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판소리
황: 판소리는 연주시간이 수 시간에 달하는 장편의 극 노래이며 연주형식은 한 사람이 '아니리'와 발림(몸짓)을 섞어 가며 창(노래)하는 것으로, 반주는 선율 악기 없이 오직 리듬악기인 북만을 사용한다.
또한 산조는 연주시간이 보통 40 내지 50분이 걸리는 기악 독주곡으로서 어떠한 극적인 내용이나 표제가 없는 절대음악(추상-플라멩코 춤이나 기타 연주)인데, 처음에는 느린 장단으로 시작하여 곡 중간에 쉬는 부분이 없이 뒤로 갈수록 점점 빠르게 고조가 되며 반주는 장구 하나만을 사용한다.
판소리는 어떤 개인의 독창적인 창작력에 의하며 창작되었던 것만은 아니다. 작곡가의 음악이 아니라 철저한 연주가의 음악으로서 창자로 구전심수되는 동안 세월을 통하여 점차로 장대한 음악으로서의 발전을 보게 되었다.
판소리가 그 틀을 갖추게 된 이후인 19세기 말엽에 판소리의 음악 기법을 바탕으로 하고 이에 순수한 음악미를 추구하여 나타나게 된 것이 산조이다. 산조음악 이전 단계를 시나위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인데, 이 시나위가 산조로 변모할 수 있었던 이유는 판소리가 가지고 있었던 음악적 배경을 중시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판소리에서 발달된 음악적 기교는 사설에 의존하지 않고 추상적인 악음만으로 높은 수준의 음악예술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철저히 표제 음악의 성격을 띠고 있었던 판소리에서 철저히 절대음악인 산조가 나오게 된 것이다( 플라멩코 기타 솔로의 발달과 대비할 것)
판소리와 산조는 철저하게 선의 미를 추구한 음악이다. 판소리의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에 의해 불려질 ㅃㅜㄴ 아니라 반주로 단순히 북 만을 사용하고 있어서 완전히 하나의 선으로 이루어진 극가라고 할 수 있다.
산조에도 화음은 없으며 전 곡이 하나의 음선으로 이루어진다.ㅜ가야금의 경우 먼저 울린 줄의 소리와 다음에 오는 소리가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화음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러한 자연화음조차도 배제하기 위하여 먼저 울린 음을 막으면서 다음 소리를 내는 ㄱ;법을 구사한다.
선의 미:서구적 음악이란 비유컨대 음이라고 하는 벽돌을 이용하여 음악이라는 건축물을 쌓아올리는 것이라면, 한국의 전통음악에서는 하나의 음은 그 자체로서 미적인 완결성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소리가 고정된 진동수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성 있는 변화에 의하여 생명력을 표출하는 것이어야 한다.
역동의 미:선의 미를 이루기 위해서는 소리에 생명력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는데, 여기에서 생명력이라는 것은 한국인의 미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예술의 미를 이야기 할 때는 아름답다, 예쁘다, 곱다 라는 말보다 힘차다 라는 찬사를 더욱 즐겨 사용하였다.
무한 연속의 미: 서양음악에서 대표되는 음악형식은 소나타 형식이라고 하는 것인데 그것은 기능화성에 적합한 합리성을 띠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전통음악에서는 서양 음악에서와 같은 합리성을 찾으려는 것은 무의미하다.(디오니소적?)
왜냐하면 선의 미와 음 자체에 내재된 생명력 그리고 조였다가 푸는 역동성에 합당한 음악형식은 서양음악에서와 같은 합리적이고 계산할 수 있는 것보다는 끊임없이 유전하는 무한 연속성을 갖춘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판소리와 산조에서는 음악미의 촛점이 연주자와 청중에게 있어서 연주자는 단순히 작곡자의 의도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입장에 있고, 또한 청중도 연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연주현장에서 음악미의 창조를 증대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음악적 창조가 곧 청중에게는 멋으로 느껴지며 청중과 연주자가 하나로 동화되면서 음악미가 완성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