"은 어느해 여름 장마철을 넘기면서 쓴 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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