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우리들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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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시인의 "봄의 소식"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났다커니
봄은 위독하다커니

눈이 휘둥그래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봄은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었다.
광증이 난 악한한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거꾸러지더라는......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자살했다커니
봄은 장사지내 버렸다커니

그렇지만 눈이 휘둥그래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 와서
봄 단장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삼라만상의 순환이치는 지금껏 한번도 어그러지거나 빈 틈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금 강원도에서는 함박눈이 내리고 진종일 꽃봉오리를 얼어붙히는 눈바람이 불어도 봄은 눈바람 속에 숨어서라도 기어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또한 그러한 눈바람을 견뎌내지 않고서는 결코 봄은 우리 곁에 다가오지 않을 것입니다.

가을이 오면 곧 겨울이 다가오고 겨울이 오면 곧 봄이 다가오고 봄이 또 오면 이윽고 여름이 다가섭니다. 하루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침이 오면 낮이 다가오고 낮이 오면 저녁이 다가오고 저녁이 오면 곧 밤이 다가섭니다. 그래서 하루를 계절에 비교할 때 아침은 봄이요, 낮은 여름이요, 저녁은 가을이요, 밤은 겨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봄은 새로운 생명과 새로운 희망의 상징입니다. 이 시에서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봄은 암울한 군사독재정권 아래 묻혀버린 민주주의를 간절히 염원하는 그런 봄입니다. 또한 이데올로기로 갈라진 남과 북의 상처를 따스하게 어루만져 마침내 하나로 꽃 피우는 그런 찬란한 봄입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되나 쑥덕거"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봄은 발병났다커니/봄은 위독하다커니" 하는 쑥덕거림 속에서도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며 끝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내 어디선가 "봄은 맞아 죽었다" "봄은 자살했다" "봄은 장사지내 버렸다" 라는 슬픈 소식도 들려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아니 끝내 희망을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다시 귀기울여 봅니다. 그때 어디선가 나즈막한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몇날 밤 우리도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 왔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립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희망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있어서 만약 이 희망마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껍데기는 가라" 란 시로 유명한 신동엽 시인이 쓴 이 시는 그 암울한 시기에서도 끝내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민주주의의 봄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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