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나에게 쓰는 편지
이 도시, 그라나다에 대한 나의 감성적 표현을 적어 보냅니다.이런 마음을 주저함이 없이 띄어 보낼 수 있는 누군가가 내게 없다면, 먼 여행이란 얼마나 덧없고 헛된 고행이겠습니까.
'그라나다'
나는 바라본다. 검은 자갈 투성이 황무지 너머 삶의 빛과 그림자가 선명한 거대한 대리석의 추상 조각품 하나를, 푸른 빛 감도는 하얀 도시 그라나다를.
나는 느낀다. 천둥번개로 요동치는 한낮의 먹구름 어둠을 뚫고 가까이 다가오는 뿌연 시적 새벽을.
나는 듣는다. 그랑 비아 대로에서 초생달 아래의 알람브라만큼이나 신비한 푸른 시선으로 내 숨을 멎게 하는 두 젊은 그라나다 여인의 상아빛 미소 사이 사이 들릴 듯 말 듯 번져 나오는 속삭임의 선율을.
이 도시의 옛 영광처럼 빈들의 철길가 이름 모를 풀꽃처럼 어느 날 일몰따라 소리 없이 사라질 그 반짝이는 미소를 가슴 조이며 바라본다.
아브라죠
jh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