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햇빛과 꽃 그리고 노래가 넘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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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나에게 쓰는 편지



Hola !

오늘 그라나다에서 다가오는 이 첫 밤은 테너 호세 카레라스의 '그라나다'를 들으며 맞이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도시의 보석 알람브라 궁전의 한 카페에서 와싱턴 어빙의 책' 알람브라 전설'을 읽으며 맞이하고 싶습니다.

'....빛나는 햇빛과 꽃 그리고 노래가 넘치는 나라. 밤이 되면 별이 반짝이고....' 멕시코인 작곡가 아그스틴 라라의 이 노래 그라나다는 호세 카레라스의 기품과 장중함이 서린 목소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내가 그라나다라는 낯 선 이름을 처음 듣게 된 것은 내 기억으로는 카레라스의 이 노래'그라나다'를 통해서였습니다.

이슬람 예술의 꽃 알람브라 성에 대한 나의 끊임없는 호기심은 나 자신의 몽상벽 때문입니다. 와싱턴 어빙의 '알람브라 전설' 속에는 그런데 어떤 신기한 일화들이 숨겨져 있을까 싶어 지금까지도 궁금증을 불러 일으켜 온 책입니다.

그래서 이 도시에 와 숙소에 여장을 풀자마자 오른 알라브라 성 근처 가게에서 그 책을 사 길바닥에 앉아 펼쳐 보고 있습니다. 언뜻 느끼기에 책 속의 한 이야기가 꼭 내가 즐겨 몽상한 천일야화의 알리바바 이야기같아 다음 페이지의 내용들이 더욱 궁금해지는 책입니다.

그렇지만 카레라스의 그 노래와 어빙의 이 책에 대한 나의 편애는 이 도시에서는 오늘로서 충분합니다.

내일이면 나는 이미 알바이신 언덕의 이름난 타블로 '플라자 파시에가스'에서 플라멩코 춤과 노래에, 그리고 포도주에 빠져 들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 도시에 머물 2주일 내내 그렇게 지낼 것입니다.

플라멩코의 현장에서 그 춤과 노래를 생생하게 느끼고 싶어 스페인으로 왔고, 어서 그러고 싶어 서둘러 이 도시로 왔으니까요. 플라멩코의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가 사랑한 도시이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내일과 모레엔 밤이 깊어가면 이 도시의 집시 마을인 세크라몬테에 올라 플라멩코 전용 잠브라인 라 로시오에서 또 그렇게 춤과 포도주에 취할 것입니다. 그 다음날엔 도심의 누에바 광장 가까이에 위치한 풀레망코 바 후에르토 델 로로에서 댄서 후아나의 춤에 몰입할 것입니다.

소리꾼 카멜라의 팔마스 장단에 어울리는 그녀의 춤은 일품이라고 합니다. 이 도시의 깊은 밤을 나는 온통 그렇게 취하며 보낼 것입니다.

그라나다에 처음으로 온 내게 숨이 멎을 것 같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랑비아 거리에서 마주 친 두 젊은 여인의 눈부신 아름다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로노와르의 여인들도, 모질리아니의 여인들도 닮지 않았습니다.

언뜻 드가의 무용수를 연상케 했었지만 꼭 그렇지 만은 않았습니다. 그들을 처음 본 순간 뇌리에 떠 오른 첫 말은, 엉뚱하게도, 동트는 시적 새벽이란 표현이었습니다. 그렇게 밖에는 달리 연상되는 게 없었던 것입니다.

포틀란드의 도심, 파이오니어 광장 카페의 스타벅 향을 그리워하며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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