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효성그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창립이래 섬유, 산업자재, 화학, 중공업, 건설 등의 산업분야에 두각을 보이던 효성이 최근 IT사업에 열중하며 그룹의 변모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효성의 IT사업 중심에는 그룹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이 있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조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8개의 전자·IT기업을 인수하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인수할 기업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계 일각은 조 사장의 행보를 효성의 후계구도와 연결 지어 바라보고 있다. 효성의 첫째 황태자인 조 사장이 이토록 IT사업에 열중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지가 효성가(家)의 후계구도를 바라보는 재계 일각의 시각을 쫓아봤다.

효성(주) 2대 주주자리 내준 조현준 사장…IT기업 연이어 인수하며 공격행보
효성 IT계열사 갤럭시아컴즈, “사업에 필요하면 어떤 기업이든지 인수할 것”
대통령의 사돈기업으로 잘 알려진 효성그룹의 장남 조현준 사장이 재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룹의 ‘황태자 트로이카’ 중 첫째인 조 사장의 최근 행보가 무척이나 눈에 띄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8개의 전자·IT기업을 인수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다른 기업 인수를 물색하며 남다른 식탐(?)을 드러내고 있다.
때문에 이를 두고 일각은 조 사장의 심상치 않은 행보를 후계구도와 맞물려 분석하고 있다. 그가 IT 관련 기업들을 인수,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는 것은 그룹 후계자 자리를 다지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라는 것.
IT 계열사 늘리기 ‘왜’
IT관련 업계에 따르면 효성의 IT계열사인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이하 갤럭시아컴즈)는 최근 전자결제를 포함한 금융 인프라 관련 기업 인수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갤럭시아컴즈는 조 사장이 지난 2002년 설립한 회사로 지난 2008년 후반 인포허브를 시작으로 사이버패스 영업권을 비롯한 에프앤비씨 지분 등 IT 금융 관련 기업을 연이어 인수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갤럭시아컴즈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남 사장은 “갤럭시아는 모바일 인프라 기업으로 비전을 세웠으며 사업 경쟁력을 위해 필요하다면 어떤 기업이든지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결제 서비스에 관해서는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을 흡수하면서 사업 구색을 갖췄고 올해부터 서서히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업은 과감히 흡수해 기업 규모와 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 300억원에 불과했던 갤럭시아컴즈는 올해 인수 기업 매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년 대비 매출이 4배 이상 늘어난 13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낙관되고 있다.
김 사장의 이런 의중이 알려지자 재계 일각은 “이는 사실상 갤럭시아컴즈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조현준 사장의 여전한 IT기업 인수 식욕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며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조 사장이 또다른 IT기업 인수 작업을 벌이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사장의 IT기업 인수에 대한 식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조 사장은 지난해 7월부터 소프트웨어 기업 바로비젼을 포함해 크레스인베스트먼트, 럭스맥스, 인포허브·테라디스플레이 등을 연이어 사들였다.
최근에는 골프용품 사업체인 제이슨골프에 이어 바로비젼을 통해 휴대폰 관련 업체인 소림까지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지 약한 장남의 비애
더욱이 재계 일각은 그룹의 총수직을 맡고 있는 조석래 회장의 경영 공백과 조 사장의 공격적 행보가 무관치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연임하게 된 조 회장의 경영공백을 그의 3남들이 맡아 채우고 있는 만큼, 지금이 황태자들의 경영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현재 효성가의 맏형인 조 사장은 섬유·무역·IT사업 부문을 맡고 있으며, 차남인 조현문 부사장은 중공업을, 삼남인 조현상 전무는 전략본부 임원을 맡고 있다.
대체로 이들 삼형제에 대한 경영능력 평가는 아직까지는 비슷하다. 뿐만 아니라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효성(주)의 지분구조 역시 조 회장이 10.21%를 가지고 있고, 조 사장이 6.94%, 조 부사장이 6.99%, 조 전무가 6.55% 씩 가지고 있는 등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아직까지는 그룹의 후계자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더욱이 조 회장은 향후 성과주의에 입각해 후계자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이들 삼형제의 왕좌를 향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때문에 재계 일각은 결국, 조 사장이 그룹의 후계자로서의 자신의 자리를 다지기 위해 지난해부터 꾸준히 IT기업 인수를 통해 경영능력을 발휘하고자 계속해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더욱이 최근 차남 조 부회장이 맏형인 조 사장보다 효성(주)의 지분을 늘려 2대주주에 오르고, 삼남인 조 전무가 글로벌 차세대 리더로 급부상하는 등의 요인도 조 사장의 마음을 다급하게 했을 것이라는 거다.
하지만 효성그룹 측은 “IT사업 부분은 단지 신성장동력의 한 축일 뿐”이라며 후계구도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계 일각은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삼형제의 ‘왕좌’를 향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며, 그룹의 장자인 조 사장이 후계자 자리 굳히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