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에 일어나서 일 나갈 준비를 하고 마악 밖으로 나가는데 번개가 번쩍 하더니 곧 바로 천둥이 치면서 비가 쏟아졌습니다.
검은 구름이 낮게 깔린 것이 오늘 일은 틀렸구나- 하고 그냥 책상 앞에 주저앉았는데 한 이십분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하늘이 밝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일기예보는 오늘 비가 온다고 했는데, 일을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가 일곱 시가 다 되고 말았습니다. 같이 일을 하는 동료는 일을 나갈 것을 그랬다는 전화를 해 오고-
심란해 하고 있는데 다시 비가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일 안 나가기 잘했다면서 마음 편하게 먹고 드러누워 버렸습니다.
점심 때가 될 무렵 전화가 왔드만요. 회사에서 일 늦어진다고 야단을 하는데 계속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니니까 오후에라도 나와서 일을 하자는-
한 시간 일 하다가 비가 내려 못하게 되면 그까짓 거 어떻게 계산 하겠느냐고 새마을 사업으로 돌릴 것이 뻔하게 보이는데 언제 비 내릴지 알 수 없는 날 무슨 일을 하느냐고 쏘아 부치고 말았습니다.
비가 하루종일 퍼붓다가 그치다가 하는 날씨였습니다.
................................................................................................................................
작업 중단
아침부터 큰비
현장 소장, 오야지 성화에 못 이겨
비에 젖어 브레이크도 듣지 않는 타워 윈치로
내일 공구리치기로 한 팔층 바닥
철근을 올리고
철근을 메다 말고
우리들은 지금부터 일을 집어치운다
녹슬다 못해 썩어 버린 철근
핏물 같은 녹물이 역겨워서가 아니라
뼛속으로 스며드는 빗물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철근보다도 더욱 무겁게
우리들의 어깨를 짓눌러 오는
우리들의 기울어진 삶을 짓눌러 오는
굵은 빗줄기의 세상이 무거워서
우리들은 서 있을 수가 없으므로
바로 세워야 할 삶조차
일으켜 세울 수가 없으므로
이 빗속에서는 아파트 역시 바로 세울 수가 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