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南)으로 오네.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제 나는 좋데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너른 벌엔 호랑나비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제 나는 좋데나.
산 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
배나무 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
그리운 생각에 재에 오르니
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네.
끊었다 이어오는 가는 노래는
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네.
산소 가는 길에 만난 겨울 들판 곳곳에는 연초록빛의 냉이와 쑥, 씀바퀴들이 희누런 풀숲을 헤집고 고개를 뾰쫌히 내밀고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희망이 죽어버린 것만 같았던 흰누런 겨울 들판 여기저기에서 연약한 생명을 이어가는 연초록빛 봄풀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새로운 희망이 불끈 불끈 솟아납니다.
올 겨울은 정말 추웠습니다. 그토록 매서운 추위 속에서 이 세상 모든 것이 말라 비틀어지고 얼어붙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사람들의 희망마저도 모두 말라 비틀어지고 얼어붙어 그대로 죽어버린 것만 같았습니다. 오죽 추위가 매서웠으면 텃밭에 바짝 붙어 진초록빛 몸을 웅크린 채 겨울을 나고 있던 시금치와 겨울배추들마저 그대로 꽁꽁 얼어 말라죽어 버렸겠습니까.
정말, 이번 겨울은 이대로 한반도에 눌러앉아 영영 떠나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대자연에게 저지른 여러 가지 실수를 이번에는 대자연이 시베리아 벌판을 휘감는 그 땡추위로 사람들에게 고스란이 되돌려 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제 사람들이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는 봄은 영원히 사람들 곁에 다가오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허어~ 머슨(무슨) 날씨가 이리도 매섭게 춥노? 살다 살다 이렇게 추운 날씨는 머리털 나고 처음 보네. 자꾸 이대로 가다가는 이 세상에 남아나는 게 없것네."
"저어기~ 도랑가에 앉은 새들 좀 봐라.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아 수만 리 길을 날아온 저 새들도 울매나(얼마나)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