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으로 헤어졌던 식구들이 만난다고 온 나라가 들떠 있고 서로 으르렁대던 남과 북이 화해의 손짓을 주고받으며 평화통일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집집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이 경사스러운 날에 나는 태극기를 달지 않았습니다.
공사장에 발을 들여놓고 이 어두운 세상을 깨우친 뒤로는 단 한번도 태극기를 달지 않았지요. 돌아보건데 우리들에게 단 하루라도 하늘 높이 깃발을 달아 올릴 경사스러운 날이 있었습니까?
아침 일곱 시에서 저녁 여섯 시까지 목덜미를 쥐고 놓아주지 않는 가혹한 노동 속에서 일요일도, 국경일도 없이 헤어나지 못하는 나날들 단 하루라도 이 나라가 우리들을 사람으로 보았던 날이 있었습니까?
왜놈들이 남겨놓고 간 더러운 노동구조에 의지하여 선진국을 건설했다고 자만에 빠져 있다가 아이엠에프의 식민지에까지 이르른 나라가 일하는 사람들의 피땀을 빨아 잠시 얼굴빛 좋아졌다고 흥청망청입니다만 타임머신을 타고 십년 쯤 뒷걸음질 친듯 말도 통하지 않는 공사장 현실을 보면 이 나라 앞 날이 훤합니다.
광복절 아침
무거운 몸뚱이를 끌고 공사장 가는 길 자꾸 서러워져서 신호등에게, 앞에 가는 차에게, 오늘 문을 연다는 까르프 순천점에게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그래도 만날 사람들은 만나야지요.
서울로 오신 분들, 평양으로 가신 분들 오늘이 얼마나 경사스러울까요. 우리들에게도 언제 경사스러운 날 하루 쯤 찾아왔으면 쓰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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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저만큼 오고 계시는 것
바쁜 걸음으로 들지나 재 넘어
싸우며 사랑 노래 부르며 오시는 것
보고 듣지 않아도 내가 알고
뜨겁게 내가 믿습니다
거센 바람 장대비에도 꺾이지 않는 노동과
잠들지 않는 기다림으로 살아
불꽃의 몸부림으로 살아
그대 끝끝내 여기 오실 줄 믿습니다
내 가슴에 오실 줄 믿습니다
이윽고 그대
숨가쁘게 달려와
그대 사랑 노래의 끝 구절 내 이름 부르실 때
내 모습 그대에게 보이지 않아도
뜨건 온 가슴 그대 가슴으로 느끼시며
반가움으로 울먹이며 대답하는
내 목소리 들으실 줄도 믿습니다
머리 질끈 동여매고
팔 걷어붙이고
그대 끝끝내 여기 오실 줄 내가 믿습니다
우리들의 사랑가 11-相思花-능욕의 시대, 그 잎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