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경제 사정 속에서 정말 어렵게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독립기념관, 민속박물관, 현충사, 눈 내려 하얀 용인 자연농원에서의 하룻밤, 숙소인 통나무집은 밤새 쿵쾅거리면 뛰는 내 아이들 때문에 한잠도 이루지 못했지만 그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 주었을 것이다.
40년 전, 사라호 태풍으로 온통 망가진 길을 트럭을 타고 떠났던, 차에서 내려 너댓 시간을 걸어 겨우 도착한 가야산 해인사의 온통 새까맣던 저녁, 산사 그 뜨락에 쪼그리고 앉아 참깨와 소금이 섞인 주먹밥을 허겁지겁 먹던, 궁핍한 시대의 원족이라는 이름의 수학여행을 떠올려 본다.
교직에 발을 들여놓은 지 벌써 삼십 년, 참으로 많은 수학여행을 인솔했지만 늘 놀이 중심이었고, 학생들이 실지로 보고 들어서 지식을 넓히도록 한다는 사전적 의미의 어느 한 곳에도 가 닿지 못한 그런 수학여행을 다녀왔구나 생각하면 늘 자괴심이 일곤 했다.
4년 전, 이곳 울산에 오기 전만 하더라도 온통 공해 뿐의 도시인 줄 알았다. 그러나 반구대 암각화, 망해사지, 천전리 각석, 자연 생태의 보고인 정족산 기슭의 무제치 늪 등과, 땅만 파면 석기시대의 유물이 출토된다는 수식을 접하면서 우리 울산은 옛날 옛적부터 사람이 살기 좋았음을 입증하는 무수한 흔적들이 존재하는 그런 자랑스러운 곳이었음을.
교육과정의 지역화라는 이름으로 울산교육청이 펴낸 3학년 교과서에 실린 글과 사진만 보아온, 그야말로 현장 답사는 꿈도 꾸지 못할 한심한 지금의 교육 여건 속에서 내 아이들은 얼마만큼 우리 고장 울산을 이해하고 있을까?
그렇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런 수학여행을 꿈꾼다. 하루 건, 이틀이건 또는 사흘이 걸리건 살아있는 울산을 샅샅이 탐사하면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면서 긍지를 갖는, 정말 수학으로 가득한 국어사전 속의 알찬 그런 수학여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