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가든파이브 파열음 이는 내막
SH공사, 가든파이브 파열음 이는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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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의 목소리 끊이지 않는 그곳은 ‘통곡 일번지’

한국물류의 ‘허브’를 꿈꾸며 9월 개장을 앞뒀던 동남권유통단지 ‘가든파이브’가 또다시 공식 개장을 연기했다. 더욱이 가든파이브는 당초 4월 개장에서 7월로, 다시 9월로 개장을 미뤄왔던 터라 또다시 내년 2월로 개장이 미뤄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든파이브의 시행을 맡은 서울특별시 SH공사(이하 SH공사)를 향한 입주자(입주상인 및 입주예정자)들의 원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개장 시기가 계속해서 늦춰짐에 따라 가든파이브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가 SH공사가 공식 개장을 계속 연기하면서 가든파이브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내막을 취재했다.

▲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동남권유통단지 '가든파이브' 전경


2조원 서울시민 혈세 투입된 동남권유통단지 ‘가든파이브’ 또다시 개장 연기
20% 밑도는 계약률로 청계천 이주상인에 외면 당한 고분양가 복합쇼핑타운


SH공사, 문정동 일대 원주민들과도 마찰…일반 분양보다 특별 분양 더 비싸
일각, “개장 연기는 예상된 결과, 표류중인 가든파이브 유령단지될 것” 우려

도시물류거점과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며 지난 2003년 사업 계획돼, 9월 공식 개장을 앞뒀던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동남권유통단지 ‘가든파이브’가 또다시 내년 2월로 개장을 연기했다.

때문에 이를 두고 세간은 “수 조원의 공사비와 수 억원의 홍보비를 들인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조한 계약률에
개장 연기만 ‘세 번째’

▲ 본지가 방문한 지난 9월3일 물류유통단지 ‘가든파이브’ 가블럭 중앙광장에서는 ‘2009 재난대비 긴급구조 종합훈련’이 진행됐다.
서울시와 SH공사에 따르면 ‘가든파이브’는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복합생활공간이란 뜻으로, 전문상가인 가든파이브 ‘라이프’(LIFE), ‘웍스’(WORKS), ‘툴’(TOOL) 그리고 물류단지인 가든파이브 ‘익스프레스’(EXPRESS), 활성화단지인 가든파이브 ‘드림’(DREAM) 이렇게 총 다섯 가지로 이루어져 있어 ‘garden5’(가든파이브)라 명해졌다.

당초 SH공사는 청계천 상인들이 새롭게 둥지를 틀게 되는 전문상가인 가든파이브 라이프(유통전문상가, 이하 가 블럭), 웍스(아파트형공장, 이하 나 블럭), 툴(산업용재상가, 이하 다 블럭)관을 지난해 12월 완공하고 입점을 시작해 올해 4월에 공식 개장할 계획이었다.

SH공사가 1조7000여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전문상가는 연면적 82만300㎡로 대형 건물 3개 동에 8360개 점포로 구성, 코엑스몰의 6배, 롯데월드의 1.4배에 달하는 크기로 6000여 청계천 상인들이 입주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SH공사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당초 70%대의 계약률을 기대했었던 것과는 달리 특별분양 대상자인 청계천 이주 상인 등의 계약률이 10%에 그치며 개장을 할 수 밖에 없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

이에 지난 2월 SH공사는 부득이하게 개장을 7월로 미루며, 계약률을 올리기 위해 특별분양 조건을 대폭 완화하기도 했다.

당시 SH공사는 분양금액의 20%인 계약금을 15%로 낮춘 것은 물론, 기존의 전매 제한 기간도 3년에서 2년으로 낮췄다. 뿐만 아니라 상인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소기업육성자금 대출 금리도 전매 제한 기간인 2년 동안 5%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하고, 초과분은 SH공사가 보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조취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의 계약률은 20%대를 밑돌았고, SH공사는 결국 지난 4월 또다시 개장을 9월로 연기해야 했다.

그러면서 SH공사는 청계천 이주상인 중 자금이 부족해 분양이 어려운 경우 2년 임대 후 특별분양 받을 수 있는 ‘조건부 임대’를 도입했다. 또한 2년이던 전매제한기간을 1년으로 줄이고 대출금리에 대한 보전폭도 기존 ‘5% 초과분’에서 ‘4% 초과분’으로 확대(조건부 임대 제외)하는 등 조건을 대폭 완화했지만 청계천 이주상인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청계상인 울리는 ‘고분양가’
6년 전 약속은 어디로…

▲ 중앙광장 한켠에 놓인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문정동 한 원주민(가칭 영농손실보상농민)이 SH공사의 부당한 분양가 책정 등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분양가가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이것이 청계천 상인들이 가든파이브를 외면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003년 청계천 복원 당시 서울시는 생계터전이었던 청계천 일대의 상권을 내주는 대신 이곳 상인들에게 이주상가를 공영개발해 단지를 조성하는 등 최선을 다해서 상인대책에 대처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주상가는 원가 공급을 약속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당시의 약속과는 너무나 달랐다.

