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사랑가 -그리움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가슴 문이 좁아 사람들을 깊이 받아들이려면 많은 날이 필요한데도 처음 만남으로 가슴 깊이 자리를 잡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살고 있지만 시를 쓰는 사람들 속에 얼굴을 내밀고 스무해 가까이 살다보니
시와 얽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집니다. 그런 사람들 속에 시처럼 맑아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와 삶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그래서 삶 속에서 우러나온 시에 책임을 지려고 애를 쓰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며칠 동안 사는 일이 즐겁습니다.
상업주의에 찌들어 우리말과 글을 더럽히다 못해 우리 삶까지 황폐하게 만드는 세상에 그렇게 맑은 가슴으로 삶과 시 앞에 서있는 사람들을 나는 언제나 망설이지 않고 동지라고 부릅니다.
그곳에 동지들이 있다면 나는 아무리 어둡고 험한 길이라도 달려갑니다. 1991년, 창작과 비평사에서 펴낸 두 번째 시집 "우리들의 사랑가"에 실린 연작시 '우리들의 사랑가' 가운데 '그리움'이라는 부제가 붙은 시 한 편을 올립니다.
하늘이 아니라
땅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싶어요
목청껏 외치는 내 노래보다 키 큰 그대
그대 키의 높이로 발돋움하고 서서
핏발선 눈
성난 그대의 정당한 증오를
땀방울 맺힌 이마와
부르튼 입술
단단한 이빨에 물려 있는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참말들의 뼈를
사람아
떨리는 가슴 속 뜨겁게
불길 일으켜 가며
사랑을 믿는 그대 두터운 손을 잡고
애인보다도 더 가깝게 얼굴을 마주하고
부끄럽지 않아요. 나는 사랑을 믿어요.
사랑을 믿는 그대를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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