가든파이브의 특별분양 대상자였던 한 청계천 이주상인은 “당시 이주상가를 약속하면서 서울시 관계자들은 분양가를 6000만원에서 1억원 선으로 약속했었다”며 “지금 내가 분양받았다 포기한 상점은 분양가가 2억원이 넘는다. 5000~6000원 짜리 물건을 팔던 내가 그런 거액을 주고 그곳에 들어갈 수나 있겠느냐”며 한탄했다.

다른 상인은 “분양가가 1~2억을 훌쩍 넘어 상가를 분양받을 엄두가 나지 않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며 “SH공사는 청계 상인들의 계약률이 저조하자, 청계천 상인들에게 상점을 임대해 주겠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꾸 바뀌는 특별분양 조건 때문에 우리 상인들도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임대조건을 내걸었다면 분양을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현재 복합쇼핑몰로 영관, 리빙관, 패션관, 테크노관 등 총 4개관 5358개 점포로 구성돼 있는 가 블록의 경우 가장 비싼 점포가 전용면적 약23㎡(7평)당 5억60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가든파이브가 고분양가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결국 2조원이 넘는 건설비 때문에 분양가가 예상했던 것보다 높게 책정된 것 같다”며 “턴키방식의 입찰도 분양가를 높이는데 한몫했다”고 입을 모았다.

뿐만 아니라 청계천 상인들은 가든파이브에 계약을 하면 기존의 청계천 점포를 접어야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가든파이브 ‘분양계약특수조건’에는 ‘입점개시일로부터 1년 이내 청계천 상가 정리’라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상인들은 가든파이브 주변 상권 등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점해 기존 상가를 정리할 경우에는 생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결국, 청계천 상인들의 경제적 상황이나 그들의 사업 성격 등은 파악하지 않은 채 청계천 상인들을 위한 이주상가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든파이브가 저조한 입점률로 개장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청계상인부터 원주민까지
곳곳서 ‘불협화음’ 만…

▲ SH공사 본사 밖에 대치하고 있는 문정동 원주민 등의 모습. 이날 이들은 관리단 총회 참석을 저지하는 SH공사 측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가든파이브를 둘러싼 잡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청계천 상인들과의 문제뿐만 아니라 최근 가든파이브에게 생계 터전이었던 문정동 일대를 내줬던 원주민(가칭 영농손실보상농민)들과 SH공사 간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일대에서 땅을 임대해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던 이들 350여명의 원주민들은 “SH공사가 농사일 밖에 모르던 우리들에게 가든파이브 상가를 조성원가에 분양해 준다고 해놓고서는 이를 어겼다”며 “특별분양 대상자인 우리들보다 일반분양가가 더 낮았다”고 분개했다.

SH공사는 지난 8월말 전문상가에 대한 일반분양 접수를 마감했다. 그런데 이들 원주민들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들의 특별분양가가 일반분양가 보다 더 높았을 뿐만 아니라, 청계천 상인들의 상가보다도 더 작은 면적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분양가를 책정했다는 것.

때문에 이들 원주민 등 50여명은 지난 8월말 가든파이브의 가 블록 앞 중앙광장 한켠에 컨테이너 박스 4동을 설치하고 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면서 SH공사와 이들 간의 크고 작은 충돌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 3일에는 이들 원주민을 중심으로 한 입주자 협의회 측과 SH공사 간에 가든파이브 관리단 총회 진행을 둔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문정동 원주민, 입주자협의회, 가사모(가든파이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중심으로 대청역 SH공사 본사 앞에 집결한 이들은 이날 2시에 예정된 관리단 총회에 분양소유자인 자신들도 참여할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SH공사가 이를 저지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가사모 박천수 대표는 “11월까지 분양대금 납입을 연기해 준다고 해놓고서는 8월까지 분양대금을 완납한 청계천 대상인들을 중심으로 관리단 설립을 위한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는 일부 분양소유자만을 대상으로 가든파이브의 총 관리 대표를 선임하는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원주민들은 “SH공사는 시행, 분양만 담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리단의 중요 자리에 SH공사의 퇴직 임원들을 배정했다”며 “이는 엄연히 낙하산 인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사진은 SH공사 본사 1층 로비. 이날 SH공사 측은 용역 300여명과 경찰인력을 동원해 문정동 원주민 등의 본사 진입을 저지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날 SH공사 본사 1층에서 본지와 만난 한 관계자는 “오늘 열리는 관리단 총회는 관리규약제정이 목적이며, 법률상 구분소유자 10인 이상의 집합건물에는 관리단 설립이 꼭 필요한 만큼 적법한 절차에 의해 치러지는 회의”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분양가가 차이 나는 이유는 지난해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번지면서 분양가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지난해와 올해의 경제상황이 다른 것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든파이브의 개장이 계속해서 연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일반청약자들의 계약, 입주시기가 11월인 만큼 청계천 상인들의 요청이 있어서 미루게 된 것”이라며 “관리단에 SH공사의 직원이 발령된 것 역시 가든파이브 사업에 대해 잘하는 인력이 필요하다는 청계천 상인들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청계천 상인들과의 불협화음뿐만 아니라 원주민들과의 마찰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일각은 “내년 2월로 미뤄진 개장일마저 연기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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